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60점으로 습지 만들면서 1점만 비워둔 이유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그림은 아무리 현실 같아도 그림일 뿐이다.
화가가 만들어낸 그림 속 세상은 테두리라는 벽을 넘어설 수 없다.
그래서 60점의 그림을 가로 12m가 넘는 거대한 벽면에 퍼즐처럼 이어 붙여 습지의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 작가는 "뉴질랜드의 케플러 트랙이라는 습지에 놀러 갔다가 찍은 사진을 확대해서 그렸는데, 실제 습지는 그림보다 훨씬 더 작다"며 "실제 풍경을 그렸지만 비현실적으로 크게 확대했다는 점에서 추상화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 채우기보단 텅 빈 곳 보면서
원래 풍경을 상상해보길 바라"
그림은 아무리 현실 같아도 그림일 뿐이다. 화가가 만들어낸 그림 속 세상은 테두리라는 벽을 넘어설 수 없다. 사실주의 중견 작가인 이광호(이화여대 교수·사진)는 그 벽을 허물고 싶었다. 그래서 60점의 그림을 가로 12m가 넘는 거대한 벽면에 퍼즐처럼 이어 붙여 습지의 풍경을 만들어냈다. 작업을 마치고는 맨 위쪽 가장자리에 있는 그림 딱 한 점을 떼어냈다.
“관람객들은 그림을 떼어낸 빈자리를 바라보며 원래 있었을 풍경을 상상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림에 그려진 장면 밖의 세계, 습지 근처의 자연 풍경까지 상상하게 되지요. 이런 식으로 그림의 범위를 테두리 너머로 확장하고 싶었습니다.”
떼어낸 그림의 모습을 궁금해할 관객들을 위해 해당 그림을 좀 더 크게 다시 그린 뒤 맞은편 벽에 걸었다.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광호의 개인전은 이렇게 ‘그림의 본질’이라는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장르는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다.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구상화인지 추상화인지가 결정돼서다. 벽면 풍경을 구성하는 59점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구상화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추상화다.
이 작가는 “뉴질랜드의 케플러 트랙이라는 습지에 놀러 갔다가 찍은 사진을 확대해서 그렸는데, 실제 습지는 그림보다 훨씬 더 작다”며 “실제 풍경을 그렸지만 비현실적으로 크게 확대했다는 점에서 추상화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전시 제목이 ‘Blow-up’(확대)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작품들은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의미를 몰라도 누구나 보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그려서다.
붓질과 색, 질감이 캔버스마다 미묘하게 다른 점이 ‘보는 맛’을 더한다. “캔버스의 질감은 음식의 육수와도 같아요.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림 전체의 느낌을 좌우하지요. 저는 저만의 매너와 붓질을 발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그 결과물입니다.” 전시는 내년 1월 28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 클래식과 미술의 모든 것 '아르떼'에서 확인하세요
▶ 한경 창간 60주년 구독신청 사은품 보기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 기업들 어쩌다 "돈 벌어서 이자도 못내"…빚 폭탄 '째깍'
- 삼성전자 제쳤다…에코프로 형제 거래대금 280조 '투자 광풍'
- 60兆 세수펑크에도…지자체 선심예산 '펑펑'
- 본점 2조·잠실 명품관 1조…롯데백화점 '신기원'
- 휴대전화 넣고 '철컹'…'도파민 디톡스'를 아시나요 [여기잇슈]
- "남친과 무기 들고 파티까지"…미인대회 출신 모델의 최후
- "맞짱 뜰 기세" 中 백두산 호랑이, 승용차와 '꼿꼿 대치' 화제
- "이 멤버로는 우승"…클리스만호, 아시안컵 선수명단 발표
- 6만명 몰린 '팝스타' 콘서트서 사망한 팬, 사인 밝혀보니
- 이선균 협박해 5000만원 받아 낸 20대 여성 구속…"도주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