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태영건설 결국 워크아웃, 시장 확산 후폭풍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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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 순위 16위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이 27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따른 유동성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시장에선 연쇄적 부실에 대한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금융권 추산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보증한 부동산 PF 대출은 지난 3·4분기 말 4조4100억원에 달했다.
부동산 PF 부실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는 정부 책임도 자못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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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석 가려 한계기업 정리 나서야
태영건설은 이날 만기 도래한 480억원 규모 빚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결국 워크아웃을 선택했다. 빚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현장의 PF 대출이다. 금융권 추산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보증한 부동산 PF 대출은 지난 3·4분기 말 4조41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내년이 만기인 우발채무만 3조6027억원이라고 한다. 우발채무는 부동산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시공사가 실제 떠안게 되는 채무다.
시장침체로 재무구조는 악화일로였다. 3·4분기 말 태영건설 부채비율은 478%에 이르렀다. 30위권 시공사 중 압도적 부채비율이다. 이달까지 갚아야 하는 대출 규모도 4000억원에 육박했다. 더 이상 빚으로 돌려막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워크아웃의 법적 근거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일몰됐다가 지난 26일 다시 시행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태영건설과 비슷한 처지의 건설사가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은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신세계건설 등 여러 기업이 PF 우발채무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은 진작부터 나왔다. 신세계건설 부채비율도 467%에 이른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 55곳 중 17곳의 평균 부채비율이 300%를 넘는다. 여기에다 신용등급 강등사태까지 직면했다. 아파트 붕괴사고, 과중한 재무부담 등의 이유로 주요 건설사가 줄줄이 등급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위 50위 건설사의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회사채 규모도 2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시장침체기에 맞물려 내년 건설업 전체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금융시스템 전체 리스크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PF 규모는 2020년 말 92조원에서 2021년 말 112조원, 올해 9월 말 134조원으로 불었다. 그사이 PF 대출 연체율은 2020년 말 0.55%에서 9월 말 2.42%로 급상승했다. 연체율은 증권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더욱 심각하다. 당국은 부실 확산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낙관할 계제가 아니다.
부동산 PF 부실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는 정부 책임도 자못 크다. 급작스러운 시장충격을 막겠다고 대주단 협약을 통해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유예를 유도하며 시간 끌기에 급급했다. 현장에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당국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 이미 정리됐어야 할 사업장에 인공호흡기를 달아주며 연명치료만 해줬다. 그러다 이달 들어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PF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지금이라도 부실사업장을 철저히 가려내 위기의 싹을 잘라내야 한다. 그래야 연쇄부실을 막고 금융리스크를 덜 수 있다. 지금 시기를 놓치면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당국도 내년 초 건설사 구조조정 방안 등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한계기업의 경우 과감히 퇴출시켜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기업 옥석 가리기가 어느 때보다 절박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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