‘완전한 승리’서 ‘협상시 우위’로…미국의 우크라전 목표 바뀌나

미·EU, 방어 태세 전환 논의
백악관선 “협상으로 종전”
영토 일부 포기 가능성 커져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장기화되며 서방의 지원 여론이 흔들리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최대 원조국인 미국이 전략 수정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2년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몰아내는 데 주력해온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방어적인 자세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7일(현지시간) 미 정부 관계자와 워싱턴 주재 유럽연합(EU)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미 정부의 초점이 ‘완전한 승리’라는 우크라이나의 목표를 지지하는 것에서 ‘종전 협상 시 입지 개선’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미국과 EU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군을 동부 지역에 있는 러시아군에 대한 강력한 방어 진지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방공시스템 강화와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 방면 국경 요새화, 철조망·대전차 장애물과 도랑 건설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자체 방위산업을 재건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익명의 백악관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이 전쟁은 협상을 통해서만 끝낼 수 있다고 우리는 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 상황이 왔을 때 우크라이나가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공격을 시작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지킬 수 있는 강력한 위치에 있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침공) 2년이 다 돼가는 오늘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강하고 자유롭다는 것은 이미 엄청난 승리”라면서 “푸틴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바이든의 이 발언이 부분적 승리 선언과 휴전 또는 정전 방법을 찾으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 주재 한 EU 외교관은 “EU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앞당기려 한다”며 이 역시 러시아와의 협상 때 우크라이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협상은 우크라이나의 일부를 러시아에 내주는 것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가 부분적으로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전체의 20%)를 가질 수 있다면 타협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