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건희·50억클럽’ 특검, 윤 대통령 국민 뜻과 맞설텐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과 화천대유 50억 클럽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고 대통령실은 곧바로 거부권 행사 입장을 밝혔다. 내년 총선 앞에 김건희 특검이 부상하는 걸 막겠다는 전략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통령 배우자가 관련돼 이해충돌에 해당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이 특검법 송부도 전에 거부 결정을 내린 것은 입법부를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이다.
‘김건희 특검법안’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주식 거래를 위한 통장 대여뿐만 아니라 시세조종 의심 거래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규정했다. 또 상당한 시세차익을 본 의혹이 있음에도 “검찰은 진상을 밝히지 않고 봐주기 수사를 반복하면서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특검 도입 사유를 밝혔다. 이 사건 주범들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고 권오수 전 회장의 1심 판결문에도 김 여사 실명이 수차례 적시됐지만, 대통령실은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엄호에 나선 바 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400여건의 압수수색을 통해 대규모 수사를 벌이고 있는 반면, 김 여사 사건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 소환 조사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누가 공정한 수사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김건희 특검법을 ‘총선용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올해 초 여당이 특검에 동의했다면 수사 결과는 지난여름에 발표됐을 것이다. 법 통과 시점을 두고 총선 운운하는 건 이 법안 협의·처리를 질질 끌어온 여당의 책임이 크다.
무엇보다 특검법 통과는 검찰이 자초한 일이다. 선배 검사·대통령 배우자에 대해 몸을 사린 검찰은 수사의 신뢰성을 잃은 지 오래다. 검사 출신들이 온갖 국정 요직에 진출한 ‘검찰공화국’에서 검찰이 왜 유독 자신들의 본분인 권력 비리 수사엔 눈을 감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김 여사는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논란을 빚고 있으나 검찰을 비롯한 어느 기관도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 특검 대안으로 거론한 대통령실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설치는 특검 도입과 무관하게 제도적으로 뒤따라야 할 사안이다.
김건희 특검이 도입되면 사건 발생 14년 만에, 검찰 수사 44개월 만에 진상규명이 이뤄지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은 가족과 관련된 특검에 대해 거부한 적이 없다. 윤 대통령은 이미 6번이나 헌법상 권리를 명분으로 국회로 법안을 돌려보냈다. 부인의 위법 의혹 수사를 막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살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특검법 지지가 70%에 달한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윤 대통령이 유독 이 사건 수사만 훼방하고 나서면 안 된다. 이제는 특검이 주가조작사건의 종지부를 찍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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