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학전’ 폐관 위기 넘겼다… 어린이 극장·공연장 탈바꿈 추진
문화예술위 창작공간 사업 추진
문체부 ‘문화예술 3대 혁신’ 발표
19세 청년 대상 ‘문화 패스’ 도입
경영난으로 내년 3월 폐관 예정이었던 대학로의 상징적인 소극장 ‘학전’이 기사회생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공간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학전’ 공간을 재정비한 뒤 어린이·청소년 극장이나 가수들 공연무대로 활용될 전망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8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문화예술 3대 혁신전략, 10대 핵심과제’를 발표한 뒤, ‘학전’과 관련한 취재진 질문이 나오자 이 같이 밝혔다. 유 장관은 “청소년극이나 가수들 무대로 만들어달라는 (‘학전’ 대표) 김민기 선생의 말씀도 있었다”며 “‘학전’을 이끌어온 분의 의향을 존중하도록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침이슬’, ‘상록수’ 등의 명곡을 만든 김 대표가 1991년 3월15일 대학로에 문을 연 ‘학전’은 소극장과 극단이 함께 출발했다. 대중음악 공연뿐 아니라 ‘지하철 1호선’ 등 자체 제작 뮤지컬을 비롯한 정극 중심의 작품을 선보이며 1990년대부터 ‘소극장 문화’를 대표해왔다. 가수 김광석이 1996년 세상을 떠나기 전 1000회 공연을 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학로 소극장을 찾는 관객의 발길이 줄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경영난을 겪어왔다. 암 투병 중인 김 대표의 건강 문제도 영향을 미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내년 3월15일 폐관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박학기·윤도현·강산에·황정민·설경구·김윤석 등 ‘학전’과 인연이 깊은 유명 가수와 배우를 비롯해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높았고, 일각에선 공공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다행히 문체부와 문화예술위가 화답하면서 ‘학전’은 폐관 위기를 벗어나게 된 셈이다.
예술인 지원 혁신과 관련, 문체부는 예술인 지원 방식을 현재의 개인 단위 소액다건·일회성·직접지원 방식을 대규모 프로젝트·다년간·간접지원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세계적 수준의 대표작품을 창출하고 예술계의 장기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올해 기준 문화예술진흥기금 1건당 평균 3000만원 규모 지원 수준을 2027년까지 1건당 1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려 프로젝트 단위 대규모 사업 지원을 강화한다. 예술인이 오랫동안 창작활동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도록 기금 내 다년간 지원사업 비율을 내년 15%에서 시작해 2027년 25%까지 확대한다. 국립예술단체의 청년교육단원을 올해 95명에서 내년 205명으로 3배 이상 늘리는 등 청년예술인 성장 지원책도 개선한다.
또 문화예술 전국 유통 지원사업을 통해 인구감소지역 등 문화 취역지역에 1000만~6000만원의 소규모, 중소도시에는 2억~5억원의 중형 규모 공연·전시 개최를 지원한다. 아울러 지역에서도 발레·오페라·교향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단체를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지역 대표 예술단체 육성’ 사업을 추진한다. 문화예술 기반이 열악한 기초·광역단체를 대상으로 10개 내외를 선정해 개당 연 20억원 규모로 국비를 지원해 지역예술계의 자생력을 높일 계획이다. 경기·강원권에 개방형 수장시설 및 공연장을 조성하는 등 2030년까지 총 1조5000억원을 들여 전국 문화예술 기반시설도 조성한다.
문화예술 지원 공모사업 심의에 ‘책임심의관제’를 도입하고, 분산된 문화예술 유통·향유·국제교류 지원기능을 일원화하는 등 문화예술 정책구조도 대폭 혁신한다. 유 장관은 “예술은 한발 앞서나가야 하고 멈춰 있으면 안 되므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이런 내용을 쌓아가 10년 뒤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변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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