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 닫는 공공병원…광주 의료공백 현실로
시, 수탁기관 끝내 못찾아
이달 말일 종료 예고했지만
이미 환자 없이 텅 빈 건물
직원 100여명 일자리 잃어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제2요양병원)은 오는 31일부로 모든 외래 및 입원 진료를 종료합니다.”
광주 남구 덕남동 제2요양병원 정문에는 지난 27일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은 며칠 앞둔 운영 종료 시점을 예고하고 있었지만 이미 병원 어디에서도 환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각 병실도 모두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의료진 등 직원들만 지나다닐 뿐이었다.
제2요양병원은 체계적인 공공의료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2013년 문을 열었다. 개원 초기부터 노인성 질환에 대한 전문성과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선보여 지역에서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병원으로 꼽히기도 했다. 병상 가동률은 매년 평균 90%를 넘어설 정도였다.
그러나 광주시는 개원 10년 만에 제2요양병원 폐원을 결정했다. 수탁기관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공공병원으로서 담당해온 의료의 공백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제2요양병원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2월 보건복지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방역 최전선에서 시민들의 건강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코로나19가 심각 단계로 상향됐던 같은 해 3월, 제2요양병원은 병상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한 대구 지역 확진자들에게 병상을 제공했다. 일반 환자를 전원 조치하면서까지 병상을 비운 것으로, 추가 확진자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당시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나선 건 광주가 처음이었다.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민간병원과 달리 제2요양병원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공병원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상황이 악화한 것은 코로나19 이후다. 적자 부담을 덜어줬던 전담병원 지원금이 끊기고 코로나19 국면에서 전원된 환자들은 좀체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지난해에만 10억원이 넘는 적자가 쌓였다. 개원 이후 10년째 제2요양병원을 위탁 운영하던 전남대병원도 적자 등을 이유로 지난 7월 재계약 포기를 통보했다.
잇단 공모에도 새로운 수탁자를 찾지 못한 광주시는 전남대병원과 연말까지 연장 계약해 제2요양병원 운영을 이어왔다. 광주시 관계자는 “운영 종료라는 극단적 상황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새 수탁기관이 나타나지 않아 안타깝게 폐원 결정을 하게 됐다”고 했다.
제2요양병원이 폐원하면 이곳 직원들은 사실상 직장을 잃게 된다. 공공병원 직원들은 수탁기관과 고용 승계 등을 맺게 돼 있지만, 수탁기관을 찾지 못한 현재로선 의료진 등 62명은 갈 곳이 없다. 시설직과 식당 등 협력업체 직원 등 40여명도 당장 일자리가 마땅치 않다.
개원 초기부터 제2요양병원에서 근무해온 행정직 A씨는 “평생직장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일했던 곳인데 갑자기 운영을 중단한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아내와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본부는 광주시가 공공의료를 포기한 것과 같다고 비판한다. 노조 관계자는 “공공병원은 돈이 안 되면 폐원하는 민간병원과 달리 시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서 의미가 크다”며 “광주시가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안다면 수탁기관이 없어 문을 닫겠다는 변명 대신 끝까지 머리를 맞대고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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