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안녕하셨습니까] 독감·폐렴… 이젠 `멀티데믹`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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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인플루엔자(독감), 폐렴 등 호흡기 질환 환자로 병원이 북새통이다.
2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감기, 독감, 코로나19,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백일해 등 올 연말 다양한 유형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
이처럼 감기, 독감, 코로나19,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백일해 등 여러 호흡기 감염 동시 유행하자, 정부는 '멀티데믹'(multi-demic) 대책반을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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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기간 면역력 저하된 탓
호흡기 감염병 동반 습격
#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는 A씨는 연말 들어 사방에서 들려오는 기침소리에 매일 불안감을 느낀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감기나 코로나에 걸리지 않아도 마스크를 끼며 주의를 했지만, 이제는 다수가 밀집된 곳에서도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기침을 하는 등 경각심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는 아이들도 감기에 자주 걸려 온 가족이 주의를 하고 있다"며 "요새는 감기, 독감이 동시에 유행해서 아이를 키우는 집집마다 비상"이라고 말했다.
감기, 인플루엔자(독감), 폐렴 등 호흡기 질환 환자로 병원이 북새통이다. 올해 독감 유행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겨울 들어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유행 규모가 더 커지고 있다. 2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감기, 독감, 코로나19,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백일해 등 올 연말 다양한 유형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
질병청의 의원급 196곳 표본감시 결과 인플루엔자가 의심되는 환자는 12월 둘째 주에 외래환자 1000명당 61.3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셋째 주에 54.1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란 38도 이상의 갑작스러운 발열, 기침 또는 인후통이 있는 환자를 뜻한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의 경우 12월 셋째 주 입원환자가 253명으로 일주일 전(227명)보다 11.5% 늘었다. 1∼12세 유아와 학령기 아동이 전체 입원환자의 77.1%를 차지했다. 또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감염증의 12월 셋째 주 입원환자는 367명으로, 한 달 전의 거의 2배가 됐다. 이 감염증도 영유아(0∼6세) 중심으로 증가했다.
12월 셋째 주 백일해 환자는 26명으로, 한 달 전 최고점을 찍은 뒤 감소해 정체 양상을 나타내지만 해외에서 확산 중인 오미크론 BA.2.86 계열 변이 JN.1의 검출률은 5.8%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감기, 독감, 코로나19,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백일해 등 여러 호흡기 감염 동시 유행하자, 정부는 '멀티데믹'(multi-demic) 대책반을 가동했다.
병원 현장의 의사들은 "매년 겨울철에 호흡기 감염병이 돌았지만 올해는 환자가 특히 많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환자실에도 호흡기질환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사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지만 병원이 외래 환자들로 붐빈다"면서 "일반 성인들이 보통 1년에 두세 번 감기에 걸리고, 아이들은 네다섯 번 걸리는 경우가 있는데, 비슷한 시기에 몰리다 보니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년여간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도 하면서 여러 바이러스나 세균이 유행하지 못한 영향이 있다. 지역사회가 바이러스 유행에 취약해져 있다 보니 더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감기에 걸리는 것"이라며 3년 동안 안 걸린 바이러스를 지금 다 털어내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특히 0~2세 아이들은 코로나를 겪은 3년간 아예 독감이나 감기에 노출된 적이 없어서 더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부터 독감이 유행하다 노인들에게 퍼져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전형적인 패턴으로 가고 있다고 이 교수는 분석했다.
정부도 이 같은 동시다발적 감염 유행의 원인으로 '면역부채(Immunity debt)'를 꼽는다. 면역부채는 계절성 감염병에 노출되지 않아 면역력이 약해진 결과 그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크게 유행하는 현상을 말한다. 최원석 교수도 "팬데믹 당시 했던 여러 조치가 일정 수준 영향을 미쳤다"면서 "방역 조치가 완화되고 나서 몇년 정도는 지나야 독감 유행이 이전 패턴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간격으로 있었던 유행이 올해는 겹쳐서 더 도드라져 보인다"면서 호흡기 감염병은 모든 감염병 중에서도 전파율이 가장 높은 만큼 일상생활에서 감염병 예방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손 씻기, 마스크 착용하기, 예방접종 세 가지를 모두 지키는 동시에 감염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조치를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재갑 교수도 "기침을 하는 사람은 지하철 등 밀집된 공간에서 마스크 착용 등 에티켓을 지켜야 한다. 65세 이상은 독감백신을 80% 넘게 맞는데, 젊고 건강한 사람들도 접종을 하는 게 좋다. 정부도 코로나와 독감 예방 접종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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