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 한동훈,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요구하나···당정관계 시험대

조문희 기자 2023. 12. 2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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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비서실장인 김형동 의원. 연합뉴스

28일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숨은 쟁점은 그가 수직적 당정관계를 타파할 수 있느냐다. 특검을 안 받자니 70% 남짓 수용 여론이 부담이고 수용하자니 윤석열 대통령이 압박이다.

대통령실이 즉각 거부권 행사를 시사함에 따라 한 위원장은 일단 결단 부담을 덜었다. 반면 대통령실과 별개로 여당 대표가 판단할 공간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비자발적 ‘당정일체’로 내몰린 측면도 보인다. 당내에선 거부권 행사 명분은 챙기면서도 김건희 여사 상대 비우호적 여론을 잠재우는 ‘묘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이날 김 여사 상대 특검법이 동과됨에 따라 한 위원장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집권여당 대표로서 그는 윤 대통령을 향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거부권을 적극 써달라며 힘을 실을 수도 있다.

가장 가능성 큰 시나리오는 거부권 행사 독려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의 특검 요구 의도와 독소조항을 모두 문제 삼은 바 있다. 취임 첫날인 26일 곧바로 “(특검은) 총선용 악법”이라고 지탄했다. 당과 대통령실, 정부가 성탄절 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조건부 수용도 불가” 입장을 모은 다음날 입장으로, 당정대가 일사분란하게 ‘특검 반대’ 깃발을 든 것으로 풀이됐다. ‘총선 후엔 수용 가능’이란 분석이 일부 언론에서 제기되자 선을 그은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총선을 100일 남짓 남긴 정당 입장에서 최근 잇달아 70% 수준으로 발표되는 ‘거부권 반대’ 여론조사 결과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여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 때 약 2년 수사로도 뾰족한 결과가 없었다며 날 세우지만 이른바 ‘명품백 수수’ 의혹이 보도된 뒤 여론 쏠림이 완연하다. 한 위원장을 향한 ‘윤석열 아바타’ 표현도 부담이다. 당장 혁신 이미지를 퇴색시키는 것은 물론, 거부권 행사 결과가 총선 악재로 이어질 경우 ‘정치인 한동훈’의 미래에도 먹구름이 낀다. 윤 대통령도 아내 사건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인해 공정하고 성역없는 수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당 안팎에선 ‘제3의 길’ 제안도 나온다.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힘을 싣되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인 27일 MBC 라디오에서 “(특검)법은 무조건 거부해야 된다”면서도 “정치적 타협안, 대선 때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을 언급했다. 김 여사가 대선 기간 내놓은 ‘아내로서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비호감 이미지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을 위해서도 (윤 대통령이) 법률에 명시된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서, 국민들께 영부인의 활동이 체계적으로 관리된다는 확신을 드리는 것이 국민들께서 진정으로 바라는 일 아닐까”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이날 특검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자마자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한 위원장의 거부권 행사 요청이 특별히 필요 없어진 측면도 있다. 한 위원장이 ‘먼저 엎드리는’ 모습을 비치는 부담을 피하게 된 것이다. 반면 거부권 행사 반대 내지 묘수 도출의 공간은 오히려 좁아졌다. 거부권 행사와 결이 다른 주장은 이제 윤 대통령 뜻을 거스르는 행보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견 제기의 부담은 오히려 커진 것이다.

특검 반대 자체가 윤 대통령 눈치를 본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모토를 걸고 있던 당이 특검은 선전 선동술에 의한 악법이라는 입장으로 전환하는 이유가 당리당략과 같은 공동체적 가치도 아니고 특검의 대상이 성역이기 때문이라면, 오늘은 무측천(중국 최초의 여성 황제. ‘측천무후’라고도 불린다)을 옹립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상대 ‘대장동 특검’을 거듭 요구하던 당의 과거 주장을 인용해 비꼰 것이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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