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팔 수 있는 건 다 판다...SBS도 매각할까?

이소은 기자, 김평화 기자, 배한님 기자 2023. 12. 2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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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모니터를 확인하고 있다.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하면 태영건설은 채권단 관리하에 대출 만기 조정, 신규 자금 지원 등을 받게 된다. 워크아웃의 법적 근거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은 일몰됐다가 지난 26일 다시 시행됐으며 태영건설이 이에 따른 1호 워크아웃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23.12.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가운데 태영건설의 모기업인 TY홀딩스가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핵심 계열사인 SBS를 매각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태영건설은 사업성이 낮거나 미착공 상태인 사업장 매각에 나서는 등 이미 팔 수 있는 건에 대한 매각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져있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아 사업장 매각 등 자구노력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8일 정부와 채권단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자구노력을 통해 1조원을 마련했다. 1월 모기업 TY홀딩스로부터 4000억원의 장기자금을 마련하고 3월에는 한국투자증권과 2800억원 규모의 금융조달상품 협약을 체결했다. 9월에는 본사 사옥을 담보로 1900억원을 확보하는 등 올 한해 약 1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조달했다.

추가로 계열사 매각, 자산·지분담보 제공 등도 제출했다. TY홀딩스는 물류를 담당했던 핵심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를 2400억원에 매각했다. 또 태영건설은 최근 관계기업인 포천파워 지분을 전량 매도해 264억6000만원 가량을 확보했다. 골프장 담보 대출 및 매각은 물론 알짜기업 에코비트도 매각을 추진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요청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강도높고 충분한 자구노력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사업장 매각에도 본격 나섰다. 현재 태영건설은 대형 건설사들을 상대로 부천 군부대 이전 사업장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태영건설의 계열사인 네오시티가 부천시 오전동 일원 군부대 이전 부지에 400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태영건설이 네오시티 지분(69%)과 사업장 시공권을 넘기면 3000억원 내외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시행사 대표는 "군 부대 이전 사업은 군부대를 다 옮겨주고 그 이후 땅을 사용해야 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업이며, 사업이 긴 만큼 돈이 많이 든다"며 "통상 워크아웃에 돌입하면 이런 사업은 정리를 하는 선택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워크아웃 건설사들은 수익성 낮은 현장, 미착공 부지 사업을 빠르게 정리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태영건설 역시 도급사 PF 보증 3조5436억원 중 미착공(33%) 또는 착공 후 분양 전사업장(30%)이 과반을 차지한다.

지난 3분기 태영건설의 기준 미착공 사업장은 △울산 중구 반구동 공동주택사업 △자산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개발사업 △외동주공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양양 씨사이드 리조트사업 △부산 명보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 △거제2 지역주택조합사업 △대전 유천 주상복합 1BL·2BL 사업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3 개발사업 △구미 꽃동산공원 민간공원조성사업 공동주택 △서울 하월곡2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대전 유천1구역 지역주택조합사업 등이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로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건설사 관계자는 "미착공 사업장은 사업성을 따져서 사업권을 팔든, 손실 처리를 하든 가르마를 탈 것"이라며 "건설 경기 상황이 안좋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고 충당금을 쌓고 손실 처리하면서 한동안 힘든 시기를 지나야 할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계사인 SBS의 매각설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방송업계는 태영그룹이 SBS를 매각할 가능성을 낮다고 본다. 당장 SBS 정도 크기의 방송사를 살 만한 매수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27일 종가기준 SBS 시가총액은 약 5686억원으로 최근 유진그룹에 매각된 YTN(약 2400억원)의 2배를 훌쩍 넘는다.

SBS가 지상파 방송인 만큼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대 주주 변경 심사도 통과 해야 한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지상파 방송 지분을 10%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지난 3분기 기준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은 약 37%다. 이뿐만 아니라 방송의 공공성·공정성 담보 계획도 제출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돈이 있는 곳은 대기업 규제에 걸리고, 대기업 규제에 안 걸리는 곳은 돈이 없다"며 "결국 매각하려면 SBS 지분을 조각내 팔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경영권 문제가 복잡해져 매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채권단 압박으로 SBS를 매각해야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태영이 자산 매각을 통해 열심히 유동성을 마련 중이지만 원치 않게 SBS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중소·중견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SBS를 사들이는 방법도 있어 매입자 찾기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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