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부도 위기에 널뛰는 건설株… “내년 상반기 바닥 찍고 상승” 시각도

정민하 기자 2023. 12. 2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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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發 리스크에 다른 건설주 약세
증권가 “길게 보면 희극… 내년 하반기 투자 적기”

시공 능력 평가 16위 대형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갚지 못해 기업 개선 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꼈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면서 주식시장에서도 건설 관련주가 큰 변동성을 보였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선 금리 인하가 이뤄질 내년 하반기부터는 건설주 투자 매력도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모니터를 확인하고 있다. / 뉴스1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은 종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다가 결국 전장 대비 3.74% 하락한 2315원에 마감했다. 우선주인 태영건설우도 같은 양상을 보이다가 8.27% 내린 2885원에 장을 마쳤다.

태영건설은 이날 만기가 돌아온 480억원의 서울 성수동 오피스 빌딩 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 동의로 일시적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 지급 등을 해주는 제도다. 금융사들이 워크아웃을 받아들이게 되면 2013년 쌍용건설 이후 10년 만에 시공 순위 30위권 이내 대형 건설사가 워크아웃에 돌입하게 된다.

고(高)금리와 함께 불거진 부동산 PF발(發)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공포가 확산하면서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다른 건설주도 널뛰기 양상을 보였다. 두 종목은 장 초반 약세를 보이며 흔들리다가 결과적으로는 각각 0.13%, 1.11% 상승한 채 하루를 마쳤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 28일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약 480억원 규모의 PF대출 만기일이 도래했다.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시한폭탄이 여전한 만큼 주식시장에서 건설주도 당분간 변동성을 이어갈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15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부동산 PF 보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15개 건설사의 부동산 PF 보증 금액은 약 2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미착공 도급은 12조7000억원의 보증 금액이 있다. 서울 외 지역 미착공 PF 보증은 6조8000억원이었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건설업계는 부정적인 이슈가 다양하게 지배했던 한 해”라며 “하반기 들어 부동산 PF 만기 연장(롤오버) 리스크가 재부각하고 있어 내년에는 선별 연장, 사업 재구조화 가능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엔 대내외 환경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선 건설주에 대해 “6개월~1년 단기로 볼 때는 어렵지만 2~3년 장기로 볼 때는 좋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업황은 좋지 않지만, 좋아질 수 있는 여건이 점점 조성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금리 하락을 비롯해 향후 입주 물량 감소에 따른 신축 수급 심화, 안전진단 폐지 여부,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 3기 신도시 조성 등을 장기적인 호재로 꼽았다.

일러스트=손민균

또 전문가들은 태영건설 사태 후폭풍을 경계는 하되 정부 대책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20위권 내 시공사의 워크아웃 결정은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줄 수 있지만, 이 충격이 장기화하거나 신용 경색을 야기할 가능성은 작다”며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위기 시 채안펀드 등 정책 지원이 강력해졌고, 학습효과로 적기에 세심한 정책 지원이 나타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PF 시장은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주가가 상승 마감한 것도 이런 장기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낸 ‘짧게 보면 비극, 길게 보면 희극’이라는 보고서에서 “내년 상반기 내 PF 부실 등이 숫자로 반영되는 시점을 바닥으로 보고, 향후 정책적 변화에 따라 상방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태환 연구원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하고 부동산 부양책 발표 가능성이 커질 내년 하반기가 적절한 투자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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