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불쏘시개" 본회의서 강행처리된 '쌍특검법' 운명은?

민동훈 기자 2023. 12. 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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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화천대유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에 대한 표결을 앞두고 퇴장해 자리가 비어 있다. 2023.12.28.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끝내 쌍특검법(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대장동 특혜 의혹 등에 대한 특별검사법)을 올해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쌍특검법에 대해 "총선용 악법"이라며 극렬하게 반발했지만 의석수에서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대통령실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국회에서 재의 표결을 거치더라도 의결정족수(재적의원 3분의2)를 채우지 못해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야당이 쌍특검법을 강행한 것은 총선전 여론전을 펼침으로써 여당과 정부를 압박해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특검법을 집중 부각함으로써 국민의힘 총선 구원투수로 등판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김건희 여사 호위무사'라는 이미지를 덧씌워 쇄신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등 야당은 28일 여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고 쌍특검법을 강행 처리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특검법은 재 181명, 대장동 뇌물 의혹 특검법은 180명이 각각 투표에 참여해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쌍특검법이 다수의 독소조항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쌍특검법은 '특별검사 추천권'을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교섭단체(민주당)'와 '비교섭단체(정의당)'에 부여하고, 2주간의 특검 임명 절차와 20일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70일 동안 수사가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이날 야당은 특검법에 국민의힘의 특검 추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대통령이 탈당해도 여당이 추천권을 가질 수 없도록 법안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을 할 수 있는 조항도 독소조항으로 꼽는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특검법안의 특검은 야당만 행사한 야당 편향적인 특검"이라며 "이 특검이 내년 총선까지 일방적인 언론 브리핑을 할 것인데 그래서 이 조항이 독소조항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장동 의혹 특검법'의 경우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관련한 검찰의 대장동 수사를 지연시켜 총선 국면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물타기 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 국민의힘의 시각이다.

야당이 본회의 표결을 진행하는 동안 국민의힘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정쟁유발 특검법 강행처리 대한 규탄대회를 열고 "입법폭주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은 쌍특검법에 대해 "야당 밀실 야합으로 만들어진 쌍특검법은 과정도 절차도 내용도 목적도 문제투성이인 총선 민심 교란용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 물타기 악법"이라며 "총선 기간 내내 가짜뉴스 만들어 통 내외 공격하고 국민의 눈과 귀 가리며 민심을 교란하겠다는 목적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쌍특검법은 거부권 행사와 재의표결을 거쳐 사실상 폐기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여당은 지난 25일 회의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입장을 정했다. 최근 취임한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쌍특검법에 대해 전날 기자들과 만나 "총선용 악법이라 분명히 말했다"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으로 국민 선택권 침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규탄대회에서 "신속하고 당당하게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공당으로써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당당하게 국민과 함께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쌍특검이 국회를 통과하자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만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민의힘에서 공천 탈락자가 대거 발생할 때까지 재의표결을 늦춘 뒤 '반란 표'가 나오길 기다려 '통과시키려는 전략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재의 표결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때 통과되는데, 현재 재적 의원은 298명이어서 국민의힘(111명)만 반대해도 3분의 2 이상 찬성은 불가능하다.

이렇듯 거부권 행사가 명백한 법안에 대해 이날 민주당이 처리를 강행한 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전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특검법 찬성 여론이 높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도 총선을 앞두고 특검에서 수사 상황이 계속 흘러나오면 야당이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함께 정치권 일각에선 야당이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수장으로 등판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비대위원장에게 '김건희 호위 무사'라는 프레임을 씌우면 한 '쇄신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민주당은 재의표결을 하더라도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에서의 재의 표결을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시한 제한이 없기에 국민의힘에서 현역의원의 공천 탈락자가 대거 발생할 때까지 기다리면 국민의힘 내 '반란 표'를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석 구성상 국민의힘에서 반란 표 19~20개가 나오면 특검법이 재의 표결을 통과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대통령 거부권도 불가하다. 재의표결에 실패하더라도 최대한 이슈를 총선 직전까지 끌고 감으로써 여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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