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정폭주·포퓰리즘 예상 못했다” 신영증권의 반성문
“(투자 전략 수립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경제 여파는 과도하게 걱정한 반면, 포퓰리즘과 재정 지출의 영향은 과소평가했다.”
28일 신영증권 리서치센터가 올해 주식시장을 마감하면서 빗나간 시장 전망에 대한 ‘반성문’ 성격의 보고서를 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김학균 센터장과 13명의 애널리스트는 ‘2023년 나의 실수’란 제목의 42쪽짜리 보고서에 솔직한 자기반성을 담았다. ‘아니면 말고식’ 증권가 리
포트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애널리스트들의 용기 있는 고백이 눈길을 끌고 있다.
보고서를 낸 배경에 대해 김 센터장은 주주서한에서 늘 자신의 실수를 언급하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을 언급하며 “우리가 버핏과 같은 레전드(전설적 인물)는 아니지만, 그렇기에 더욱 그의 태도를 존경하고 배우려고 할 따름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2023년 전망을 복기한다”고 했다.
◇”미국 경제 이렇게 뜨거울 줄이야”
김 센터장은 올해 경제 전망에서 가장 크게 어긋난 부분이 미국 경제에 대한 예측이었다고 짚었다. 그는 “경착륙이든 연착륙이든 올해 미국 경제의 둔화가 불가피하고, 그 결과 미국 증시가 다른 증시 대비 초과 수익을 기록하지는 못할 것이라 전망했다”고 했다. 미국 성장률은 1% 초반에 그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예측은 빗나갔다. 올해 미국 성장률은 2.4~2.5%쯤으로 전망된다. 증시도 주요 선진국 중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미 나스닥은 44%, S&P500은 25%나 올랐다.
김 센터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연준(중앙은행)의 긴축 효과를 상쇄하는 공격적 재정 지출을 강행할 수 있다는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 정부의 재정 지출을 통제하는 제어 장치가 여야를 막론하고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했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의 지출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예상한 게 실수였다는 뜻이다. 그는 “정치와 지정학적 통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관성대로 움직이지 않는 시장”
다른 애널리스트들도 자신의 분석 영역에서 어떤 판단 미스(실수)가 있었는지 돌아봤다. 중국 담당 성연주 연구위원은 예상보다 하반기 중국 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데 대해 “부동산 경기 회복과 금융시장 안정(미국 금리)이라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틀렸기 때문”이라며 “특히 중국 정부의 부동산 민영기업 구조조정은 예상보다 정말 찐이었다(강도 높았다는 뜻)”고 했다.
회사채 시장을 분석하는 이경록 연구위원은 “빠르면 올 1분기 중 강세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시장은 2022년 11월 하순부터 훨씬 급속히 회복됐다”며 “시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고 격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또다시 경험했다”고 했다.
이차전지 시장을 낙관했던 박진수 연구위원은 예상이 빗나간 데 대해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일부 감지됐음에도 연중 지속됐던 원자재 가격, 소재·배터리 판매 가격 등의 상승 기조가 일정 수준 유지될 것으로 기대했던 탓”이라고 했다.
건설 담당 박세라 연구위원은 우려보다 건설주(株)가 선방한 데 대해 “정부의 유동성 지원 대책과 더불어 1·3부동산 대책, 특례보금자리론 대출 실시 등으로 시장이 빠르게 안정화됐다”며 “시장의 대응력 등 동적인 전망에 보다 힘써야겠다”고 했다. 비트코인이 나 홀로 독주하는 가상 화폐 시장에 대해 임민호 연구위원은 “과거 관성대로 비트코인과 다른 가상 자산의 가격이 순차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단순화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했다.
◇내년 시장 전망은?
이런 교훈을 토대로 한 내년 증시 전망은 어떨까. 신영증권은 코스피가 2300~2730의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경기 순환형 종목이 많기 때문에 내년 성장률이 급격히 개선되지 않는 한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장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추천 종목으로는 그간 소외됐던 반도체 중소형주와 제약, 의료 관련주를 꼽았다. 미국 증시 투자 전략으로는 “이미 많이 오른 대형 기술주보다는 저평가된 중소형주들이 좀 더 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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