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큐] '시공 16위'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파장 어디까지?

나연수 2023. 12. 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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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동성 위기에 빠진 태영건설이 결국 기업구조개선, 즉 워크아웃을 신청했습니다.

자력으로 빚을 갚을 수 없다는 뜻인데,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장과 건설업계는 물론 채권 은행단을 비롯한 금융권에 미칠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태영건설 워크아웃의 배경과 전망,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까지 짚어보겠습니다.

나연수 기자, 안녕하세요.

태영건설이 이런 상황에까지 이른 배경부터 짚어주시죠.

[기자]

네, 태영건설의 유동성 문제는 건설업계에서는 이미 파다한 이슈였습니다.

결정적으로 오늘 워크아웃을 신청한 건 만기가 도래한 부동산 PF 대출 상환 문제 때문입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과 관련한 480억 규모 PF 채무 만기가 오늘까지였습니다.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잔액은 3조 2천억 원, 이번 달 만기인 PF 보증채무는 3천956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태영건설의 지난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 9천3백억 원으로 부채 비율이 480%를 넘었는데요.

시공능력 평가 35위권 건설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부채 비율입니다.

워크아웃의 법적 근거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일몰됐다가 지난 26일 다시 시행됐는데, 태영건설은 이에 따른 1호 워크아웃 기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나요? 바로 워크아웃에 들어갑니까?

[기자]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75% 이상 동의하면 개시됩니다.

이미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내년 1월, 그러니까 다음 달 11일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소집 통보한 상태입니다.

이 자리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사유, 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 등을 검토하고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에 앞서 다음 달 3일에 채권자설명회를 열어 태영건설의 경영 상황과 협의회 안건 등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가장 큰 쟁점은 대주주의 사재 출연 규모나 SBS 지분 담보 제출 여부 등이 될 전망입니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채권행사 유예기간을 한 달, 만약 자산부채 실사가 필요하다면 석 달 부여하고 주채권은행은 기업개선계획을 작성하게 됩니다.

이 기간에 자구책을 의결하고, 이후 한 달 안에 기업개선계획을 약정해야 합니다.

[앵커]

태영건설에 대해 금융권이 가지고 있는 채권 규모도 상당하던데요, 어떤 금융기관들이 얼마나 대출을 해온 겁니까?

[기자]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태영건설의 장기차입금은 모두 1조 4천942억 원, 단기차입금은 6천608억 원으로 집계됩니다.

이 가운데 국내 은행권에서 빌린 금액만 7천억 원이 넘습니다.

일반·시설자금 대출과 함께 부동산 PF 대출이 포함된 장기차입금이 4천639억 원, 그리고 단기차입금이 2천250억 원인데요.

KDB산업은행이 PF 대출 천292억 원과 단기차입금 710억 원 등 2천2억 원의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천6백억 원을 빌려줬는데, 대부분이 PF 대출로 PF 대출 규모로는 가장 큽니다.

이밖에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도 각각 6백억 원대에서 천억 원에 가까운 대출을 내줬습니다.

은행권뿐만 아니라 국내 보험사와 증권사, 제2금융권도 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험사 중에서는 한화생명보험이 845억 원, 증권사 중에서는 KB증권이 412억 원의 가장 많은 PF 대출을 제공했고, 이밖에 저축은행과 신협중앙회, 일부 새마을금고도 돈을 빌려줬습니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이들 금융기관도 채권 일부 손실을 감수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신용등급 하락에 맞춰 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이 줄어드는 간접 손실도 발생할 수 있는데요,

이미 한국신용평가는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기존의 A-(하향검토)에서 CCC(하향검토)로 강등한 상태입니다.

다만 금융권이 걱정하는 건 단순히 이번 사태가 아닙니다.

이미 시장에서는 부동산 PF 부실을 감지하고 있었는데, 태영건설을 신호탄으로 중소 건설사들의 줄도산 사태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 이게 정말 걱정입니다.

[앵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 중소 건설사들이 위태롭다는 보도가 최근 많이 나왔거든요.

그런데 태영건설은 규모나 시공능력 면에서 제법 탄탄한 건설사로 생각하지 않습니까?

[기자]

올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 건설사입니다.

아파트 브랜드 '데시앙'을 보유하고 있고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국회 제2의원회관도 태영건설이 지었습니다.

무엇보다 지상파 방송사인 SBS를 세운 기업으로 유명합니다.

1980년대 말 1기 신도시 조성사업에 참여하며 사세를 키웠고, 이후 주택사업은 물론, 도로·철도·항만 같은 국가기간산업 토목사업과 방송과 의료시설 건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태영건설마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워크아웃 신청으로 내몰리자 건설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시공능력 상위 50위권 건설사들의 회사채 규모가 2조 3천7백억 원으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특히 롯데건설이나 SK에코플랜트, 한화, 현대건설 등 주요 건설사 가운데 오는 2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만 1조 4천2백억 원가량으로 분석됩니다.

건설업계에서 연초가 고비다, 태영 다음은 어디냐, 이런 근심 어린 말들이 계속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정부 대책도 궁금합니다. 오늘 오전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에 대응하기 위한 회의도 열렸다고 하던데, 어떤 내용이 발표됐습니까?

[기자]

네, 정부로서는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시장 전반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일단 정부는 태영건설의 위기가 높은 자체 시행사업 비중과 부채비율, 프로젝트 파이낸싱 보증에 기인한 것으로, 건설 산업 전반이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태영건설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채권단과의 원만한 합의와 설득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위원장의 말,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김주현 / 금융위원장 : 시장 참여자 여러분들께서도 과도한 불안으로 정상적인 분야에까지 자금 흐름이 불안정해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주시면 우리 경제 규모와 위기관리능력을 기반으로 해서 지금의 불안요인들이 해소되고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을 합니다.]

태영건설 관련 PF 사업장은 지난 9월 말 기준 60개로 파악되는데, 각 사업장 유형과 사업진행 상황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거나 정리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앵커]

아마 지금 가장 불안한 분들이 태영건설이 공사하는 아파트에 들어가려고 분양을 받아놨거나, 하도급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일 것 같거든요.

이분들도 보호받을 수 있습니까?

[기자]

네,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가운데 분양이 진행된 곳은 22개, 만 9천869 세대입니다.

이 중에 14개 사업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에 가입된 상태입니다.

사업성이 양호한 곳은 태영건설이 계획대로 완공까지 이어가거나, 시공사를 교체해 입주에 차질이 없게 할 방침입니다.

만약 사업 진행이 곤란하다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주택 분양 보증을 통해 분양대금을 환급할 수 있게 할 방침입니다.

태영건설이 진행 중인 전체 공사는 140건인데요.

수익성을 따져 태영이나 공동 도급사가 계속 진행하게 하고 공사 이행이 어려울 경우 신탁사나 보증기관이 대체 시공사를 선정하게 할 방침입니다.

이들 공사와 관련한 협력업체는 581개사, 하도급 계약은 1,096건 체결돼 있는데, 대부분은 건설공제조합이나 보증기관을 통해 대금을 지급 받을 수 있습니다.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가 30% 이상으로 높은 하도급사는 금융기관 채무를 1년 상환 유예하거나 금리 감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입니다.

[앵커]

은행권 대출금액만 7천억 원이 넘고, 하도급 계약은 천여 건 걸려 있습니다.

과도한 불안도 경계해야겠지만 단호한 선제적 조치도 필요하겠습니다.

나연수 기자 수고했습니다.

YTN 나연수 (ysn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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