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현대건설·에이랩스 “이산화탄소를 산업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서울시의 중소기업·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운영하는 서울창업허브는 스타트업과 대·중견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을 국내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에게 소개하고, 협업을 통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적극적으로 스타트업과 대·중견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연결한 SBA는 2022년 12월 기준, 100개의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해 958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 1700억 원 규모의 매출 성장을 견인한 바 있다. 총 6039개 스타트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에 참여해 기술 협력 가능성을 평가 받았으며, 최종적으로 409개 스타트업의 기술, 마케팅, 투자 관련 협력을 이끌었다. 대·중견기업에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에 대한 비밀 유지 계약(NDA)은 186건을 체결했으며, 915명의 신규 고용 창출도 견인했다.
이러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대·중견기업은 적은 투자 비용으로 미래 가능성 있는 기술 제휴 기회를 선점하는 효과를 얻으며, 스타트업은 대·중견기업의 자금, 인프라를 활용해 기술을 시장에 선보이고 판로를 확보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
모듈형 이산화탄소 자원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 ‘에이랩스(ALabs)’와 현대건설도 지난 2022년 9월 SBA 서울창업허브와 현대건설이 함께한 '2022 현대건설 x Seoul Startup Open Innovation'을 통해서 만났다. 이에 IT동아가 서울창업허브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을 담당하고 있는 최수진 책임(이하 최 책임)과 김정한 현대건설 전략기획 사업부 책임매니저(이하 김 책임)와 박웅 에이랩스 대표(이하 박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산화탄소를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IT동아: 먼저 에이랩스는 어떤 기업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박 대표: 에이랩스는 이산화탄소 감축(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산화탄소를 탄산염 광물로 변환하는 습식 광물탄산화 기술을 통해 탄소 자원화 설비를 개발하고 있다.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업무시설, 다세대 주택, 주상복합 등)의 공조시스템 배기구에 이산화탄소를 자원화하는 모듈형 설비를 연결해 설치하고, 이산화탄소를 산업재(경질탄산칼슘)으로 자원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기자의 질문에)
하하. 음…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을 6대 온실가스(GHG: Green House Gas)라고 하는데, 전지구적인 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주된 원인이다. 이 온실가스들은 태양광에 의해 가열된 지구 표면의 적외선을 흡수해 열에너지의 우주 방출을 차단하고, 흡수된 적외선을 지구 대기로 재방출해 지구 온난화를 야기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은 극단적인 기후 변화와 자연 재해를 가속화하며, 생태계 균형을 파괴하고 있다.
이미 폭염, 폭설, 태풍, 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다. 높은 화석연료 비중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도 최근 30년 사이에 평균 온도가 1.4℃ 상승하며 온난화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 이에 전세계는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산림 등),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을 0(Zero)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원하고 있다.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 또는 제거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 ‘순배출을 0’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에 탄소 중립을 ‘넷-제로(Net-Zero)’라고 부르기도 한다.
IT동아: 탄소중립의 중요성은 이제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정부나 국제 협약에 의해 설정된 온실가스 배출 상한과 규제를 준수하고, 대규모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들도 이에 동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나.
박 대표: 맞다. 에이랩스는 이러한 탄소중립을 돕는 설비를 개발하고 있다. 정확히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보다 이미 배출되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자원화 기술이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수산화칼슘 기반 혼합용액과 반응시켜 산업재로 자원화할 수 있는 솔루션(습식 광물탄산화 기술 기반의 탄소 자원화 설비)이다.
많은 사람이 생활하는 집합건물에는 허파 역할을 하는 공조 시스템이 있다. 이 공조 시스템에 습식 광물탄산화 기술 기반의 설비를 연결해 설치하면, 건물 내 이산화탄소가 외부로 배출될 때 촉매 반응을 통해 탄소를 자원화할 수 있다. 이렇게 자원화한 산업재는 경질탄산칼슘(PCC)이다. PCC는 건설, 화학,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 화합물로 사용되는 산업재다. 고무, 제지, 잉크, 친환경 플라스틱 등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IT동아: 많은 사람이 생활하는 건물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PCC로 자원화한다는 의미인가.
박 대표: 정확하다. 지난 2021년 1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자원 순환에 대해 함께 연구하던 연구원들과 함께 에이랩스를 설립했다. 당시 연구 매뉴얼과 실험 장비를 자동화하는 설비로 개발하며 에이랩스의 이산화탄소 자원화 솔루션을 완성하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진행한 현장 실증 테스트
IT동아: 현대건설과는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인지.
김 책임: 지난 2022년 9월, SBA 서울창업허브와 함께 진행한 '2022 현대건설 x Seoul Startup Open Innovation'을 통해서 만났다. ‘스마트건설기술(건설현장 생산성 향상 및 운영 효율화를 위한 AI, 로봇, IoT 관련 기술)’, ‘스마트 안전(건설현장 안전사고 예방 및 제거)’, ‘ICT 융복합(ICT 융복합 기술을 활용한 신상품 개발 및 업무 효율성 향상)’, ‘현업부서 Needs 해결(현업부서 Needs를 해결을 통해 상품 차별화 및 경쟁력 확보)’, ‘신사업(CCUS, 수소, SMR, 탄소중립, 주거서비스 분야)’, ‘기타/New Biz Model 제안(현대건설과 연계 가능한 신사업, 신기술, 신상품 등)’ 등 6개 분야로 나눠 모집해 선발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에이랩스였다.
사실 현대건설은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 및 확산, 신사업 진출 기회 확보 등을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기술혁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었다. 지난 2020년 1월 ‘AI기반 공동주택 3D 자동설계 시스템’ 업체인 텐일레븐에 지분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자체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운영하던 중 많은 스타트업과 관계를 맺고 성장을 지원하는 SBA와 2022년부터 함께하고 있다. 2022년 상반기 재생에너지 통합관리 플랫폼 개발업체 ‘식스티헤르츠’를 포함해 ‘딥인스펙션’, ‘오아시스비즈니스’, ‘아이핀랩스’ 등 총 4개 스타트업과 PoC를 진행했으며, 하반기에 에이랩스를 비롯해 ‘제이디솔루션’, 파파야, 파이퀀트, 코매퍼, 어밸브 등 6개 스타트업을 선발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했다.
최 책임: 여러 대·중견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했지만, 건설사와 함께했던 것은 현대건설이 처음이었다. 내부적으로도 건설사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길 원하는 스타트업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현장에서 PoC를 진행하며 유의미한 성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IT동아: 현대건설과 SBA 서울창업허브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어떻게 알고 신청한 것인지 궁금한데.
박 대표: K-스타트업에 올라 온 공모를 보고 알았다. 평소에도 오픈 이노베이션과 같은 공모전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설비, 솔루션 등이 워낙 특수한 분야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에이랩스를 설립할 수 있었던 것도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한 영향이 컸다.
2018 융합연구활성화 공모전 대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 2019 국토교통기술대전 우수상(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장상), 2019 산업융합 해커돈 대회 대상(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2020 스마트건설 창업 공모 장려상(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상), 2021 Start-Up NEST 100 기업 선정(신용보증기금), 2022 스타트업 인베스트 어워드 우수상(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장상), 2022 SK 사회문제 해결 공모 우수상(SK하이닉스) 등을 통해 에이랩스의 기술을 인정받으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IT동아: 확실히 이산화탄소 포집하고 저장해 산업재로 자원화한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기술과 솔루션이다.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박 대표: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이상기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대기 환경, 에너지, 식량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각각의 모듈을 실험실에서 테스트하며 지금까지 왔다.
(설비는 어느 정도까지 완성했는지)
지난 2023년 1월 1일부터 6월 말까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에 위치한 현대건설 기술연구원의 집합건물에서 설비를 테스트했다. 식당 및 주방 설비를 포함하고 있는 5층 규모의 업무시설 옥상 공조 배기구에 우리 설비를 연결해 설치하고, 현장에서 실증 테스트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 배출하던 이산화탄소 양을 64% 감축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프로토 타입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연간 15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성과다. 현장 실증 데이터 및 피드백을 반영해 내년에 제품 납품을 목표로 시제품을 설계 진행 중이다.
집합건물에 에이랩스의 설비를 설치할수록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며 PCC를 생산할 수 있다. 일종의 PCC 생산 공장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을 찾는 SBA 오픈 이노베이션
IT동아: PoC 이후 협업은 정해진 것이 있는지.
김 책임: 에이랩스와 기획한 PoC 기간은 6월까지였지만, 실제 운영은 11월까지 계속 진행했다. 아직 시제품을 테스트한 결과이기 때문에 당장의 사업화나 다음 단계의 협업 체계를 논의하기에는 이르지만, 탄소 자원화 관점에서 추가적인 협업 가능성은 매우 높게 보고 중장기 협업 로드맵을 세우고 있다. 특허 출원 등 사업화에 필요한 기반 작업도 논의 중이다.
박 대표: 에이랩스도 내부적으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과학기술을 활용해 기후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공기 중 직접포집 및 활용(DACU, Direct Air Capture & Utilization) 원천기술개발 사업'에 올해부터 2025년까지 197억 원을 투자한다는 소식도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설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자원화 기술을 도심에 조금 더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개발 중이다. 설비 크기를 줄이는 소형 모듈을 고민하고 있으며, 카트리지를 바꿔 끼우는 형태로 활용성을 높이는 모듈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현대건설과 진행한 현장 PoC를 통해 내부 사업계획서 및 IR 자료를 보완하는데 큰 도움을 얻었다. 그저 연구실 내에서 얻은 데이터 수치가 아닌, 현장에서 실증한 결과는 기술 신뢰성에 많은 도움을 얻는다.
IT동아: SBA 서울창업허브의 오픈 이노베이션 지향 목표와 같다.
박 대표: 공감하고 있다. 에이랩스처럼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스타트업은 현장의 데이터가 필수다. 기술 설명이나 소재 반응성 등 연구실 데이터만으로는 사업화하는데 부족하다. 이번 현대건설과의 PoC를 통해 연구실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를 경험하며 다양한 데이터를 쌓을 수 있었다. 다음 설비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해 선보일 계획이다.
PoC 기회만으로도 큰 혜택이었지만, 실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서와 IR 자료를 보다 충실하게 보완할 수도 있었다. 또한, 현대건설과 같은 대기업과 협업할 때 필요한 가이드라인, NDA 계약 등에 대해서 SBA 서울창업허브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김 책임: 우리도 많은 도움을 얻었다. 무엇보다 SBA 서울창업허브가 보유하고 있는 넓은 스타트업 풀이다. 좋은 스타트업을 소개받을 수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함께하는 이유로 충분하다. 또한, SBA와 같은 공공기관이 중간에서 견인하며,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자칫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효과도 있었다. SBA가 스타트업에게 제공하는 사업화 자금이나 창업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해 진행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최 책임: 우리가 지향하는 바다.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해 빠른 성장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고,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도입해 새로운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껄끄럽고 불미스러운 일을 우리가 견인하며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업할 때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형태다.
이전처럼 SBA는 계속해서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안심하고 협업하며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SBA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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