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K바이오 기술수출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3. 12. 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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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 치료제 '타미플루'는 그해 스위스 제약사 로슈에 20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안겼다.

바이오 기업이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을 타사에 넘기는 것을 '기술수출(이전)' 혹은 '라이선스 아웃'이라고 한다.

이에 바이오벤처는 전임상(동물임상)이나 임상 1상 단계에서 기술수출 기회를 찾는다.

최근 레고켐바이오가 '항체약물접합체(ADC)' 방식을 이용한 항암 물질(LCB84)을 얀센에 기술수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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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 치료제 '타미플루'는 그해 스위스 제약사 로슈에 20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안겼다. 하지만 타미플루는 처음부터 로슈가 만든 게 아니다. 1996년 미국 바이오벤처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임상 1상을 끝내고 신약 물질에 대한 권리를 로슈에 넘긴 것이다. 이전 조건은 계약금 5억달러에 추후 매출액의 22%를 받는 것이었다. 이후 로슈가 임상 2·3상에 성공해 미국과 유럽 판매허가를 받았다. 길리어드는 타미플루를 계기로 급성장해 지난해 매출액 1003억달러(약 135조원)로 세계 10위 제약사가 됐다.

바이오 기업이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을 타사에 넘기는 것을 '기술수출(이전)' 혹은 '라이선스 아웃'이라고 한다. 기술수출은 주로 임상 초기에 이뤄진다. 막대한 임상 비용과 개발 후 판매를 감안하면 일찌감치 다국적 제약사와 협력하는 게 낫다. 이에 바이오벤처는 전임상(동물임상)이나 임상 1상 단계에서 기술수출 기회를 찾는다. 임상 2·3상이 끝났는데도 러브콜이 없다면 신약 가치가 낮다는 증표일 수 있다.

2018년 유한양행은 미국 얀센에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을, 2015년 한미약품은 프랑스 사노피에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기술수출했다. 둘 다 임상 2상 중에 이뤄졌다. 물론 모든 기술수출이 소기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신약 물질을 이전받은 회사가 개발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계약 권리는 반환된다. 이러다 보니 '기술수출=주가 급등' 공식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최근 레고켐바이오가 '항체약물접합체(ADC)' 방식을 이용한 항암 물질(LCB84)을 얀센에 기술수출했다. 반환 의무 없는 선급금 1억달러와 개발 단계별 기술료까지 총 17억달러(약 2조2400억원) 규모다. 올해 K바이오 기술수출은 공개된 것만 총 20건, 약 8조원에 달한다. 2년 전의 절반 수준이지만 어려운 가운데 나름 선방한 데 대해 박수를 보낸다. 반면 기술수출이 반드시 신약 개발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은 거듭 명심할 필요가 있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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