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부는 냉동김밥 열풍… “매장 진열 1∼2시간만에 매진”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안용성 2023. 12. 2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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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 인기 이끄는 ‘올곧’
한 줄에 3달러99센트 ‘바바김밥’ 불티
손님당1개 제한에도 재고 없어 못팔아
구미공장서 날마다 4만개 제조 불구
전세계 주문량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
급속 냉동기술로 신선함·맛 모두 살려
美 진출 4개월여 만에 초대박 터트려
가격도 미국내 판매 김밥의 절반 수준
농식품 기업 약진… 새 수출 동력으로
#.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폴스처치 리스버그 파이크 거리에 있는 한 대형마트 매장. 이곳에는 한국 냉동김밥을 파는 진열대에 가격표 대신 안내판이 붙었다. 김밥은 이미 한 줄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알림’(Attention)이라는 제목의 안내판에는 “높은 수요와 제한된 재고로 인해 김밥은 고객당 2개로 제한된다”고 적혀 있었다.
한국에서 온 냉동김밥이 미국 현지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 줄에 3달러99센트, 세금까지 합치면 한 줄에 4달러(약 5200원)가 조금 넘는 김밥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이날 매장에서 한국 식품을 정리하던 직원 카렌은 김밥을 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오늘 아침에 들어왔는데 금방 다 나갔다”면서 “아침 일찍 오거나 저녁 8시쯤 와서 운이 좋으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김밥이 얼마나 인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카렌은 “재고를 유지하기가 힘들어 밤마다 물건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카렌은 “한동안 김밥이 들어오지 않다가 지난 10월 다시 김밥이 들어왔을 때 직원들이 다 같이 김밥을 먹어봤다”면서 “얼마나 맛있길래 이렇게들 사갈까 했는데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며 웃었다.

김밥에 대해 더 묻자 카렌은 매장에서 15년간 일했다는 매니저 알렉산더를 불렀다. 알렉산더는 “미국 560곳 모든 매장에 하루 두 박스만 김밥이 들어가고 한두 시간 안에 매진된다. 재고가 없어서 못 팔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김밥을 납품하는 트럭이 오는 저녁 8시쯤 김밥 진열대에 매일 4∼5명이 줄을 선다”고 말했다. 김밥을 사는 사람이 주로 한국인이냐는 질문에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미국인이든 모두가 좋아한다”고 답했다.
같은 날 페어팩스 메인스트리트에 있는 또 다른 매장에서도 김밥은 구할 수 없었다. 이 매장에는 두꺼운 펜으로 ‘김밥은 손님당 1개로 제한(우리는 모두가 맛보길 원한다)’이라고 적어뒀다. 김밥 진열대는 텅 비었고, 중국식 쿵파오 치킨과 브로콜리 비프는 가득 차 있었다.

한국식 불고기를 살펴보던 여성 고객 앤디는 “한국 음식을 종종 사 먹는다”고 했다. 김밥도 맛보았느냐고 묻자 “나쁘지 않았다”면서 “스시(초밥)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기대하지 않았는데 맛있었다”고 했다.

이달 중순 찾아간 경북 구미 ‘올곧’ 공장에서는 미국에서 냉동김밥 열풍을 일으킨 ‘바바김밥’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김밥이 만들어지는 공장 안에는 100여 명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렇게 매일 4만개에 가까운 김밥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올곧은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태다. 지난 8월 미국 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김밥 먹방’이 소개된 뒤 챌린지까지 등장하며 연일 화제를 끌고 있다.
지난 11일 경북 구미에 위치한 냉동김밥 전문업체 올곧 이호진 대표가 ‘바바김밥’ 등 수출상품을 설명하고 있다. 올곧 제공
올곧을 이끌고 있는 이호진 대표는 “잘될 거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반응이 올 줄은 몰랐다”며 “급속냉동 기술을 통해 신선함과 맛을 살린 데다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김밥 가격의 절반 수준이어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김밥이 미국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마트마다 김밥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SNS를 통해 재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될 정도다. 이 같은 인기는 김밥을 넘어 ‘K푸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내 ‘김밥 열풍’에는 올곧이 있다. 올곧은 ‘바바김밥’을 앞세워 미국에 진출한 지 4개월여 만에 ‘초대박’을 터뜨렸다. 우연히 찾아온 행운으로 보이지만 철저한 준비와 현지화 전략이 이뤄진 결과였다.

이호진 대표가 냉동김밥 사업에 뛰어든 것은 ‘불편함’에서 시작됐다. 건설사업을 하던 그는 늘 바쁜 일정 때문에 김밥을 먹는 일이 많았다. 그는 “김밥을 좋아하기도 했는데, 야근 등 먹다 남은 김밥을 어떻게 하면 오래 보관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냉동김밥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20년부터 6명의 직원과 냉동기술을 적용한 김밥을 표준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재료들의 익힘 정도를 달리하고 언제, 어떻게 먹어야 냉동김밥의 맛과 식감이 뛰어난지를 조사했다. 수출을 위해 맛살, 햄 등 ‘금지 재료’를 제외한 뒤 김밥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현지인의 입맛을 반영해 ‘바바김밥’을 완성시켰다. 이 대표는 “냉동김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린 후 10분 정도 지나서 먹을 때가 최상의 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미국에 첫선을 보인 바바김밥은 SNS에 입소문을 타고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올곧은 내년까지 20개 이상 생산라인을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하루에 80만개씩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이다.

올곧은 이 같은 ‘성공’을 지역 사회와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의 상당 부분을 지역 내에서 공급하고 있다.
냉동김밥 사업이 돈이 되자 대기업까지 진출을 앞두고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쟁도 이 대표는 ‘오히려 좋은’ 상황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는 “대기업이 들어온다는 것은 사업성이 있다는 반증”이라며 “김밥 제조 설비를 준비하는 데 최소 8개월가량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 우리 점유율과 인지도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인기를 바탕으로 유럽 등에 진출을 앞두고 있는 올곧은 내년 1800억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K푸드’ 약진… 새 수출 동력으로 뜬다

우리나라는 올해 수출 부진에 시달렸지만 농식품 분야에서는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11월까지 농식품 수출은 83억9000만달러로 전년(81억3000만달러) 대비 3.2% 증가했다. 특히 ‘K푸드+(플러스)’의 수출 실적이 두드러졌다. K푸드+란 농식품과 함께 스마트팜, 농기재, 동물용의약품, 펫푸드 등 농식품 관련 전후방 산업을 모두 합한 것을 의미한다. 농식품부는 올해 1월 ‘K푸드+ 수출 확대 추진본부’와 수출정보데스크를 마련해 기업과 소통하고, 지속적인 현장방문과 간담회를 통해 수출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있다.
수출 실적을 품목별로 보면 라면 수출이 8억7610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25.9% 증가했다. 품목 중에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과자류는 6억850만달러로 6.6% 늘었고, 음료는 5억3040만달러로 11.1%, 쌀가공식품은 1억9750만달러로 20.7% 증가했다. 또 신선식품 중에서 딸기는 5610만달러로 22.2% 늘었고, 김치는 1억4240만달러로 9.9% 증가했다. 배는 6420만달러로 5.5% 증가했다.

시장별로 보면 중국으로의 수출이 12억8810만달러로 11.1% 증가했으며, 미국으로의 수출도 12억250만달러로 8.5% 늘었다. 전후방산업은 26억3890만달러로 1.1% 증가했다. 면세점 판매는 1억2120만달러로 106.1% 증가했다.

권재한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해외 진출을 도전하는 농식품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수출 애로사항을 발굴해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작지원:2023년 FTA분야 교육홍보사업

구미=안용성 기자, 폴스처치(미국)=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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