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수학 디바이드
현재 중2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8학년도 대입 수능에서 심화 수학이 빠지고 지금 문과 수준 수학 시험만 치른다는 발표가 나오자 대학에서 우려가 나온다. “미·적분도 모르는 학생들한테 어떻게 AI(인공지능)를 가르치나” “수학 교육 강화가 세계적 추세인데 거꾸로 간다”는 반발들이다.
▶올 초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수학은 더 많은 월급을 받을 능력과 변화하는 세상을 헤쳐나갈 자신감을 줄 것”이라며 수학 의무교육을 현행 16세에서 18세까지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16세 때까지 의무교육을 마치고 GCSE 시험을 치르는데 수학 과목에서 학생 3분의 1이 낙제점을 받는다. 영국에 수학 문해력이 9세 아동 수준을 못 넘는 성인이 800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영국 교육계는 “지금도 수학 교사가 턱없이 부족한데 총리 계획이 실현 가능하겠느냐”며 회의적이다.
▶영국 총리 말대로 어렸을 때 수학 실력이 사회 경제적 격차를 가져온다는 ‘수학 디바이드(divide)’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1958년생 1만7000명을 대상으로 7세 때 수학과 읽기 실력, 11세 때 지적 능력, 16세 때 학습 동기, 42세 때 사회 경제적 지위를 비교 분석했더니 7세 때 수학 성적이 낮았던 그룹은 42세 때 사회 경제적 지위도 낮고 수학 성적이 좋았던 그룹은 사회 경제적 지위도 높았다고 한다.
▶아주대 총장을 지낸 수학자 박형주 교수가 프랑스 명문고와 한국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수학 문제지를 바꿔 치르는 실험을 해봤더니 양국 학생들 다 성적이 형편없었다고 한다. 프랑스 고등학교 수학 시험은 120분 동안 5문제 푸는 서술형, 한국 고등학교 수학 시험은 50분 동안 20문제를 푸는 것이었다. 수학 잘한다는 프랑스 학생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내 평생 이렇게 많은 문제는 처음 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근 OECD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리나라 15세의 수학 성적은 영국, 프랑스, 미국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런데 한국 고교생 상당수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라고 하고, 대학 수학과 수준은 선진국에 떨어진다.
▶논란이 커지자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심화 수학의 기본 개념은 다 배운다. 우리 교육은 한창 창의적일 나이에 문제 풀이만 시켜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했다. 수학은 제대로 알면 예술과 같은 극치의 미까지 느낄 수 있는 학문이다. 유럽의 예술가, 철학자, 문학가들이 수학자였던 이유가 있다. 수능 수학이 쉬워지는 대신 우리 수학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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