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에 PF 부실 우려 확대…정부 "연착륙 총력"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으로 134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PF 사업장 재구조화를 위해 조성한 PF 지원펀드가 사업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을 두고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정부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자체 시행 비중이 높은 태영건설의 특수성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기에 다른 건설사와 상황이 달랐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PF 시장 전반에 부실우려가 커질 수 있으니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와 관계기관간 합동 종합 대응반에서 필요한 대응 조치를 신속히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4조2000억원에 달한다. 통계에서 빠진 새마을금고와 PF와 성격이 비슷한 토지담보대출까지 합산하면 PF 관련 대출 규모는 더욱 커진다.
134조2000억원 중에서는 은행(44조2000억원)과 보험사(43조3000억원)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부실위험은 캐피탈사(24조원), 저축은행(9조8000억원), 증권사(6조3000억원) 등 2금융권에서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의 PF 대출 연체율은 0%대, 1.1%인데 비해 증권사의 연체율은 13.85%로 높기 때문이다. 저축은행과 캐피탈사의 PF 대출 연체율도 5.6%, 4.6%대로 은행과 보험사보다 훨씬 높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부동산 PF 대출의 연체 잔액도 3조2400억원으로 계속 불어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부동산 PF 시장에서 추가 부실을 부추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체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기에 채권단 입장에서는 추가 만기연장 등의 조치 없이 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 부동산 PF 시장의 침체를 막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날부터 앞으로 2주 동안 추가 부실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 부동산 PF 시장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음에도 이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0월 캠코가 PF 재구조화를 위해 조성한 1조원 규모의 지원펀드는 서울시 중구 소재 삼부빌딩 한 곳 외 추가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자기자본 대비 태영건설의 PF보증 비율은 374%로 현대건설(122%), GS건설(61%), DL이앤씨(36%)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또 지난 9월 기준 건설사의 부채비율만 봐도 태영건설의 경우 258%인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128%, 현대건설은 114% 등으로 차이가 컸다.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워크아웃을 통해 채권단이 기회를 한 번 더 주더라도 금융사가 아닌 곳들로부터 돈을 빌려 생긴 상거래채권은 태영이 책임지고 갚아야 한다"며 "내일(29일) 만기가 도래하는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도 결제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134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PF 시장에 불안을 키울 수 있으니 시장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권 위원은 "부동산 PF 시장은 고금리 장기화, 공사비용과 금융비용 상승 등으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를 감안해 관계기관과 PF 사업장 전반에 과도한 자금회수가 나타나는지 상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상 사업장에는 원활한 금융공급, 부실·부실우려사업장의 정상화·재구조화 지원을 통한 부동산 PF의 연착륙 기조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25조원 규모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한 PF 사업자 보증 공급, 비 아파트 사업장에 6조원 규모의 건설사 보증 등과 함께 추가적으로 건설투자 활성화 방안을 조속히 발표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시장 참여자들이 과도한 불안으로 정상적인 분야에까지 자금흐름이 불안정해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준다면 우리 경제 규모와 여력을 기반으로 지금의 불안요인들이 해소되고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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