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강행처리에 정국 급랭…여야 타협없는 극한대치
野 "법 앞에 성역 없다"…'방탄 프레임'으로 여권 고강도 압박
대통령실, 본회의 통과 직후 "즉각 거부권 행사"…네번째 재표결 수순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정아란 설승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을 위시한 야권이 28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 임명 법안 등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면서 연말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민주당은 "법 앞에 성역이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특검법 수용을 압박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총선용 악법"으로 규정하며 즉각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고, 대통령실은 곧바로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혔다.
이처럼 양보 없는 여야 간 대치 양상은 총선을 100일여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선거 전략과 맞물리면서 향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재표결 과정에서 점점 더 날카롭게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개입했는지 특검을 통해 규명하려는 것이 골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특검 추천권이 없다.
특검은 20일 준비기간을 거쳐 70일간 수사할 수 있고 수사 과정에서 내용을 언론에 공표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내년 4월 10일 총선 전까지 정국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검찰이 그동안 김 여사 의혹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해왔다며 야당이 추천하는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검찰이 장기간 수사해 혐의점을 찾지 못한 사건에 대해 특검을 밀어붙이는 것은 총선용 공세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날 함께 통과된 '50억 클럽' 특검법은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가 법조계 고위 인사 등에게 50억원씩 뇌물을 주기로 했다는 사건을 특검을 통해 조사하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를 '물타기' 하려는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이들 특검 법안은 민주당의 총선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장 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 '김 여사 방탄' 프레임을 걸며 여권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온 특검법이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결국 법안은 부결될 게 유력하지만, 그동안안 여권은 정치적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재표결 시기를 늦춰 국민의힘 공천 탈락자 등 이탈표를 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장 밖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쌍특검법을 "총선용 민심 교란", "이재명 방탄용 악법"이라고 규정하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정식으로 건의했다.
민주당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총선용으로 통과시킨 것이 절대 아니다.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국민의힘"이라고 반격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두고도 "대통령이 항상 공정과 상식을 국민들에게 말했다"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대통령실은 쌍특검법이 통과된 직후 '거부권 행사'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 앞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들과 달리 대통령실이 본회의 통과 즉시 거부권 행사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특검의 부당함을 알리는 여론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특검 찬성 여론이 높게 나타났던 만큼 총선 앞 민심 추이에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특검 불가 입장을 고수하되 특별감찰관이나 제2부속실 설치 등을 대안으로 건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당 일각에서 거론된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놓고도 여야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놓고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이날 민주당은 다음 달 9일 이태원 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은 여당과 합의하면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안(특검 조항 삭제·총선 이후 시행)대로 처리하고, 합의가 불발되면 민주당 원안대로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조만간 취임 인사 겸 이 대표를 예방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여야가 꽉 막힌 정국 현안을 놓고 협상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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