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사재출연·알짜회사 매각해야 워크아웃 가능"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SBS·에코비트 주식 매각 관건
자회사팔아 대주주 1440억 챙겨
채권단 일각 부정적 여론 확산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하면서 금융권과 건설업계가 출렁이고 있다.
정부는 자금난에 시달려온 태영건설 사태를 '예고된 위기'로 보고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시장의 동요를 진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워크아웃은 신청만 한다고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채권단의 동의가 필요하다. 만약 채권단이 동의하지 않으면 태영건설 사태는 예고된 위험을 간과하다가 낭패를 당하는 '회색 코뿔소'로 돌변할 수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결정일은 내년 1월 11일. 태영건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자협의회를 소집해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주요 채권은행에는 민간사인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도 포함돼 있다. 내년 1월 3일에는 태영건설의 경영 상황, 자구 계획, 협의회의 안건 등을 공유하기 위해 산은에서 채권자 설명회도 진행한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채권단은 채권행사 유예기간 1개월(자산부채 실사 필요시 최대 4개월)을 부여한다.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서는 채권단 75%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는 워크아웃 성공을 위한 조건으로 △충분한 자구 노력 △채권단 협조 △시장 신뢰 △건설 경기 회복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이중 가장 방점을 둔 것은 대주주의 자구노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대주주가 사재를 털어서라도 채권단을 설득해야 한다고 태영건설을 압박했다. 태영건설이 방안을 마련하기까진 2주 가량 시간이 남아 있다.
현재 태영건설 측 자구노력과 관련한 핵심 이슈는 대주주의 사재 출연 규모와 SBS 지분 매각 여부 등이다.
하지만 채권단 내부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그간 태영건설 보여준 대주주 행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태영건설이 이달까지 갚아야 하는 대출 규모는 3956억원이다. 내년 4분기까지 1년 사이에 만기가 도래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보증 채무는 3조6027억원에 육박한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은 총 60개(9월 말 기준)로 추산된다. 그간 태영그룹은 환경 계열사인 에코비트 주식을 담보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KKR)에서 조달한 4000억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액 2400억원 중 일부, SBS미디어넷 주식을 담보로 얻은 대출금 760억원 등을 태영건설 유동성 지원에 사용했다.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전량은 KKR에 매각했고, 평택싸이로 지분 일부를 팔아치웠다. 태영건설로부터 분할 설립돼 경기와 경북 등지에서 골프장과 리조트를 운영하는 블루원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미 수조원 부실로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1조원으로 채권단을 설득하기는 신통치 않다.
이날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 지분매각 추진 소식이 전해졌지만 투자 심리를 부추기진 못했다. 에코비트는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티와이홀딩스(지분 25.4%)의 자회사다. 회사는 몸값 3조원에 달하는 알짜기업이다. 에코비트가 KKR과 합작회사인 만큼 매각을 위해선 KKR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태영인더스트리 지분을 KKR에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선 KKR을 통해 태영인더스리를 간접 지배하는 지분 구조를 만드는 게 아니냐는 억측마저 제기된다.
특히 앞선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의 행보는 채권단 설득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그룹의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가 태영인더스트리를 사모펀드 운용사 KKR에 매각하면서 매각대금 중 60%(1440억원)가 윤세영 창업 회장 일가에 흘러들어갔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주가 회사를 살리겠다는 절박함 없이 챙길 것은 다 챙기고 꼬리 자르기 하려고 한다면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냐"며 "사재 출연 등 대주주 의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SBS 매각 전망에 대해서도 티와이홀딩스는 공식 부인했다.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직후 SBS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SBS의 주식 매각이나 담보 제공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못을 박았다. 윤세영 창업회장은 SBS 지분 매각을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위기에 빠진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주주는 백의종군의 자세로 나서야 한다"면서 "과거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부 대주주들이 자신의 몫을 챙기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가 실패한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신뢰도가 깨진 상황에서 태영건설은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자구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업장에서 대주주와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태영건설은 이날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과 관련한 480억원 규모의 PF 채무의 만기를 앞두고 있었다. 대주단이 태영건설에 자구노력을 요청한 수준이 있으나 태영건설은 협상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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