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된 배우 이선균, 24년 연기 인생을 돌아보다[TEN초점]
'파스타'부터 '나의 아저씨'
'기생충'으로 안은 영광까지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배우 이선균이 '마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내 차량에서 27일 오전 끝내 숨진 채로 발견됐다. 향년 48세.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이선균은 대중들에게 웃음과 울음을 전해준 재능 가득한 배우였다.
1975년생 배우 이선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1기 출신으로, 데뷔 24년차 배우다. 1999년 비쥬의 뮤직비디오 '괜찮아'로 데뷔했으며 2001년 MBC 시트콤 '연인들'로 TV 첫 데뷔를 했다. 2004년 '닥터러브', '반투명', 2005년 '연애', '거미여인의 사랑법'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경력을 다져나갔지만, 그의 20대는 무명 생활의 연속이었다.
연기 인생의 반환점이 된 작품은 2007년 MBC 드라마 '하얀거탑'. 이선균은 '하얀거탑'에서 명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부교수 최도영 역을 맡아 다소 유약해 보이지만 담대함까지 공존하는 의사를 소화해냈다. 초반 작품에서 백수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이선균은 '하얀거탑'에서 진중한 느낌의 의사로 이미지 반전에 성공했다.
같은 해,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재벌가 최한결(공유)의 사촌 최한성 역으로 극 중에서 고은찬(윤은혜)에게 '키다리 아저씨' 마냥 힘이 되어주는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얀거탑'과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MBC 연기대상 미니시리즈 부문 황금연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특유의 동굴 저음의 목소리로 "봉골레 파스타 하나"를 외치던 셰프 최현욱 역을 맡았던 MBC 드라마 '파스타'(2010)와 연신 실수하는 찌질하지만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성장하는 늦깎이 인턴 의사 이민우 역을 연기했던 '골든타임'(2012)에서 주연 배우로서의 입지를 차근차근 다져나갔다.
그외에도 2018년 방영되었던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고단한 삶을 버텨내며 살아가는 이지안(아이유)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던 좋은 어른 박동훈 역을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안겨주기도 했다.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라는 엔딩 부 이선균의 내레이션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했다.
브라운관뿐만 아니라 영화계에도 많은 족적을 남겼다. 2012년 영화 '화차'(감독 변영주)에서는 사라진 약혼녀 선영(김민희)로 인해 남겨진 흔적을 뒤쫓는 남자 문호 역을, 같은 해 '내 아내의 모든 것'(감독 민규동)에서는 아내 정인(임수정)과의 이혼을 원하지만 직접 헤어지자는 말을 하기는 겁나는 소심한 남편 두현을 맡아 '제 아내를 유혹해달라'라며 카사노바 성기(류승룡)에게 부탁하는 찌질한 유쾌함을 보여줬다.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2010),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우리 선희'(2013) 등에 출연하면서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예술 독립영화로도 영역을 확장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 선희'에서는 영화과 졸업생 선희(정유미)의 전 남자친구이자 갓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문수 역으로 출연하며, 술잔을 기울이면서 선희와의 과거를 추억하고 애정하는 현실감 넘치는 장면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런가 하면, 2014년 개봉한 영화 '끝까지 간다'(감독 김성훈)에서는 어머니의 장례식, 아내의 이혼 통보, 내사 소식에 실수로 사람을 치는 사고까지 꼬일 대로 꼬여버린 형사 고건수를 연기하며 특유의 짜증 섞인 연기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초조해하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2015년, 상대역이던 배우 조진웅과 함께 제51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이선균의 연기 인생은 또다시 방점을 찍었다. 봉준호 감독의 2019년 개봉한 영화 '기생충'을 통해 이선균은 월드스타의 반열에 올랐던 것. '기생충'은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극 중에서 이선균은 기택(송강호) 가족이 신분을 숨기고 일하는 저택에서 사는 박사장 역으로,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다가도, 운전기사인 기택의 냄새를 킁킁 맡으며 "내가 원래 선을 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데. 근데 냄새가 선을 넘지, 냄새가"라며 은근히 기택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는 추후에 기택의 인내심이 폭발하는 발화점이 되기도 했다.
2023년에는 드라마 '법쩐'과 영화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과 '잠'(감독 유재선)으로 열일 행보를 보여줬다. '킬링 로맨스'에서 야비해 보이는 콧수염에 버터를 먹은 듯 잔뜩 혀를 굴린 발음으로 자만심이 가득 채워진 전무후무한 캐릭터 조나단 나를 연기하며 신선한 충격과 함께 끝없이 도전하는 배우라는 인상을 남겼다.
'잠'에서는 수면 중 이상행동을 보이는 남편 현수 역을 맡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임신 중인 아내 수진을 위협하는 현실 스릴러로 최근 관객들을 찾았다. '잠' 개봉 당시 인터뷰를 통해 본 기자와 만난 이선균은 데뷔 24년 차로서의 연기 고민과 갈증을 털어놓기도 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이선균은 특유의 차분한 말투와 짧지만 깊은 생각이 녹아들어 있는 묵직한 생각을 기자들에게 전해줬었다.
"갈증과 고민 모두 있어요. 내가 하는 표현이나 생각하는 것이 고여있으면 안 될 텐데, 정체되지 않고 흘러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만나고 싶은 감독들은 더 많아요. (홍상수 감독, 봉준호 감독 등 거장 감독님들을) 만난 것 자체가 너무 운이 좋았어요. 요즘은 디즈니 플러스 '무빙'을 보다가 히어로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요"라고 중견 배우가 된 지금에도 연기에 대해 끝나지 않는 고민을 하면서 도전을 멈추고 싶지 않다고 말했었다.
지난 10월 불거진 '마약 혐의' 사건 조사 이전, 생전 마지막 인터뷰(뉴스매거진 시카고 10월 7일 자 인터뷰/ 10월 10일 자로 방송)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연기란 무엇인 것 같느냐는 질문에 이선균은 "어떻게 보면 일기 같아요. 이번에 상 받은 게 어느 일기장에 그냥 겹겹이 쌓인 것들을 보고 지금까지 한 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좀 열심히 했다. 이렇게 주는 상이라면 또 다른 일기를 좀 잘 써나가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라고 담담하게 언급한 바 있다.
그가 24년 동안, 열심히 쌓아온 필모그래피는 지난 10월 불거진 '마약 혐의' 투약 사건에 연루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세 차례의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던 이선균은 1차, 2차 모두 음성 판정받았고 마약 혐의를 부인했다. 27일 오전 10시 30분 즈음 이선균은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 차량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향년 48세, 배우 이선균은 2023년 12월 27일 세상을 떠났다. 영화 '탈출:PROJECT SILENCE'(감독 김태곤)와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은 이선균의 유작이 됐다.
RIP. 故 배우 이선균 1975년 3월 2일 ~ 2023년 12월 27일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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