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청동 북, 겸재 정선의 기록화 등 보물 된다
고려시대의 청동북과 조선시대의 지리지,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를 확립한 겸재 정선의 기록화 등이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조선 후기에 편찬된 관찬 지리지인 ‘여지도서(輿地圖書)’와 기록화인 ‘북원수회첩(北園壽會帖)’, ‘칠곡 송림사 석조삼장보살좌상 및 목조시왕상 일괄’, ‘예념미타도량참법 권6~10(禮念彌陀道場懺法 卷六~十)’을 비롯한 불교 전적 목판본, 고려시대의 ‘천수원(薦壽院) 명 청동북’ 등 총 8건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8일 밝혔다.
보물 지정이 예고된 ‘천수원 명 청동북’은 1162년(고려 의종 16)에 청동으로 제작된 청동북(금고)으로 온양민속박물관 소장품이다. 청동북 옆면에 제작 시기와 무게, 사찰명, 주관 승려 등이 새겨진 명문이 있어 지금의 충남 아산 천수원(薦壽院)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시대 청동북 대다수가 출토지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태인 데 비해 이 청동북은 제작자와 출토지 등을 알 수 있고, 고려시대 청동북에서는 처음 보이는 무늬 등 다양한 무늬들도 있어 역사적·학술적·예술적으로 중요한 자료라는 평가다.
‘여지도서’는 조선 영조대에 각 군현에서 작성한 호구 등 관련 자료를 각 도의 감영을 통해 모아 완성한 지리지로 (재)한국교회사연구소에 소장돼 있다. 군명(郡名)은 물론 호구와 도로, 성씨(姓氏)·풍속(風俗) 등 38개 항목에 따른 내용이 실려 있다.
각 군현에서 자료를 작성한 시기는 1760년대 전후로 추정된다. 이전 지리지와 달리 각 군현의 읍지 앞에 채색 필사본의 지도도 첨부됐는데 형식과 구성 방법, 채색은 군현마다 다르지만 지도는 거리와 방위 등이 비교적 정확하다. 문화재청은 “‘동국여지승람’ 등 이전의 지리지들보다 사회경제적 내용의 추가됐다”며 “조선 후기 사회경제사 및 역사지리 연구에 필수적인 자료이자 현존 유일본으로 편찬 당시 55책의 상태가 비교적 온전히 유지되고 있어 희소성과 완전성도 갖췄다”고 밝혔다.
‘북원수회첩’은 1716년(조선 숙종 42)에 이광적(1628~1717)이 과거 급제 60년을 맞아 서울 서촌의 장의동 집(북원, 현 청운동 일대)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위한 잔치를 연 것을 기념해 제작한 서화첩이다. 총 20장 40면으로 구성된 이 서화첩은 맨 앞에 겸재 정선이 잔치 모습을 그린 기록화 ‘북원수회도’가 실려 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이 첩에는 참석자 명단과 당시 유명 문인들의 시와 글, 제작 경위를 담은 발문 등도 수록됐다. 이 행사는 겸재 정선의 외삼촌 박견성이 주도해 마련됐다. 문화재청은 “‘북원수회도’는 진경산수를 대표하는 화가인 정선의 초기작이자 기록화라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 중요하다”며 “또한 숙종 후반기에 활동한 역사적 인물들과 관련된 시문들이 함께 담겨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칠곡 송림사 석조삼장보살좌상 및 목조시왕상 일괄’은 조각승들이 1665년(조선 현종 6)에 제작해 송림사 명부전에 봉안했다. 삼장보살은 천상(천장보살), 지상(지지보살), 지옥(지장보살)의 세계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조선시대 사찰에서 봉행한 천도재의 하나인 수륙재 내용의 일부를 형상화한 것이다. 삼장보살은 불화로는 남아 있는 경우가 많지만 조각 작품으로는 송림사 삼장보살상이 유일해 미술사적 의의가 크다.
‘예념미타도량참법 권6~10’은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참회·염불할 때 행하는 13편의 의례 절차가 수록된 불교 의식집이다. 원래 10권으로 구성됐으며, 흔히 ‘정토문(淨土文)’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번에 보물 지정이 예고된 것은 대한불교법화종 선광사 소장본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명사 소장본 2건이다.
‘협주석가여래성도기(夾註釋迦如來成道記)’는 석가모니의 탄생·성장과 깨달음, 열반에 이르는 일대기를 담은 중국 당나라 때 문헌을 1253년(고려 고종 40)에 목판에 새겨 찍은 것이다. 13세기 중반 팔만대장경 조성 사업 분담을 위해 설치한 임시기구인 ‘분사대장도감’의 운영과 역할 변화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금강반야경소론찬요조현록(金剛般若經疏論纂要助顯錄)’은 1373년(고려 공민왕 22) 목판본으로 기존에 보물로 지정된 판본보다 앞선 시기에 제작됐을 뿐 아니라 국내 유일본이기도 하다. 문화재청은 보물로 지정 예고한 8건의 문화유산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지정할 예정이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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