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탄생과 소멸 ··· 살그머니 다가오는 ‘생명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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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독(愼獨). 삼갈 신, 홀로 독.
이를 다시 말린 후 사포로 일정 부분을 갈아낸 다음 제소(석고와 아교를 혼합한 회화 재료)를 도장하는 등 일반 캔버스의 평범함을 넘어 색다른 질감이 느껴지는 자신만의 캔버스를 완성시켰다.
그 앞에 무기력하게, 그러나 때론 의지를 피력하듯 고개를 든 모습으로 선, 남자는 작가 자신이며 뒤편 그림자는 그의 자아다.
'향불작가' 이길우와 무대 디자이너 출신 정승호가 꾸미는 2인전, '생명의 무게'가 내년 1월7일까지 서울 삼청동 팔판길 23, 헬렌앤제이 갤러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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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불작가 이길우
향불로 한지 태우는 독창적 기법
감춰졌던 내면 은은히 드러내듯
그을린 흔적 새 이미지 만들어내
무대 디자이너 출신 정승호
쓰임 다한 무대 장치 자재들 활용
새 생명 불어넣어 이색 작품 탄생
그 안에 담긴 인간, 삶의 고뇌 투영
신독(愼獨). 삼갈 신, 홀로 독. 자기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감.
‘대학’과 ‘중용’에 실려 있는 말이다. 혼자 있을 때에도 조심한다는 뜻으로,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격 완성을 위해 수양하는 방법이다.
뮤지컬 ‘레베카’ ‘황태자 루돌프’ ‘엑스칼리버’ 등 대형 무대를 디자인한 정승호 작가의 새로운 도전도 아름답다.
그는 지난 30년간 무대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공들여 만든 무대 장치가 공연 후 곧장 버려지는 것을 보고, 이 자재들을 수집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더불어 온전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의 작품 속 배경이 되는 둥근 원은 우주를 뜻한다. 그 앞에 무기력하게, 그러나 때론 의지를 피력하듯 고개를 든 모습으로 선, 남자는 작가 자신이며 뒤편 그림자는 그의 자아다. 작품 ‘SHB #0001’은 생명과 존재, 우주와 자연, 과거와 미래, 유와 무, 절망과 희망 등을 나타내지만 결국 중앙부 큰 자리를 차지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삶의 고뇌와 관계 등을 토로한다.
‘SHB #’으로 시작하는 그의 작품명은 ‘승호박스’, 자신의 이름과 박스형 캔버스를 뜻하는 표식이다. # 이후의 일련번호는 작품 제작 순서다. 이는 나중 작품을 구입한 콜렉터와 협의를 거쳐 새이름을 부여받게 된다.
본인만의 캔버스 속에 ‘인간’ 실루엣을 배치하는 정 작가는 쓰임을 다해 버려지던 재료들에게 새생명을 부여한다. 그는 버려지던 무대 재료들이 새 작품으로 태어나듯, 이번 전시에서 소멸과 생성, 생과 사, 그리고 ‘생명의 무게’를 느껴보길 제안한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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