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아기 울음소리 들린 이유…공공이 살린 분만 산부인과
경남도·사천시 분만 산부인과 자체 설치·지원
분만 시설 붕괴 지역 소도시에 의료 모델 제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분만 산부인과가 없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원정 진료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임산부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시골 마을도 아닌, 그래도 시 지역인데도 분만 산부인과가 없다니.
그런 곳에서 12년 만에 우렁찬 아기 울음 소리가 들렸다. 인구 10만의 도시 '사천시' 얘기다.
사천시는 경남 18개 시군 중 유일하게 시 단위인데도 분만 산부인과가 없었다. 저출산이 원인이다. 물론 낮은 의료수가, 의료사고 부담 등도 원인 중 하나다.
분만 산부인과 운영이 어렵다 보니 하나둘씩 분만 산부인과가 사라졌다. 지난 10년간 전국적으로 분만 산부인과가 36%나 감소했다. 이제는 민간 의료기관에만 의지하기에는 분만 산부인과 운영이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인구가 적은 곳은 특히나.
사천 임산부들은 멀리 진주로 이동해 아기를 낳았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은 둘째치더라도 긴박한 분만 상황에 따른 위험을 고스란히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게 가장 힘들다.
최근에는 늦은 결혼에 따른 출산이 늦어지면서 고위험 산모가 해마다 느는 추세다. 아무리 운영이 어렵다더라도 우리가 사는 지역에 아기를 받아 줄 산부인과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분만 산부인과는 필수 의료 분야다.
사천에 12년 만에 분만 산부인과가 생겼고, 곧바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건강하게 지역에서 아기가 태어난 공을 따지자면 경남도와 사천시가 한몫했다. 지역에서 사라지는 분만 산부인과를 되살리려는 노력의 결과다.
도는 사천 '청아 여성의원'을 의료취약지 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하고, 도와 사천시가 절반씩 부담해 분만실을 설치했다. 임산부의 편안함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시설 리모델링과 첨단 의료장비를 도입했다.
의사 2명, 간호사 3명, 간호조무사 5명을 배치해 24시간 분만 수술이 운영이 가능해졌다. 분만실, 수술실, 회복실을 갖췄고, 1인 입원실 8실을 비롯해 가족과 함께 편안한 분위기에서 분만할 수 있도록 가족분만실도 만들었다.
그 결과 지난 13일 첫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주인공은 사천읍에 사는 김모 씨 부부의 셋째 아기다.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3.16kg의 건강한 아기가 태어났다.
12년 만에 아기를 받은 사천시는 축하 잔치를 벌였다. 시장과 시의회 의장, 시의원, 의사회까지 나서서 출산 지원금을 전달하고, 지역사회가 준비한 출산 축하용품을 선물했다.
같은 날 급하게 양수가 터진 산모가 이곳을 찾아 두 번째 아기가 태어나는 겹경사가 터졌다. 사천에 분만 산부인과가 없었다면 119를 불러 진주로 이동해야만 했던 위험한 상황에서 분만 산부인과가 큰 힘이 됐다.
현재 12월 말 1명, 내년 1월 4명의 산모가 아기의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분만 예약이 급증한 것도 지역 주민들이 얼마나 분만 산부인과를 기다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분만 산부인과 의료진의 전문성과 신뢰성에 대한 높은 평가다.
첫아기를 받은 김종춘 원장은 "저출산 시대에 귀하고 건강한 아기가 태어나 기쁘다"며 "지역 주민이 만족하도록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분만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공공이 살린 분만 산부인과는 지역의 의료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남도 윤동준 가족지원과장은 "분만 사각지대 임산부의 지역 격차를 없애고자 앞으로 다양한 시책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보건복지부의 분만취약지 지원 공모 사업에 통영 자모산부인과 의원이 선정돼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5억 원을 지원받는다.
도는 그동안 밀양제일병원, 하동여성군민의원, 거창적십자병원 등 3곳에 분만 산부인과 설치를 지원했다. 올해는 경남도 자체 사업으로 사천 청아여성의원과 통영 자모산부인과 등 2곳으로 확대했다.
도는 "건강하고 행복한 임신, 출산 환경 조성을 위해 분만취약지 기반 확충과 공공의료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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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CBS 최호영 기자 isaac042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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