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첫 대법 유죄 판결에도…선고된 12건 중 실형은 ‘1건’ 뿐

김해정 2023. 12. 2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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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원청 대표가 실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8일 중대재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 성아무개씨에게 징역 1년, 한국제강 법인에 대해 벌금 1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나마 이날까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선고된 사건 12건 중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한국제강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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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지난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 당정협의회 회의장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50인(억) 미만 적용유예 연장 폐기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원청 대표가 실형을 확정받았다. 중대재해법 시행 뒤 첫 실형 판결이다. 다만, 법 시행 2년간 실형 선고가 나온 건 이번 한 건에 불과해 중대재해법이 유명무실해졌단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8일 중대재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 성아무개씨에게 징역 1년, 한국제강 법인에 대해 벌금 1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지난해 3월 경남 함안군에 있는 한국제강 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60대 노동자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무게 1.2t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숨지면서, 원청인 한국제강 대표 성씨는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제강에서 산재사망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징역 1년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한다. 성씨는 2011년, 2021년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았고, 2021년 5월에도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형사재판을 받은 바 있다. 1심 재판부도 이런 사실을 들어 판결문에서 “수년간에 걸쳐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여러차례 적발되고 산재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근로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면서도 성씨 형량을 법정 하한선인 징역 1년으로 선고했다. 중대재해법 6조엔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을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넷 변호사는 한겨레에 “검찰이 한국제강 대표가 여러 차례 법 위반을 했는데도 다른 사건과 동일하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며 “검찰의 낮은 구형이 판결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짚었다.

그나마 이날까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선고된 사건 12건 중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한국제강이 유일하다. 나머지 사건의 경우 원청 대표에 대한 형량은 ‘징역형 집행유예'에 그쳤다. 중대재해법 1호 발생 사건인 건설사 온유파트너스 대표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고, 3호 사건인 시너지건설의 대표도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4호 사건 만덕건설 대표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았다. 김광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한겨레에 “한국제강의 실형 선고는 당연하다”며 “오히려 다른 사건에서 줄줄이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중대재해법이 법 취지와 달리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기소율도 낮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올해 9월 기준 중대재해로 노동자 423명이 숨졌으나, 검찰 기소는 32건에 불과하다.

중대재해법 첫 실형 확정판결에도 이 법이 실제 산업안전에 미칠 효과는 제한적일 거란 지적도 나온다. 사고가 나도 실제 안전관리 총책임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이번 한국제강 사건에서도 실형선고를 받은 원청 대표는 월급쟁이 사장으로 진짜 사장인 창업자 2세는 기소조차 피했다. 앞서 지난해 5월 에스오일(S-Oil) 울산공장 화재 폭발로 하청 노동자 1명이 사망한 사건에서 울산지검은 에스오일 대표이사 등에 대해 중대재해법 무혐의로 불기소했다. 손익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한겨레에 “검찰이 에스오일, 엘지전자 자회사 하이엠솔루텍 등의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에 대해 줄줄이 불기소 처분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경우 안전보건관리 의무를 다했다는 서류 마련이 손쉬운 탓인데, 경영책임자가 실제 안전관리 감독에도 적극 나섰는지 등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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