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업체가 낸 환경영향평가서 조사해 보니···“의도적 조사 회피”

강한들 기자 2023. 12. 2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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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군 석보면 맹동산 일대에 설치된 풍력발전소의 지난 2015년 모습.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 대상지 인근에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북 영양군에서 풍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풍력발전업체 AWP가 제출한 전락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할 뿐만 아니라 거짓으로 작성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평가서를 1년여간 조사한 AWP영양풍력발전 공동조사단은 조사 결과를 환경부 ‘거짓·부실 검토 전문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려 판단을 받기로 했다.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과 무분별한 풍력 저지 영양·영덕 공대위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쥐, 식생, 산양 등 3개 동·식물상 조사 내용에 거짓, 부실 작성 가능성을 확인하고, 거짓·부실 검토 전문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거짓·부실 검토 전문위원회는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 작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할 때 구성한다. 조사단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약 1년간 활동했다.

AWP는 2015년 4월 영양군에 3.3㎿ 풍력발전기 27기, 진입도로 14㎞를 설치하는 내용으로 처음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2016년 11월 본안을 제출했는데 환경부는 ‘부동의’했다. AWP는 지난해 7월 풍력발전기를 15기로 축소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을 재접수했고 환경부는 같은해 8월 산양이 확인된 1기를 빼는 등 조건으로 협의를 마쳤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 전 단계로 입지 자체가 타당한지, 계획이 적정한지 등을 검토하는 절차다.

조사단은 7차에 걸친 조사단 회의, 현장 조사, 전문가 회의 등을 통해 박쥐·식생·산양 조사 방법과 내용에서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조사에서 박쥐는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9월 국립생태원의 현지 조사에서는 붉은박쥐(멸종위기 1급)가, 지난 6~11월 사업자가 추가로 진행한 박쥐 조사에서는 작은관코박쥐(멸종위기 1급)를 포함한 총 14종의 박쥐가 나왔다. 평가대행업체 측은 조사에서 박쥐가 발견되지 않았던 것에 대해 “해가 질 때 육안으로 확인했는데 박쥐류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는데 전문가들은 “박쥐를 전혀 볼 수 없는 조사 방법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경북 영양군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예정지 인근 2곳에서 멸종위기종 1급인 산양이 추가로 발견됐다. 사진은 13번 풍력발전기에서 약 80m 지점 떨어진 곳에 산양이 촬영된 모습. 이은주 의원실 제공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사업 구간 내 산양 서식도 빠져 있다. AWP는 산양 정밀 조사에서 풍력발전기 중 1개소에서만 산양 서식을 확인했다고 밝혔고, 환경부는 이에 따라 1대만 사업 구역에서 배제했다. 이와 달리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주민들이 설치한 무인카메라에는 풍력발전 사업 예정지 인근 21곳에서 산양이 촬영됐다.

조사단은 양쪽 조사 결과에 왜 이렇게 차이가 큰지 이유를 살피기 위해 사업자와 주민이 서로 가깝게 카메라를 설치한 7개 지점을 확인했다. AWP 측은 현장 조사 과정에서 유명 산양 전문가인 조범준 야생동물연합 사무국장이 조사에 참여해 카메라 위치를 정했다고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조사 결과 AWP는 낮은 평지, 산등성이, 구릉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산양은 주로 산 능선을 따라 움직이고, 바위 절벽 지대에서 살아간다. 조사단에 참가한 산양 전문가는 “산양이 바위 절벽 지대에서 사는 것은 일반인도 아는 상식임에도 경험 많은 전문가가 이런 곳에 카메라를 설치한 것은 의도적으로 산양 촬영을 회피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은 식생 분야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현지 조사 기록이 현장에서 작성되지 않았다고 봤다. 지난 4월 현장 조사 당시 평가대행업체가 현장에서 작성한 식물상 조사 기록이 전략환경영향평가서상 조사 기록과 크게 달랐다는 것이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환경부 자료를 확인한 결과 2018년 거짓·부실 검토 전문위원회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도 거짓이나 부실로 평가된 사례가 없다”라며 “환경영향평가 업체 관계자가 참여해 동종업계인 평가업체 편을 들고, 환경부도 엉터리로 협의해준 환경영향평가를 면피하기 위한 절차로 활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원회를 반드시 공정하게 구성해야 하고, 1년 숙고 끝 나온 공동조사단 결론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윤용희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과장은 “거짓·부실검토 전문위원회는 이르면 다음 달 말 열릴 것”이라며 “위원회는 법에 따라 5급 이상 담당 공무원, 관계기관 공무원,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다”라고 말했다.


☞ [단독]KEI는 지침 충족 못 한다는데 영양 풍력 조건부 승인한 환경부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209131715011


☞ 풍력발전 예정지서 없다던 산양 또 발견…환경영향평가 부실 의혹 증폭
     https://www.khan.co.kr/environment/environment-general/article/202306261158001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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