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가 분쟁지역이란 언급 자체가 영토주권 부정’이란 기존 정부 입장 뒤집은 국방부

박은하 기자 2023. 12. 2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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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독도 분쟁화 추진해온 일본 입장에 동조
독도 경비대가 있는 동도에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독도 관련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한국의 영토이며 영유권 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독도가 분쟁지역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한국의 영토주권에 대한 부정이며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정부의 노림수에 말려드는 것이란 입장을 갖고 대응해 왔다. 국방부의 ‘독도 분쟁지역’ 표기는 이같은 기존 정부 입장을 180도 뒤집는 것이다.

정부는 그간 독도를 실효지배하는 입장에서 일본의 허위·왜곡 주장에 단호히 대응하되 국제기구 제소 등 독도에 분쟁지역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행동에는 일절 응하지 않았다. 독도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2005년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은 “독도 문제는 주권과 영토의 개념이기 때문에 한·일관계보다 상위개념”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정부 수립 초기부터 독도는 외교적 중재나 사법 재판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독도 문제를 식민지배로 강탈당한 주권을 되찾아오는 문제로 인식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승만 라인’ 혹은 ‘평화선’ 선포다.

1951년 9월 연합군과 일본 간 태평양 전쟁의 공식 전후처리 협정인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서명됐다. 조약은 1952년 4월 발효되고 일본은 주권을 되찾을 예정이었다. 이 조약에는 독도 문제가 언급돼 있지 않았다. 앞서 1945년 8월 일본의 패망 이후 군정을 실시하게 된 도쿄 연합군사령부는 연합군 최고사령관 각서 677호를 발령해 한반도와 부속도서를 일본 영토에서 분리했다. 이후 연합군 최고사령관 각서 1033호에 따라 일본 선박의 독도 인근 해역 출입을 금지했다. 조약 발효 후 이 각서들이 무효화되는데 독도 문제가 모호하게 처리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조약 발효 전인 1952년 1월 독도가 포함된 60해리 이내를 영해라고 국제사회에 선포했다. 이후 1965년 한·일 어업협정 체결 전까지 영해 침범 혐의로 일본어선 326척이 나포되고, 3094명의 일본인이 체포됐다.

1965년 한·일협정에서도 독도 영유권이 첨예한 문제가 됐다. 양국은 기본조약에는 독도를 언급하지 않는 대신 4개의 부속 조항에 “한국이 점거한 현상을 유지한다. 대신 경비원을 증강하거나 새로운 시설의 건축이나 증축은 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일본 정부의 근본 입장은 바뀌지 않았지만 한국이 독도에 대한 실효지배를 굳힌 계기로 평가받는다.

1998년 9월 한·일어업협정 재개정을 계기로 독도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국제 해양법은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해안선에서 200해리로 규정했는데 한·일 양국 간 해역이 400해리 이내라 EEZ가 겹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독도가 양국 공동수역에 포함됐다. 국내에서도 비판이 일었지만 영토문제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한국이 일본 영토인 독도를 무단 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위백서에는 2005년부터 해마다 “우리나라(일본)의 고유 영토인 북방영토(쿠릴 4개섬)와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의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존재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올해 방위백서에는 러시아 군용기가 2019년 독도 영공을 침범한 일을 두고 자국 영공 침범이라고 기술했다.

2014년 일본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일본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 중”이라는 내용이 수록됐다. 2017년 문부과학성 지침을 개정해 올해부터는 교과서에서 독도는 ‘일본 영토’ 대신 ‘일본 고유의 영토’로 기술을 통일하도록 했다. 일본 내에서 ‘독도는 20세기에 일본의 영토가 됐는데 한국이 점유했다’는 관점과 ‘20세기 이전부터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시각이 있는데 후자로 견해를 통일시킨 것이다. 일본의 경기침체 장기화와 우경화 과정에서 독도 문제가 강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는 국면에도 독도 문제는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27억엔을 독도 홍보에 책정했다. 또 유엔 산하 국제중재재판소(ICJ) 중재를 통한 해결을 주장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021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독도를 ICJ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ICJ에 제소하려면 분쟁 당사국이 모두 동의해야 하는데, 한국이 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내부 여론용이라며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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