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회장이 짠 위원회가 차기후보 결정 '기울어진 운동장'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조윤희 기자(choyh@mk.co.kr) 2023. 12. 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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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이사장 '회장 선출 절차' 문제제기
현직회장 자동으로 후보 올라
숏리스트 선정과정도 비공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
"KT대표 선임기준 적용할것"
최대주주 국민연금 결정 방향
다른기관 표심에 영향 미칠듯

◆ 포스코 차기회장 논란 ◆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그 절차가 공개적이지 않고 밀실 속에서 진행된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포스코 최대주주다. 포스코그룹의 차기 사령탑 선정은 안갯속으로 빠지게 됐다.

김 이사장은 28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해)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전 KT가 최고경영자(CEO) 선임 관련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시한 외부 전문가 중심의 인선 자문단 운영,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중심 후보 추천 등 일련의 개선 과정을 소개했다.

김 이사장이 사실상 포스코의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 일주일 만에 개선을 요구하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앞서 그룹 지주사 격인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형 신(新)지배구조 개선안'을 통해 신임 회장 후보를 발굴해온 '승계 카운슬' 역할을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담당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현직 회장과 가까운 사외이사들이 향후 리더를 발굴한다는 점에서 "심판을 정해놓고 게임하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도록 규칙을 바꿨다. 이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지 않아도 자천, 타천에 의해 차기 회장 후보군 롱리스트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최 회장의 3연임을 위한 유리한 개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후추위가 가동돼 차기 회장 인선 절차에 돌입했지만 최 회장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김 이사장은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 관련 절차에 공정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특히 오너 없는 전문경영인과 소유 분산 기업인 포스코가 시장과 유기적으로 소통하지 않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건 주주 권익을 침해하는 요소라는 게 김 이사장 판단이다. 김 이사장이 포스코의 '깜깜이 절차'를 지적하면서 KT 사례를 언급한 것도 의미가 있다.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절차에 대해선 향후에도 적극적인 개선 요구를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포스코그룹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최대주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1월 9일 기준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 지분 6.71%를 가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주주는 국민연금이 유일하다.

KT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당시 지분율 10.4%) 외에 현대차(7.7%), 신한은행(5.6%) 등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있었다. 다만 포스코홀딩스는 소액주주 지분이 75.52%에 달한다. 사실상 대주주로서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방침을 정한다면 기타 주주들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 말 KT 이사회가 구현모 전 대표를 차기 대표 후보로 결정하자 3시간 만에 "경선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결국 KT 이사회는 구 전 대표 연임을 확정했던 의결을 백지화하고 후보를 원점에서 재공모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구 전 대표 측근인 윤경림 전 KT 사장이 차기 대표 후보로 낙점됐지만, 반대에 부딪혀 중도 사퇴했다.

향후 주주총회에 상정될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 안건은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수책위는 그동안 국민연금의 민감한 의결 사항에 대해 전문적 의견을 개진해온 조직이다. 수책위는 지난 11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안건을 수책위에 올려달라고 콜업한 바 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CEO 선임 등 사안이 중대한 안건에 대해서는 경중에 관계없이 수책위에서 논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국민연금이 금융지주 등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들의 CEO 선임에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차창희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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