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우크라이나...미 `우크라 원조` 바닥난다

미, 올해 마지막 무기 지원...2억5000만 달러 규모
"서방 지원 F-16 이미 우크라 도착한듯"…우크라는 부인
젤렌스키 "우크라, 세계 최대 무기 생산국 될 수 있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연합뉴스 자료사진]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지원이 여의치 않으면서 우크라이나가 '풍전등화'의 처지에 몰리고 있다. 유엔의 깃발 아래 직접 파병까지 했던 우리의 한국전쟁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미국 정부는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2억5000만 달러(약 3223억원) 규모의 무기 지원 방침을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이같은 규모의 무기 등을 포함한 올해 마지막 지원 패키지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원안에는 포탄 및 방공시스템용 탄약,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용 탄약 등이 포함됐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의회에 우크라이나 지원 등이 포함된 예산안 처리를 요청했으나 여야 간 입장차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해 올해 마지막 지원을 하고 나면 "더는 사용할 수 있는 보충 예산(replenishment authority)이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국무부도 이날 "우크라이나를 도움으로써 얻는 국가 안보상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의회의 신속한 행동이 중요하다"며 예산안 처리를 재차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서방이 지원을 약속한 F-16 전투기가 이미 우크라이나군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개전 후 우크라이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 F-16 전투기 지원을 요청해왔다.

F-16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표준 무기에 맞게 설계됐으며 더 현대적인 전자 장비와 레이더를 갖추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구 소련 모델 전투기만 보유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지난 8월 자국산 F-16 전투기의 우크라이나 이전을 공식 승인했고, 덴마크·노르웨이·벨기에·네덜란드 등 서방은 F-16 전투기 공급을 약속했다.

미국 소식통은 우크라이나가 실제 F-16 전투기를 받았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전투 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보이는 징후도 드러났다.

지난 6일 우크라이나군은 흑해 북서부 즈미이니 섬(뱀섬) 근해에서 러시아 폭격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어 18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공군 기지를 공격해 러시아 전투기를 파손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26일에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크림반도 남부 항구도시 페오도시야를 공습해 러시아 해군 함정 1대를 격퇴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한 군사 전문 블로거는 이와 관련, "전투기는 나토의 지휘통제 시스템에 통합돼 있으며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F-16이 이미 인도됐다는 보도를 즉각 부인했다.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에 F-16이 존재하고 러시아 항공기 6대를 파괴하는 데에 관여했을 수 있다는 믿을 수 없는 가정을 담은 내용을 (뉴스위크가)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자신에 대한 평판을 신경쓰지 않는 미디어의 과대광고"라고 비난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이 세계 최대 무기 생산국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을 통해 미국 등 서방과 무기 공동 생산에 합의한 것이 올해 최대 성과 중 하나라며 우크라이나가 세계 10위권의 강력한 방산국이 분명히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