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문섬 훼손’ 관광잠수함 운항 불허…업체 행정소송 예고

녹색연합 의혹제기 1년6개월만 문화재청 재허가 불허

서귀포 문섬 바닷 속 모습(제주도 제공)/뉴스1 ⓒ News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인 제주 문섬 일대 훼손 논란을 부른 관광잠수함 운항을 불허했다. 1988년부터 잠수함을 독점 운항해 온 사업자 측은 당혹감을 표하며 행정소송 등을 예고하고 나섰다.

28일 관광업계 등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올해로 만료되는 서귀포 관광잠수항 운항 재허가를 불허하기로 하고, 지난 19일 업체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사업자 측은 2000년 문섬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후 문화재청으로부터 현상변경허가를 받아왔다.

운항 불허 결정은 지난해 6월 녹색연합이 문섬 일대 훼손 의혹을 제기하고 문화재청과 제주도가 조사에 착수한 지 1년 6개월 만에 내려졌다.

당시 녹색연합은 잠수함 운항 구역인 문섬 북쪽면 조사 결과 잠수함 충돌로 수중 암반이 무너지고, 수중 직벽의 튀어나온 부분은 잠수함에 긁혀 훼손된 상태였다고 발표했다.

문화재청은 녹색연합 의혹 제기 이후 올해 초까지 네 차례에 걸쳐 관련 조사를 벌여 문섬 일대 일부, 특히 절대보전지역이 훼손된 흔적을 발견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재청은 지난 2월 문화재위원회 회의를 열어 절대보존지역 훼손 등 무허가 행위에 대해 해당 업체를 관계법령에 따라 고발 조치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제주도세계유산본부는 지난 3월 서귀포해양경찰서에 업체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후 해경이 지난 9월 훼손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으나, 문화재청 반발에 최근 재수사를 결정했다. 해경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재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잠수함 운항 36년 만에 사업 종료 위기를 맞게 된 사업자 측은 "잠수함 운항으로 훼손이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면서도 "서귀포 지역 경제 직격탄이 우려된다"고 당혹감을 표했다.

사업자 측은 "2001년 이후 일정 기간 주기로 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새로운 관람코스 개발 등으로 연산호 보전에 노력해 왔다"며 "2021년 현상변경허가 시 연산호 보호를 위해 3년 주기로 휴식년제를 실시해 두 휴식구간을 교차사용 하는 것으로 허가를 받았다. 작년 제주도 정밀 조사에서도 휴식구간에서는 훼손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보완지시나 재심의 절차 없이 허가기간 연장 10여 일을 앞두고 전면적 불허 처분은 가혹하다"며 "변경허가 불허에 대한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을 진행해 이른 시일 내 잠수함 운항을 재개하겠다"고 피력했다.

서귀포시 서귀동 소재 문섬은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제421호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핵심지역이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