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무기 등 전쟁 준비 박차”…국정원 “연초 도발 가능성 커”

노동당 전원회의 2일차 ‘내년 투쟁방향’ 결론
“국제 규모에서 반제 공동 투쟁 과감히 전개”
국정원 “김정은, ‘내년초 남한에 큰 파장’ 지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2일차 회의에서 ‘전쟁 준비 완성에 박차를 가할’ 전투적 과업을 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년도 핵무기 등 군사 부문 전반의 “전쟁 준비 완성”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김 위원장이 “남한에 큰 파장을 일으킬 방안”을 지시했다며 내년 초 북한의 군사 도발을 예상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27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이틀차 회의에서 ‘2024년도 투쟁 방향’의 결론을 설명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연말 전원회의에선 북한을 통치하는 노동당의 다음 해 주요 정책 방향이 결정된다.

통신은 “결론에서는 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미국과 추종 세력들의 반공화국 대결 책동에 의해 극한에 이른 조선반도(한반도)의 엄중한 정치·군사 정세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에 기초하여 인민군대와 군수공업 부문, 핵무기 부문, 민방위 부문이 전쟁 준비 완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데 대한 전투적 과업들이 제시되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내년에 대남·대미 ‘강 대 강’ 군사 기조를 더욱더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올해 거듭 강조해온 ‘전쟁 준비’에 전방위적으로 속도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본토 전역을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 강화 등 핵·미사일 고도화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반미 연대’ 강화도 거론했다. 김 위원장이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국제정치 지형에 대비하여 반제 자주적인 나라들과의 전략적 협조 관계를 확대 발전시키고 국제적 규모에서 반제 공동 행동, 공동 투쟁을 과감히 전개해나가려는 우리 당의 자주적 원칙을 밝히시고 대외, 대남사업 부문의 사업 방향을 천명하시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한이 올해 코로나19 국경 봉쇄를 사실상 해제하며 본격화한 외교 활동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이 지난 9월 러시아를 방문해 최우선 대외 정책으로 밝힌 북·러 관계 강화, 내년 수교 75주년을 맞는 중국과의 협력 확대 등이 예상된다. 미국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에서 러시아와 하마스를 지지하는 북한의 외교적 행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전원회의는 상정된 의정 토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년과 같이 오는 31일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공식매체의 1월1일 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의 내년도 구상이 구체적으로 공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정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김 위원장의 전날 ‘전쟁 준비 완성’ 등을 거론하며 내년 초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우리(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이 있는 2024년 정세 유동기를 맞아 불시에 예기치 못한 군사·사이버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김정은은 지난 18일에는 ICBM 발사 후 한·미를 향해 ‘보다 진화되고 위협적인 방식으로 강력 대응할 것’임을 밝혔고, 측근들에게 ‘내년 초 남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남한에 큰 파장을 일으키라는 김 위원장 지시 내용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국정원은 “북한은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주도한 김영철을 지난 6월 통일전선부 고문으로, DMZ(비무장지대) 목함지뢰 도발 등을 지휘한 리영길과 박정천을 8월 각각 총참모장과 군정지도부장으로 기용하며 ‘도발 주역 3인방’을 군·공작기관에 복귀시켰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과거 북한의 행태와 최근 북한의 대남 위협 발언 수위 등을 고려할 때 연초 북한의 도발이 예상되는 만큼 유관 부처와 함께 조기 경보 및 대비태세 확립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