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HW 중심 R&D 조직 SW 중심으로 대수술

“조직 분산, 리더십 이원화로 R&D 지체”
소프트웨어·자율주행 등 담당 혁신 조직 신설
하드웨어 전문 김용화 CTO 6개월만에 용퇴

현대자동차·기아 양재 사옥.[이충우기자]

현대자동차·기아가 하드웨어(HW) 중심이던 연구개발(R&D) 조직을 소프트웨어(SW) 중심으로 전면 재개편한다.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등 신사업 분야를 담당하는 혁신 연구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해 SDV(소프트웨어기반차량)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포석이다. 차량 하드웨어 분야 전문가인 김용화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취임 6개월만에 고문으로 위촉되면서 현대차그룹 연구개발 조직 수장에서 물러난다.

현대차·기아는 28일 “미래 모빌리티 연구개발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전면적인 연구개발 조직 개편을 추진한다”면서 “혁신 연구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조직 개편 배경으로 전동화·SDV 전환에 대응하기 어려운 R&D조직 분산과 리더십 이원화를 꼽았다. 회사 관계자는 “전기차 업체간 가격 경쟁 심화, SDV 전환 가속화 등 글로벌 자동차 개발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이라며 “소프트웨어 센터인 포티투닷(42dot), 현대차·기아 내 조직인 CTO, GSO(글로벌 전략 책임자), SDV본부 등이 협업하고 있지만 조직 분산 및 리더십 이원화로 연구개발 속도가 저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사는 세부 조직개편안을 이번 발표에 담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현대차 연구개발 조직인 CTO 조직에서 소프트웨어 담당 조직을 떼어내 혁신 연구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해당 조직에 포티투닷, SDV본부 등 소프트웨어 관련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양사 CTO 조직에는 일반적인 차량 개발 조직과 함께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차량 제어 등을 담당하는 ‘차량 SW담당’이 포함돼있다.

현대차·기아가 이날 ‘리더십 이원화’를 짚으면서 김용화 사장의 일선 퇴진을 발표한 것을 두고 그룹 내 연구개발 분야에서 송창현 현대차·기아 SDV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포드자동차에서 엔진, 변속기 등 내연기관 파워트레인 컨트롤 업무를 맡는 등 하드웨어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는 김 사장과 달리 송 대표는 HP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네이버 CTO 등을 역임한 소프트웨어 분야 전문가다. 현대차그룹이 2025년까지 전 차종 SDV 전환을 선언한 상황인 만큼, 기존까지의 하드웨어 중심 연구개발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양사는 이날 발표를 통해 “신설 조직은 전통적인 차량 개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차세대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아키텍쳐 통합 최적화, 파괴적인 원가 혁신 시도를 주도하는 조직”으로 소개했는데, 이는 송 대표가 지난 10월 ‘HMG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차량 개발에 적용해 차량 개발 방식의 대전환을 이룰 것”이라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하다. 업계에서는 SDV 중심 개발 방식이 정착하면 차량 제조 비용을 20%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