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디지털화폐 도입... ‘현금의 종말’ 언제 올까”

홍준기 기자 2023. 12. 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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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Interview] 부이터 전 시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 “디지털 위안과 루피 머지 않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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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DALL E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디지털 화폐 도입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에 따르면, 2021년 10월 나이지리아에선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CBDC)인 ‘e나이라’를 내놓는 등 이미 11국에서 CBDC를 도입했고, 이외에도 약 100국에서 CBDC를 연구·개발·테스트 중이다. 한국은행도 CBDC 파일럿 테스트에 돌입했다.

CBDC가 미래 경제·사회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점쳐보기 위해 WEEKLY BIZ는 윌렘 부이터 전 시티그룹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중국과 인도가 내년 혹은 2025년 중에 CBDC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CBDC는 테러나 범죄를 막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고, 통화 정책의 효과를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부이터씨는 중앙은행의 기능과 가상 화폐를 오래 연구한 글로벌 전문가이자 예일대에서 국제경제학을 가르친 석학이기도 하다. 그는 “자체적으로 이자가 붙는 CBDC가 보급되면 사실상 모든 국민이 중앙은행의 계좌를 가지게 되는 셈”이라며 “기존 상업은행의 존재가 강력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3~4년 안에 디지털 유로도 등장할 것”

지금까지 CBDC를 도입한 나라는 주로 나이지리아나 자메이카 같은 개발도상국이었다. 아직 주요국이 정식 도입한 사례는 없다. 부이터씨는 그러나 “내년이나 2025년엔 중국이나 인도가 CBDC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3~4년 안에는 유로존에서도 CBDC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 위안과 루피, 유로가 등장하는 시점이 그리 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디지털 달러를 내놓는 시점이 주요국 중에서는 가장 늦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 달러를 현금 형태로 보유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디지털 화폐로의 전환에 대한 저항도 그만큼 클 것이기 때문이다.

부이터씨는 CBDC 중에서도 보유하고 있으면 마치 정기예금 계좌에 현금을 넣어둔 것처럼 자체적으로 이자가 붙는 방식의 CBDC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이러한 방식의 CBDC가 보편화되면 사실상 모든 국민이 중앙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며 “저축을 받아서 대출을 해주는 상업은행의 존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중앙은행이 직접 자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고 받은 이자로 CBDC 소유자에게 이자를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CBDC는 비트코인·이더리움을 비롯한 수많은 가상 화폐에도 ‘매우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것이란 게 부이터씨 견해다. 그는 “지금까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 화폐의 가격이 상승했던 것은 믿을 만한 가치 저장과 결제 수단이 부재했기 때문”이라며 “CBDC가 등장하면 가상 화폐들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의균

◇”CBDC로 범죄·테러 막을 수 있어”

부이터씨는 CBDC 도입이 크게 두 가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첫째는 범죄·테러 예방이다. 부이터씨는 “CBDC가 도입되면 마약이나 무기 밀수, 테러 단체 지원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며 “CBDC가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으면서 프라이버시를 약간 포기하는 부분은 있겠지만 사회적 편익은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일반 화폐는 은행 창구 밖에서는 누가 어떻게 쓰는지 알기 어렵지만, CBDC는 중앙은행의 정보 접근 권한이 커지며 익명성 보장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부이터씨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본 것이다. 그는 “CBDC가 도입되면 기존의 화폐나 가상 화폐가 사용될 때보다 자금 세탁을 제어하는 것에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둘째로는 통화 정책의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더라도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일종의 하한선이 존재한다.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쉽지 않고, 일본처럼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면 통화 가치 하락과 같은 부작용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부이터씨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현금은 은행 계좌에 넣어두지 않는 한 금리가 0%인 존재기 때문에 금리 인하의 하한선인 ‘실효하한’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스스로 이자를 잉태하는 CBDC가 존재한다면 중앙은행이 물가와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수준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다면 매입 대상 자산의 가격 거품을 초래하는 양적 완화를 하지 않아도 되고, 정부가 확장적 재정 정책을 이유로 돈을 낭비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금 사용권, 인간의 기본권 아냐”

CBDC를 도입하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현금의 종말’이 올 것 같지는 않다는 게 부이터씨 생각이다. 그는 “CBDC가 상용화된다고 해도 기존의 동전이나 지폐를 박물관으로 보내기까지는 꽤나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현금 사용 종료란 사건은 정치적·정책적 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내에서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 방식을 하이패스로 일원화하는 것에도 반발하는 이용자들이 많아 현금 요금소를 없애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부이터씨는 “현금 사용 선택권을 존중하자”는 일각의 목소리와 관련, “현금 사용권은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중앙은행이 따로 비용을 투입해 동전을 주조하고 화폐를 인쇄하는 작업을 무한정 계속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금 사용을 유독 고집하는 사람 중엔 불법적인 자금 흐름을 숨기고 싶어하는 이들도 적잖을 것”이라고 했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현금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법정화폐이면서, 디지털 지급 수단으로의 기능도 갖고 있다.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가상 화폐와 디지털 화폐라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한다는 점이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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