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순물 유감

2023. 12. 2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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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는 지구상 생물에게는 꼭 필요한 고마운 존재입니다.

물질의 순수성이 절대로 요구되는 의약품의 제조와 금속 제련 과정에서는 공기 중의 산소와 질소가 불순물로 작용하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순수한 철에 탄소를 불순물로 첨가하면 그 양이 증가할수록 강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에 맞춘 철을 탄소의 양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절연체도 불순물이 들어가면 전도체로 변하는 현상이 관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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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는 지구상 생물에게는 꼭 필요한 고마운 존재입니다. 공기가 없다면 호흡이 이루어지지 않아 생물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마운 공기도 귀찮은 분야가 있습니다. 물질의 순수성이 절대로 요구되는 의약품의 제조와 금속 제련 과정에서는 공기 중의 산소와 질소가 불순물로 작용하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불순물이라고 해서 모두 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순수한 철에 탄소를 불순물로 첨가하면 그 양이 증가할수록 강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에 맞춘 철을 탄소의 양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21세기 문명의 총아로 전자제품에 반드시 사용되는 반도체에서도 불순물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반도체는 첨가되는 불순물의 종류와 양에 따라 전기적 성질이 달라집니다. 절연체도 불순물이 들어가면 전도체로 변하는 현상이 관측됩니다.

2023년 세계 과학계는 불순물로 인해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연구팀이 2023년 7월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발표한 새로운 결정구조 'LK-99' 때문입니다.

저자들은 논문에서 'LK-99'가 상온보다 훨씬 높은 온도인 127도 아래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체라고 발표했습니다. 'LK-99'가 상온에서도 초전도 상태가 되는 물질이라면 이는 인류 역사상 위대한 발견 중 하나이므로 당연히 이 연구 논문은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세계의 유명 연구기관과 대학에서 'LK-99'에 대한 재현 실험이 앞다투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우리에게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자연과학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저명하다고 평가되는 학술지 네이처(Nature)가 재현 실험의 데이터들을 종합 분석하여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LK-99'가 초전도체처럼 보인 것은 'LK-99' 내부에 불순물 형태로 섞인 황(S)과 구리(Cu)의 화합물인 황화구리 Cu2S 때문이라고 네이처는 설명했습니다.

'LK-99'의 화학식은 Pb9Cu(PO4)6O로 황이 들어가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LK-99'를 만들기 위한 원료 중 황산납(Pb(SO4)) 분말이 있어서 제조 과정 중에 황이 구리와 화합하여 Cu2S를 시료에 남겼기 때문이라 판단됩니다. 저자들은 시료의 제조 과정에서 황이 날아간다고 서술했으나 시료의 X선 분석 데이터에 소량의 불순물 Cu2S가 분명히 보였습니다. Cu2S는 약 100도 근처에서 전기저항이 급격히 변하는 물질입니다. 따라서 시료에 Cu2S가 섞여 있다면 높은 온도에서 온도를 낮추어 가며 전기저항 측정 시 100도 근처에서 급격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소량의 불순물 Cu2S로 인한 착각이었다고 재현 실험자들은 주장합니다.

그러나 상온 초전도체 개발을 위한 저자들의 노력이 세상에 대단히 큰 파장을 일으킨 사실은 높이 평가해야 할 일입니다. 상온 초전도체 연구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전 세계가 귀를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저자들이 개발했다는 상온 초전도체 'LK-99'에 대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저자들이 설명한 흑연보다 5000배 이상이라는 시료의 대단히 큰 반자성 값이 어디에서 어떻게 나왔는지에 대한 의문이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저항이 0이라는 것과 함께 완전 반자성 성질은 초전도체가 갖추어야 할 기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남균 연세대 명예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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