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달군 이예원·조우영·장유빈…내년엔 더 뜨겁다
김민별 방신실 황유민 활약
35세 용띠 신지애 우승행진
박인비는 IOC 선수위원 도전
가상화폐 우승상금 10억 넘어
골프장 그린피 여전히 높고
용품 업계는 급격히 축소돼
2023년 한국 골퍼들은 전 세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이예원은 여자골프 대세로 떠올랐고 '슈퍼루키 3인방' 김민별, 방신실, 황유민은 치열한 신인상 경쟁을 펼치며 필드를 뜨겁게 달궜다. 또 '아마추어' 조우영과 장유빈은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 남자골프 차세대 에이스로 우뚝 섰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임성재, 김시우와 함께 팀을 이뤄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뿐만 아니다. 35세 베테랑 신지애는 일본과 호주에서 3승을 기록하며 세계랭킹 15위로 올라섰고 임진희, 이소미, 성유진은 퀄리파잉(Q)시리즈를 통과해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합류한다.
① 국내 무대 이예원 시대 개막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지배자가 바뀌었다. 바로 이예원.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이예원은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초대 챔피언과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으로 첫 메이저 퀸에 등극했다. 그리고 올해 상금(14억2481만7530원)과 대상(651점), 평균타수(70.71타) 1위에 오르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러한 활약으로 이예원은 K랭킹에서 134주간 1위를 지켰던 '토종 최강' 박민지를 밀어내고 '토종 골프 여제' 자리에 올라섰다. 이예원은 내년 1월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나 2개월가량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할 계획이다.
② 가장 치열했던 신인왕 경쟁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은 '슈퍼 루키 3인방' 김민별, 방신실, 황유민의 경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즌 끝까지 이어진 추격전 결과 김민별이 신인상을 품었다. 비결은 꾸준함. 김민별은 우승은 없었지만 3차례 준우승을 포함에 12차례나 톱10에 이름을 올렸고 상금랭킹 6위, 대상 3위, 평균타수 10위 등 모든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방신실은 아쉽게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2승을 거뒀고 3위 1차례를 포함해 톱10에 9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평균 262.47야드로 '장타 여왕'에 올랐다. '돌격대장' 황유민은 대유위니아·MBN여자오픈에서 김민별을 제압하고 1승을 기록했다.
③ '프로 잡는 아마' 조우영·장유빈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는 아마추어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멤버인 임성재, 김시우와 함께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조우영과 장유빈은 이미 프로대회에서 우승하며 '프로 잡는 아마'로 눈도장을 찍었다. 조우영이 4월 열린 골프존 오픈에서 먼저 우승하며 '아마 돌풍' 신호탄을 쐈고 이어 장유빈이 군산CC오픈에서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기세를 이어갔다. 비록 상금은 못 받았지만 KPGA 코리안투어 시드를 확보한 조우영과 장유빈은 내년 프로 자격으로 돌풍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④ 용띠 신지애 '기록제조기'
1988년생으로 용띠인 신지애는 친구들이 대부분 은퇴한 가운데 여전히 전성기다운 모습을 보였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가 주무대인 신지애는 올 시즌 일본에서 2승, 호주에서 1승을 기록하며 프로 통산 64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특히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아 그 여파로 우승 없이 시즌을 보냈던 신지애는 더 정교해져서 돌아왔다. 현재 여자골프 세계랭킹 15위. 현재 순위를 유지한다면 내년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⑤ LPGA 5승뿐…신인상에 위안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여자골퍼들은 아쉬움이 남는다. 고진영이 2승, 김효주, 유해란, 양희영이 각각 1승을 거두며 4명의 선수가 5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한국 여자골퍼들은 2019년 15승을 기록한 이후 2020년과 2021년에도 7승씩 합작하며 선방했다. 하지만 지난해 4승에 그쳤고 올해도 5승이 전부였다. 갑작스러운 부진과 부상 여파로 세계랭킹 상위에서도 지배력이 떨어졌다. 한때 세계랭킹 톱10에 6~7명이 포진했지만 지금은 '톱5'에 아무도 없다. 고진영이 6위, 김효주가 7위로 단 두 명만 톱10이다. 다행히 유해란이 한국 선수로는 5년 만에 LPGA 투어 신인상을 받으며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⑥ 늘어난 도전자…내년 기대
내년은 다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KLPGA 투어 3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임진희를 비롯해 통산 3승 성유진과 통산 5승 이소미가 '젊은 피'로 합류하기 때문이다. 이달 초 열린 LPGA 투어 Q시리즈에서 이소미가 2위, 성유진이 공동 7위, 임진희가 공동 17위로 내년 출전권을 받는 데 성공했다. 신인 3인방의 합류로 2019년 이후 주춤했던 한국 선수들의 LPGA 투어 지배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치퀸' 홍정민은 한국과 미국, 유럽에 '세 집 살림'을 차린다. LPGA 투어는 Q시리즈에서 아쉽게 공동 45위에 머물러 조건부 시드에 그쳤지만 유럽여자프로골프(LET)에서는 공동 20위로 풀 시드를 받았다.
⑦ 늘어나는 가상화폐 상금
올 시즌 여자골프 '왕중왕전'으로 열린 KLPGA 투어 이벤트 대회인 위믹스 챔피언십 2023 우승자 이예원의 상금에 관심이 쏠린다. 최초로 '가상화폐'를 상금으로 지급했기 때문이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이예원은 25만위믹스를 받았다. 우승 당시 위믹스는 1개당 2300원. 환산하면 6억원가량 됐다. 하지만 28일 최고 4197원을 기록하는 등 400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 이 시세가 내년 1월 1일 이후까지 이어진다면 이예원이 받는 상금 규모는 10억원이 넘는다. 약 두 달도 안 되는 사이에 이벤트대회 우승 상금이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참고로 올해 이예원이 29개 대회에 출전해 받은 상금은 14억2481만원이다.
⑧ 박인비, IOC 선수위원 도전
'골프 여제' 박인비가 내년 위대한 도전을 시작한다. 목표는 필드가 아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다. IOC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로부터 추천을 받은 후보 중 종목, 성별, 지역 등을 기준으로 최종 후보 32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프로골퍼 최초의 IOC 선수위원'을 노리는 박인비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파리 올림픽 기간 참가 선수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선수위원은 단 4명이다. 박인비는 LPGA 투어에서 메이저 7승을 포함해 통산 21승을 거뒀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골든 커리어슬램'을 완성했다.
⑨ '비회원제 추가' 골프장 체제 변경
올해 정부가 과도한 그린피를 규제하기 위해 '회원제·비회원제·대중형'으로 세분화한 체육시설법 개정 실효성에 관심이 쏠렸다. 비회원제 골프장이 대중형으로 지정받으려면 이용료를 주중 평균 18만8000원, 주말 평균 24만7000원보다 낮게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 하지만 그린피 상한선이 아닌 '평균 요금'을 적용하며 세금 혜택을 계속 받는 대중형 골프장이 인기 없는 새벽이나 늦은 시간의 요금은 싸게, 인기 있는 시간은 비싸게 받는 정책을 펼치며 큰 실효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원래 저렴했던 지방 골프장의 그린피까지 동반 상승하는 역효과를 봤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⑩ 쪼그라든 골프용품 시장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이 골프로 몰리며 이례적인 호황을 맞았다. 골프 클럽을 구하기 위해 웃돈을 줘야 했고 골프 의류 시장은 6조원 규모로 커졌다. 하지만 올해 해외여행길이 열리며 골프계는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이에 따라 용품업계는 재고 부담에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며 판매 전쟁을 펼쳤고 의류 업계는 시장이 급격하게 축소되며 브랜드를 없애거나 규모를 줄이는 곳이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매출 성장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하며 "용품과 의류 시장에서 양극화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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