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빠진 국방부 …"독도는 분쟁지역" 서술, 지도에선 누락

정신교육교재 곳곳에 오류 … 부랴부랴 전량회수
日 영유권 주장에 빌미 제공
한국정부 공식입장과 배치
지도마다 독도표기도 빠져
尹 "결코 있어선 안될 일"
野 "친일 정신교육 교재냐"

국방부가 펴낸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서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으로 서술하는 등 부적절한 표현이 여러 군데 발견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방부를 크게 질책하고 즉각 시정할 것을 지시했다. 이날 국방부는 각급 부대에 배포된 교재를 전량 회수하고 집필 과정상 문제점을 점검하는 등 신속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발간된 교재를 살펴보면 198쪽에서 한반도 주변 정세를 설명하며 문제가 된 표현을 썼다.

국방부는 교재에서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국을 언급하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해외로 투사하거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 문제 등 영토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기술했다. 이는 일본이 제기하는 '독도 영유권 분쟁'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정부 입장과 동떨어진 설명이다.

교재에 포함된 한반도 및 주변 지도에 독도가 표시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거세다. 실제로 이번 교재에 쓰인 지도에 제주도와 울릉도는 명시됐지만 독도는 따로 표시되지 않았다.

교재에서 북한과 관련해 잘못된 설명도 눈에 띈다. 국방부는 교재에 "북한은 국가로 '김일성 찬양가'를 사용한다"고 썼지만 북측 국가인 '애국가'에는 김일성 주석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 이는 북측 '애국가' 작곡자인 김원균이 '김일성 장군의 노래'도 작곡한 것을 혼동한 결과로 보인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국방부가 최근 발간한 장병 정신교육 자료에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인 것처럼 기술한 것을 보고받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크게 질책하고 즉각 시정 등 엄중히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같은 날 "(교재에) 기술된 내용 중 독도 영토분쟁 문제, 독도 미표기 등 중요한 표현상 문제점이 식별됐다"면서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교재를 전량 회수하고 집필 과정에서 있었던 문제점들은 감사 등을 통해 신속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교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치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이른 시일 내에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한 교재를 보완해 장병들이 올바르고 확고한 정신무장을 갖추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야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국방부를 질타하며 신속한 시정 조치를 촉구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언론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국방부 교육자료의 독도 관련 서술은 현실에도, 국제법적으로도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일갈했다. 한 위원장은 "독도는 명백한 그냥 대한민국 영토"라며 "즉각 바로잡아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날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재 속 지도에 독도가 표기되지 않은 점을 강력히 비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설 의원은 "교재는 일본과의 관계와 관련해 역사와 영토 문제를 일절 기술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일본을 미래 협력과 동반자적 관계로 언급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친일 정신전력 교재로 둔갑했다"고 꼬집었다.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는 장병 정신전력교육의 기준이 되는 지도서로 5년마다 개편·발간된다.

[김성훈 기자 / 박윤균 기자 / 이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