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빚 ‘나라경제 2.27배’···한은 “소비여력 제약 우려”
가계와 기업이 지고 있는 빚(신용)이 계속 불어나 나라 경제 규모의 약 2.27배 수준까지 커졌다. 가계 빚이 떨어지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기업 빚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가계신용 증가세가 기대만큼 둔화되지 않고 있어 가계의 소비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한은이 28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올해 3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추정치)은 227.0%로 전분기보다 1.3%포인트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GDP대비 가계신용 비율(101.4%)은 직전분기(101.7%)보다 0.3%포인트 낮아진 반면 기업신용 비율은 125.6%을 전분기보다 1.6%포인트 높아졌다. 한은은 “민간 신용 레버리지(차입)가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신용 비율도 예상보다 더디게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 3분기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이다. 특히 가계대출은 올해 4월 이후 다시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주택 구입 자금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자금 용도에 따라 신규 취급 가계대출을 분류하면, 1∼3월 41.3%였던 주택구입 용도 비중이 4∼10월 46.9%로 늘었다. 연령대에서는 중장년층(40∼50대)이, 소득 수준에서는 고소득층(소득 상위 30%)이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했다. 중장년층의 대출 비중은 1분기 49.1%에서 2∼3분기 중 50.5%로 늘었지만, 청년층(30대 이하) 39.1%에서 37.6%로 줄었다. 같은 기간 고소득 차주 비중은 55.7%에서 61.6%로 커졌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 수준이 금융시스템 안정을 해칠 수준은 아니라고 봤지만, 취약차주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저소득 또는 저신용 상태이면서 3개 이상 기관에서 대출받은 가계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 높아져 3분기 말 현재 8.86%에 이르렀다. 또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1.91%)의 경우 은행(0.35%)의 약 6배 수준이다.
한은은 “가계 취약부문의 부실 위험 누증은 소득 대비 채무상환 부담이 큰 데다 최근 대출금리 상승, 소득 여건 제약 등으로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라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정착 등을 통해 가계대출 증가폭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빚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 GDP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3분기 125.6%까지 상승했다.
기업이 금융기관에 빌린 돈을 보면 비은행권 및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큰폭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호금융, 저출은행, 여신전문회사 등의 기업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비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말 25.7%에서 올 3분기 32.3%로 높아졌다.
비은행 기업대출 규모는 지난 2019년 말 151조원에서 올해 3분기 말 323조9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비은행 기업대출 중 건설업·부동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47.4%로, 은행(24.0%)의 2배 수준이었다. 한은은 “예금취급기관의 기업대출 확대는 기업의 생산적 활동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금융중개 기능”이라면서도 “부동산업 등 특정 업종으로 대출이 쏠리는 것은 자금의 한계생산성을 낮추고, 예금취급기관의 건전성이 부동산 가격 변동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대내외 충격에도 금융 안정을 유지하려면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하향 안정되도록 노력하고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 능력을 키우며 정책당국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해서는 “특히 취약한 부동산 PF에 대해 대주단들의 자율적 협약을 통해 사업 지속 또는 구조조정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도록 지원함으로써 관련 시장 불안을 해소해나가는 한편 시장 원리에 따라 부실 PF 사업장의 질서 있는 정리를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