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세수펑크에도…지자체 선심예산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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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60조원 규모의 역대급 '세수 펑크'로 인해 재정지출 규모를 줄이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중에는 내년 예산을 대폭 늘린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경제신문 집계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의 내년도 본예산은 총 220조5214억원으로 작년(214조6921억원) 대비 2.72%(5조8294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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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계획 살펴보니…
정부 돈 아끼려 지출 줄이는데
지방재정은 오히려 5.8兆 늘어
예산 80% 늘때 복지비 150% 급증
수년 쌓아둔 기금 헐어 '퍼주기'
지자체 "복지사업 못줄여" 항변
정부가 60조원 규모의 역대급 ‘세수 펑크’로 인해 재정지출 규모를 줄이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중에는 내년 예산을 대폭 늘린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들은 불어나는 복지비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광역단체 12곳, “내년 예산 늘리겠다”
28일 한국경제신문 집계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의 내년도 본예산은 총 220조5214억원으로 작년(214조6921억원) 대비 2.72%(5조8294억원) 증가했다. 세종시 서울시 광주시 대구시 경상남도 등 다섯 곳은 예산 규모를 줄였지만 나머지 12곳은 올해보다 늘렸다. 전라북도(12.53%) 충청남도(8.27%) 인천시(8.06%) 충청북도(7.08%) 경기도(6.97%)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세수 감소를 피부로 느끼는 광역·특별시에 비해 도 단위 지자체의 예산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지자체들이 세수 감소에도 예산을 늘릴 수 있는 비결은 지난 몇 년간 쌓아둔 기금이다. 회계상 쓰고 남은 돈(순세계잉여금)이나 연도마다 들쭉날쭉한 세입을 보정하기 위해 남겨둔 돈(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에서 꺼내쓰기로 한 것이다.
채권을 찍어 자금을 마련하기로 한 곳도 여럿이다. 서울시는 1조6908억원, 인천시는 2605억원 규모 지방채를 내년에 발행할 계획이다. 충청북도(1383억원)는 12년 만에, 전라북도(310억원)는 11년 만에 지방채 발행을 결정했다. 지방채는 쉬운 재원 마련 수단이지만 무한정 찍을 수는 없다. 광주시의회는 내년에 2400억원의 지방채 발행을 결정한 광주시의 채무비율이 주의(예산 및 기금 대비 부채비율 25%)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복지비 증가폭, 예산보다 2배 이상 커
빚을 내서라도 예산을 확보하려는 건 늘어난 복지비 때문이라는 게 지자체들의 항변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복지예산(순계 기준)은 2014년 39조6000억원에서 올해 101조7000억원으로 10년 새 2.5배(증가율 156.8%)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80.2%), 지자체들의 총예산 증가율(86.6%)을 뛰어넘은 수치다.
국민에게 약속해 둔 복지비가 급격히 늘어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국비에서 상당 부분 보조를 받지만, 지자체도 그만큼 매칭 형태로 예산을 써야 한다. 예컨대 강원도는 내년 예산이 7조5862억원인데 이 중 복지비가 2조4296억원으로 32.0%를 차지한다. 저출산 대응 6228억원, 노인복지 서비스 9518억원, 장애인 서비스 1938억원 순으로 비중이 높다.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으로 복지사업 건수도 크게 늘었다. 지자체의 연도별 사회복지 지출 건수(사업 수)는 2016년 6만1149건에서 지난해 9만82건, 올 들어 이날까지 9만2497건으로 증가했다.
세수가 급격히 증가한 지난 10여 년간 지자체들이 앞다퉈 단체장 이름을 딴 ‘OOO표 복지 사업’을 많이 만든 것도 문제다. 대표적인 예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만든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사업이다. 경기연구원조차 ‘효과가 작다’고 평가했지만 성남시와 의정부시 이외 나머지 29곳의 기초지자체는 사업을 유지하기로 했다. 경기도의 한 기초지자체 예산과장은 “복지사업을 없애면 지자체장에게 바로 화살이 날아온다”고 했다.
한 광역지자체의 기획조정실장은 “장기적으로 지자체 예산에서 복지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며 “쌓아둔 기금이 소진되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을 줄이는 것 외엔 허리띠를 졸라맬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상은/김대훈/최해련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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