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가치 품고... 몸·마음 건강한 성장 돕는다 [꿈꾸는 경기교육]

김경희 기자 2023. 12. 28. 16: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쟁 참전용사 마음 모은 ‘앙카라학원’ 시초
튀르키예군 주도로 14년간 고아 돌보며 교육
역사적 뿌리 지키려... 자매결연∙교류 등 활발
마을교육공동체 운영해 방과후 교육활동

우리학교를 소개합니다 수원서호초등학교

흔히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자주 쓰곤 한다. 이는 역사를 오랜 기간 기억하고, 이를 통해 더욱 나은 상황을 만들어내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원에는 역사의 가치는 그대로 간직하고, 역사 속에서 배운 교훈을 다시 지금의 세대에게 전달하면서 더욱 나은 교육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곳이 있다. 6∙25 전쟁 당시 참전용사들이 마음을 담아 만든 앙카라학원을 출발로 두고 있는 수원 서호초등학교다. 서호초는 튀르키예군이 14년간 주둔하면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을 실현하던 역사에서 출발했다. 그렇게 1954년 서둔국민학교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서호초는 이후 1962년 서호국민학교로, 1996년 지금의 서호초로 이름을 바꾸게 됐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기억하기 위해 서호초에는 역사적 전통과 맥락을 함께하는 강당 ‘앙카라관’이 있다. 주변 마을에도 앙카라길과 앙카라 공원이 있어 서호초를 둘러싼 곳곳이 역사 교육의 현장인 셈이다. 계승해야 할 역사는 기억하고, 미래는 새롭게 만들어가는 서호초를 찾았다.

수원 서호초등학교 제공

■ 튀르키예 군인들 위한 맘 잊지 않는 서호초... 국제 교류활동으로 발전

서호초는 학교의 태생을 기억하고,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잊지 않기 위해 학교 안에 역사적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해 두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튀르키예와의 교류를 통해 학생들의 교육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러한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왔다. 먼저 튀르키예에 있는 세빔즈에교학교와 자매학교를 맺어 튀르키예 학생들을 서호초로 초대, 국제사회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이해를 가질 수 있는 만남의 장도 마련했다. 서로가 다른 교육체계와 내용에 대해 비교하면서 차이는 좁혀가고, 대화방식을 통해 언어능력을 키우는 연습도 있다.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에서는 서호초 학생들에게 대사 명의로 국제 교류상도 주고 있다. 다른 나라의 문화에 관심을 갖고 지구촌의 일원으로 성실하게 활동한 학생에게 직접 상을 주는 것. 이뿐 아니라 튀르키예 국가 배우기, 지금은 여든이 다 된 앙카라 형제회 할아버지 할머니와 옛추억 나누기 등 6∙25 전쟁 시절 튀르키예군이 설립한 앙카라 학교의 의미를 잊지 않는 활동들을 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과 함께 세계 어린이의 날 전시회도 열었다. 이 밖에도 올해 비극적인 튀르키예 대지진이 있었을 때는 학생자치회가 자발적으로 나서 성금을 모금했고, 대사관으로 직접 성금을 기탁하는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수원 서호초등학교 제공

■ 온 마을이 학교다... 서호마을교육공동체 통한 혁신학교 운영

서호초는 미래 학교를 꿈꾸는 원스톱 서호마을교육공동체 마을협력형 혁신학교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온 마을이 아이의 돌봄과 성장을 돕는 마을교육공동체를 운영하면서 수원시립 서호지역아동센터, 청개구리 마을 등을 지자체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온종일 안전한 돌봄과 즐거운 방과후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서호초는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학교기도 하다. 수원시와 경기도교육청이 업무협약을 통해 전국 최초로 돌봄교실의 지자체 이관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서호초는 학교 유휴공간에 돌봄과 방과후 교육활동을 위한 지역아동센터를 설립, 운영을 수원시가 맡도록 함으로써 교사의 업무는 줄였고 교육력은 높이는 효과를 봤다.

또 전국 최초 수원형 마을학교의 모델학교인 서호청개구리마을 역시 유휴건물을 활용한 것으로, 시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학교가 업무협약을 통해 이뤄낸 성과다. 수원시가 약 13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역주민과 학교가 함께 만들고 가꿔 나가는 마을학교로 청소년부터 지역주민까지 모든 세대가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다. 이외에도 서호초는 경기대 서예학과와 함께하는 문화예술 서예수업도 운영 중이다.

서호초는 경기대 한국화 서예학과와 업무협약을 하고 서예와 캘리그래피를 미술 교과와 연계,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서예 교육을 하고 있다. 다양한 재료와 방법으로 서예를 접하면서 붓 잡는 방법부터 표현 방법, 서예 도구의 바른 사용법까지 우리 전통문화를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돼 있다.

수원 서호초등학교 제공

■ 몸도 마음도 튼튼... 다채로운 대외활동, 풍성한 생각 ‘쑥쑥’

서호초는 이 밖에도 다양하고 특색 있는 수업들로 학생들의 생각이 커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독서마라톤대회부터 수원화성의 가치 계승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수원화성 브이로그(V-log) 프로그램을 통해 수원특례시 문화재의 우수성과 이해를 키워가고 있다.

또 건강한 신체를 위해 매주 체육관과 운동장에서 저체력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체력교실도 운영 중이다. 건강체력교실은 청소년 건강 문제에 대한 진단과 정보 제공을 통해 청소년들의 건강은 키우고, 비만 학생들이 올바른 생활 습관을 길러 체력 향상을 할 수 있도록 기여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특히 더욱더 내실화된 건강체력교실의 운영을 위해 학생들의 흥미를 고려, 체육종목을 선정하고 건강을 키우기 위한 유산소 운동 등의 프로그램을 구성해뒀다.

이 밖에도 학교 텃밭에서 직접 상추, 양상추, 겨자, 깻잎, 치커리, 허브, 고추, 방울토마토 등을 심어보고 키우는 ‘학교 텃밭프로그램’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천연 살충제를 만들어 작물에 뿌려보기도 하고 직접 방울토마토 지지대를 만들어보기도 하면서 작물을 키우는 전 과정에 참여했다. 2학기에는 무와 배추 상추, 쪽파 등을 심고 수확하고, 이를 이용해 피클을 담는 등 전 과정에 참여하면서 체험하는 교육을 하기도 했다.


인터뷰 이회경 서호초등학교 교장

“4차산업혁명 인재 육성 앞장 즐거움 가득한 학교 만들 것”

이회경 서호초등학교 교장

“학생들은 오고 싶은, 교사는 머물고 싶은, 학부모는 보내고 싶어하는 즐거움이 가득한 학교를 완성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서호초와 인연을 맺은 이회경 교장은 서호초를 이런 학교라고 소개했다. 교사들의 열정이 넘치고, 모두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가는 학교. 학생들은 행복하게 배움을 이뤄가는 학교. 학부모는 교사를 믿고 신뢰하는 학교가 서호초라는 것.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 미래를 이끌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마련해둔 다양한 교육과정을 강점으로 꼽았다. 서호초는 인공지능 수업을 통해 컴퓨터 활용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AI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과와 연계한 인공지능 수업을 진행하면서 특히 고학년 대상으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코딩 수업까지 진행 중이다. 학생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게임, 애니메이션,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인 셈이다. 저학년들을 대상으로는 똑똑수학탐험대라는 프로그램으로 수학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수업도 하고 있다는 게 이 교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수업 외에도 매년 학기초 1인 1독서마라톤 책을 선정하고, 1년 동안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거북이, 토끼, 월계관 코스를 완주하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서호초만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며 “연말에 이런 마라톤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과 행사를 하며 선물을 주다 보면 학생들도 행복해한다”고 전했다.

이 교장은 미래학교를 꿈꾸는 원스톱 서호마을교육공동체를 ‘배움을 즐기는 창의적인 어린이, 존중하고 배려하는 예의바른 어린이, 몸과 마음이 튼튼한 어린이, 꿈과 끼를 펼치며 성장하는 어린이’ 양성의 밑바탕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는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교육공동체와 함께 소통하며 행복한 학교문화를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