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희의 정치사기]민주화는 그들만의 공? 86운동권 언제까지 독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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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혁명이 터지자 누구보다도 그들이 용감했다. 다방골목에서, 빌딩 그늘 밑에서 벌떼 같이 쏟아져 나와 혁명전선 선봉에 섰다. 저녁거리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맨주먹으로 총부리와 맞붙어 싸웠다. 그리하여 피를 쏟고 쓰러졌다. 그 생명 무려 수백."
4·19혁명 당시 희생자 통계를 보면, 전체 사망자 186명 중 하층노동자는 61명, 무직자가 33명이다.
그러나 학생들을 제외한 이들의 역할은 축소·은폐되거나 주변화 됐고, 민주화에 대한 논공에서 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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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혁명이 터지자 누구보다도 그들이 용감했다. 다방골목에서, 빌딩 그늘 밑에서 벌떼 같이 쏟아져 나와 혁명전선 선봉에 섰다. 저녁거리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맨주먹으로 총부리와 맞붙어 싸웠다. 그리하여 피를 쏟고 쓰러졌다. 그 생명 무려 수백."
4·19혁명 당시 동아일보에 나온 기사 문구다. 여기서 혁명전선 선봉에 선 주인공은 누구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주역인 학생만 있는 건 아니다. 도시 하층민들도 있다.
혁명의 희생자들 가운데 이들의 비중이 가장 컸다. 4·19혁명 당시 희생자 통계를 보면, 전체 사망자 186명 중 하층노동자는 61명, 무직자가 33명이다. 대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22명, 36명, 국민학생과 중학생이 19명이었다. 하층노동자와 무직자가 학생들보다 많은 셈이다. 하층노동자는 신문팔이·껌팔이·넝마주의·날품팔이·구두닦이 등이고, 무직자는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다.
1979년 부마항쟁과 1980년 5·18 민주화운동, 1987년 6월 항쟁때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학생이 구심점 역할을 했지만, 학생들의 힘만으로 민주화가 진전된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일반 시민들과 도시 하층민들의 참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민주화의 역사 속에는 학생들의 헌신적인 노력 외에도 많은 시민들의 피와 땀이 어우려져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을 제외한 이들의 역할은 축소·은폐되거나 주변화 됐고, 민주화에 대한 논공에서 배제됐다. 기록을 남기고 역사를 쓰는 사람들이 지식인, 언론인 등 엘리트들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당시 민주화에 나선 학생들만 독재권력을 타도한 '정의의 아이콘'으로 거듭났고, 정치·사회 권력의 주류로 올라섰다. 각 대학 학생회장 혹은 선봉대로 활동했던 이들은 16대 국회부터 줄줄이 금배지를 달았다. 3선·4선을 넘어 최다선 의원, 장관까지 배출했다. 현재도 '86세대' (80년대 학번·60년대생) 기득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67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 중 운동권 출신은 절반에 육박하는 70여 명에 달한다.
선택받은 자들의 필연인가. 이들은 어느새 '노블레스 오블리주'보다 내로남불의 상징이 됐다. 윤리적으로도 몰락하고 있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2000년 '새천년 NHK'사건은 이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본인들이 여전히 옳다고 생각한다.
결국 민주당내에서도 '86청산론'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86세대의 기득권을 향한 의지는 여전하다. 불출마 의사를 일찌감치 밝힌 우상호 (4선)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 인사는 내년 총선에 출마할 태세다.
도대체 언제까지 혜택만 누리기를 거듭할 것인가. 이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한국의 민주화는 당신들의 손만으로 된 것이 아닌데도, 배제의 논리에 힘입어 유공자로서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운 좋게 그만큼 누려왔으면 이젠 내려놓을 때가 아닐까.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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