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령층 빈곤 상징 '폐지 줍는 노인' 4만2000명, 시급 1226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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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어디를 가도 거리에서 마주치는 폐지 수집 노인들의 시급이 1,000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가 28일 발표한 '2023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지를 줍는 노인은 전국에 4만2,000명으로 추산됐다.
조사는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폐지 수집 노인 1,03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폐지 수집 노인에 대한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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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이상 "생계비 마련 위해 폐지 모아"
경제활동 했었지만 "타 직종 구직 곤란"
전국 어디를 가도 거리에서 마주치는 폐지 수집 노인들의 시급이 1,000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80% 이상은 예전에 경제활동을 했지만 지금은 폐지에 생계를 의지하고, 건강은 다른 노인들에 비해 열악한 상태였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전수조사를 거쳐 이들을 노인일자리사업에 연계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전국 고물상 중 표본 추출해 일대일 조사
보건복지부가 28일 발표한 ‘2023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지를 줍는 노인은 전국에 4만2,000명으로 추산됐다. 평균 연령은 76세이고, 80세 이상도 30.4%를 차지했다. 여성보다는 남성(58%) 노인이 조금 더 많았다.
조사는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폐지 수집 노인 1,03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복지부는 전국 고물상(4,282개)을 파악한 뒤 지역 대표성을 가진 105곳을 표본으로 추출했다. 이어 폐지를 납품하는 노인에 대해 일대일 조사를 실시했다. 폐지 수집 노인에 대한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노인들은 하루 평균 5.4시간, 주 6일을 일해 월 15만9,000원을 벌었다. 시간당 소득은 1,226원으로 최저임금(9,620원)의 12.7%에 불과했다. 기초연금 등을 더한 평균 총소득은 74만2,000원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전체 노인 개인소득 평균(129만8,000원)의 57%다.
폐지 수집을 하는 이유로는 생계비 마련(54.8%)이, 시작 계기로는 타 직종 구직 곤란(38.9%)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노인들이 꼽은 애로사항 1위는 폐지 납품 단가 하락(81.6%)이었다. 폐지 단가는 2017년 ㎏당 144원에서 올해 74원으로 반토막 났다.
다른 노인들에 비해 건강 상태도 나빴다. 자신이 건강하다고 인지하는 비율은 21.4%로, 전체 노인(56.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우울 증상을 보이는 비율(39.4%)은 일반 노인의 2.9배였다.
폐지로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 대부분은 65세 이전에 경제활동을 했다고 답했다. 85.9%가 경제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고, 평균 활동 기간은 23.7년이었다. 경제활동을 중단한 이유는 건강 악화(39%), 해고·명예퇴직(26.1%) 등이었다.
노인일자리 연계...원하지 않는 노인들은 어떻게
복지부는 내년 상반기 전수조사를 통해 폐지 수집 노인들을 노인일자리 사업에 연계할 계획이다. 건강이 좋지 않거나 75세 이상 고령은 월 29만 원까지 지원 가능한 공익활동형에, 근로 능력이 높거나 소득 활동 욕구가 있는 노인은 사회서비스형(월 76만 원) 일자리를 지원할 방침이다. 기초연금 같은 공적 제도를 이용하지 못할 경우 신청을 돕고, 우울증·치매 등 건강 상태가 나쁜 노인은 맞춤 돌봄서비스도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폐지 수집 노인들의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 욕구가 낮은 것은 걸림돌이다. 실태조사에서도 노인일자리 사업을 알고 있는 비율은 79%였지만 현재 참여 중인 노인은 9%에 그쳤다. 게다가 57.7%는 향후 참여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노인일자리사업 소득이 폐지 수집보다 많은 만큼 상담을 통해 최대한 일자리를 연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계속 폐지 수집을 원하는 노인들을 위해 '자원재활용 시장형 사업단'도 제시했다. 폐지를 수집해도 월 38만 원의 소득을 보장하는 대안이다. 사업단 참여 시 방한·안전장비가 지급되고, 상해보험에도 가입된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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