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여당 대표 부랴부랴 “엄중 조치”···사과와 책임자 문책 언급 없어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장병 정신전력교육 교재에서 한국 영토인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국방부를 질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독도는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라고 밝혔다. 파문이 확산되고 총선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방부가 영토주권을 부정한 데 대한 사과나 신원식 국방부 장관 등 관련자 문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국방부가 최근 발간한 장병 정신교육 자료에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인 것처럼 기술한 것을 보고받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크게 질책하고 즉각 시정 등 엄중히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국방부에 엄중 조치를 지시했지만 이번 교재 발간은 신 장관이 주도했다. 책임자에게 시정 조치 지시를 내린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 전방부대를 방문하면서 신 장관을 대동했다. 윤 대통령이 책임론이 제기된 신 장관을 신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대 방문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신 장관 모두 독도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이날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현실에도, 국제법적으로도 전혀 맞지 않는 얘기”라며 “독도는 명백한 그냥 대한민국 영토”라고 밝혔다. 그는 “즉각, 바로잡아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 위원장도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은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대변인을 통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앞서 국방부가 이달 말 전군에 배포하는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는 독도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쿠릴열도와 함께 영토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교재에서 ‘한·미동맹의 가치와 필요성’을 기술하는 부분에서 “한반도 주변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해외로 투사하거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문제 등 영토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적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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