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민간 빚 비율, 올 3분기 역대 최고 기록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와 기업이 진 빚의 비율이 올해 3분기 들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가계대출이 증가한 데다 부동산 관련 기업 대출 역시 증가한 결과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올해 3분기말 현재 명목 GDP 대비 민간 신용 비율(이하 민간 신용 비율)은 227.0%를 기록했다. 1분기말(224.5%)보다 2.5%포인트 올랐고 2분기말(225.7%)에 비해서도 1.3%포인트 올라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민간 신용 비율 사상 최고 기록
민간 신용 비율은 지난해 4분기 225.6%까지 치솟았으나 올해 1분기 소폭 하락한 후 다시 반등했다.
민간 신용은 가계와 기업이 진 부채의 합이다. 따라서 이 비율이 올라갔다는 건 GDP에 비해 가계와 기업 빚의 규모가 그만큼 더 커졌음을 뜻한다.
관련해 3분기 말 민간 신용 비율을 가계신용 부문, 기업신용 부문으로 각각 나눠 보면, 명목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01.4%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101.5%)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명목 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같은 기간 123.0%에서 125.6%로 크게 치솟았다. 가계신용이 명목 GDP보다 큰 수준에서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은 가운데 기업신용이 크게 치솟으면서 전체 민간 신용 규모를 키웠다.
한은은 금년 4월 이후 그간 주춤하던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를 탔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1.3 대책으로 부동산 투자 규제가 대대적으로 풀린 영향이 본격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기 시작한 때다.
한은이 올해 자금용도별 신규취급 가계대출을 나눠 본 결과, 올해 1~3월 새로 발생한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 구입 용도 대출 비중은 41.3%에 머물렀으나 4~10월 들어 이 비율이 46.9%로 올라갔다.
반면 같은 기간 생계자금 용도 비중은 26.7%에서 21.3%로 축소됐다. 이는 정부 대책에 따라 부동산 투자 여유가 있는 계층이 그 혜택을 받아 더 큰 대출을 일으켰고 이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어갔음을 보여준다.
관련해 올해 3분기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59조1000억 원이며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1049조1000억 원이었다. 주담대 증가율은 전년 동분기 대비 4.0% 증가했다. 가계대출 잔액과 주담대 잔액 모두 사상 최대 기록이다.
한은은 "전기 대비 대출증감액으로 보면 주담대는 2분기(4~6월) 이후 증가폭이 크게 확대"했다며 "3분기 중에는 17조3000억 원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주담대 규모가 4월부터 본격적으로 커지면서 주택시장을 이끌었고 이 여파가 가계신용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규모가 커지면서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 3분기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0.89%로 1분기말 대비 0.06%포인트 올랐다. 다만 주담대 연체율은 0.36%로 기타대출 연체율(1.65%)보다 크게 낮아 아직 시스템 위험으로 커지지는 않고 관리되는 모습이다.
기업대출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3분기말 현재 기업대출은 1832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6.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은행 대출이 1241조 원, 비은행 대출은 591조7000억 원이었다. 은행 대출은 전년 동분기 대비 6.7% 증가했고 비은행 대출은 5.6% 증가했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대출은 전년 동분기 대비 14.4% 증가한 275조6000억 원이었고 중소기업대출은 4.8% 증가한 1552조4000억 원이었다.
한은은 대기업의 경우 회사채 발행금리가 높게 유지돼 은행 대출을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증가율이 컸던 반면, 중소기업은 "채무상환부담 증대, 부동산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했다고 분석했다.
금융불안지수 '주의단계'…경기회복 더딜 시 "대출 위험 커져"
이에 따라 금융시스템의 단기적 안정 여부를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 Financial Stress Index)가 올해 11월 19.3으로 올라 '주의단계'에 들어갔다. '주의'는 이 지수가 8보다 올라가는 구간에 해당한다.
한은은 "지난해 4분기 단기금융시장 불안 시 지수(24.3)"를 밑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당시는 레고랜드발 채권 시장 불안으로 인한 위험이 치솟을 때다.
중장기적 금융시스템 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 Financial Vulnerability Index)는 올해 1분기 46.3에서 3분기 41.5로 하락했다. 다만 하락폭은 줄어들었다.
한은은 "민간신용 레버리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가계신용 증가세가 기대만큼 둔화하지 않"고 있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높은 가계신용이) 금융시스템 내 잠재 취약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향후 경기회복세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높아진 금리 수준이 가계와 기업 상환능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력이 한층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기업대출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부동산·건설업, 도소매업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남에 따라 부동산 경기 부진과 소비회복 지연 등이 지속할 경우 해당 업종 기업의 채무상환부담이 늘어나고 관련 대출의 신용리스크가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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