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뒤집어진 날 3선 먹겠다 포스터라니” 꼴불견 부총리 이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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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 중견건설사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시장이 발칵 뒤집힌 28일, 세종시 기획재정부 건물 4층엔 '삼선' 슬리퍼를 든 중년 남자를 담은 대형 포스터가 걸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탓에 우리 경제가 살얼음 위를 걷는 이때에, 경제정책 총책임자인 추 부총리를 두고 '3선 먹으라'는 포스터를 꼭 걸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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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능력평가 순위 16위 중견건설사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시장이 발칵 뒤집힌 28일, 세종시 기획재정부 건물 4층엔 ‘삼선’ 슬리퍼를 든 중년 남자를 담은 대형 포스터가 걸렸다. 남자 앞에 놓인 축구공에도, 그가 입은 유니폼과 축구화에도 ‘3개의 선’이 선명했다. 빨간색 유니폼에는 ‘달성FC’란 지역 이름이, 사진 아래쪽엔 ‘3관왕, MVP 내 다 물끼다(먹을 거다)’란 글귀가 쓰였다.
이 남자는 이날 1년 7개월 임기를 마치고 기획재정부를 떠나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다. 포스터는 추 부총리의 이임식에 걸기 위해 기재부 부총리 비서실이 만들었다.
대구시 달성군을 지역구로 둔 재선 현역의원인 추 부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삼선 배지’를 달기를 바란다는 응원의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포스터 주변에 걸린 현수막에는 ‘우리의 로또 추경호’ ‘항상 꽃길만 걸으세요’, ‘추블리’ 등 응원 메시지가 수놓여 있었다.
현수막의 글귀는 다소 민망하긴 하나 떠나는 수장을 위한 직원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선’ 포스터는 쉽게 보아 넘기기 어려웠다. 당장 ‘공무원의 정치 중립의무 위반 아닌가’란 생각부터 들었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추 부총리는 ‘법 위의 기재부’란 비판을 남아 있는 직원들이 받아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봤던 것일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탓에 우리 경제가 살얼음 위를 걷는 이때에, 경제정책 총책임자인 추 부총리를 두고 ‘3선 먹으라’는 포스터를 꼭 걸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부동산뿐만이 아니다. 우리 경제가 회복의 기미가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모두 해소된 건 아니다. 우리 경제가 사상 초유의 2년 연속 1%대 성장에 머무를 수 있다는 걱정마저 나온다. 이런 불안함·불확실성은 추 부총리가 ‘임무’를 충분히 완수하지 못한 증거가 아닌가.
의문이 꼬리를 물었지만, 추 부총리는 이날만은 ‘한국 경제의 위대한 마에스트로’로 추앙받았다. 오후 2시30분께 기재부 관료들의 환호와 박수 속에 등장한 추 부총리가 받은 재직 기념패엔 이런 문구가 담겨 있었다.
“당신의 오차 없는 지휘에 우리는 모든 것을 맡겼다.” “하나 된 기획재정부가 울려 낸 연주로 전례 없던 복합 경제 위기의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내년도 정책 방향과 태영건설발 건설사 위기에 대응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현업 부서가 추 부총리 성과 정리 자료를 만드느라 핵심 업무가 밀리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떠나는 수장의 앞날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축복하는 만큼이나, 기재부 관료들이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진정성 있게 다가서고 있는지 의문이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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