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김윤석 "이순신의 죽음, 영웅의 죽음 아닌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가기 바랬다" [인터뷰M]
8일 연속 전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의 주인공 김윤석을 만났다. 김윤석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작품에서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명대사를 직접 내뱉는 조선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을 연기했다.
영화가 개봉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다는 김윤석은 "앞서 두 배우(최민식, 박해일)가 이순신을 했는데 내가 세 번째라는 부담보다는 너무 큰 이순신 장군의 배역 자체가 주는 부담이 컸다."며 이 역할이 얼마나 부담스러웠는지를 이야기했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명량'과 '한산'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이번 '노량'의 시나리오를 보면서는 각 영화에서 이순신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감독의 의지가 읽혀 감이 왔다는 김윤석은 "노량에서의 마지막 이순신은 어떤 의미로 전쟁을 종결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컸던 인물이다. 그래서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대사와 장면이 왜 이 영화에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공감되었다."며 영화에서 강조되는 메시지를 언급했다.
이순신 전문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걸 알고 있는 김한민 감독은 김윤석에게 엄청난 분량의 책을 보내줬다고 한다. 이순신을 연구하는 분들과 함께 학회에도 찾아다니고 엄청나게 공부했다는 김한민 감독은 7년간의 임진왜란에 대해 김윤석과 깊이 있는 토론도 하고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당시의 시대 상황, 국제 정세, 이순신의 심경에 대해 설파를 했다고.
김윤석은 "임진왜란은 제1차 일제 강점기라고 할 정도로 7년간 왜군이 우리나라에서 살았던 시기다. 우리나라 역사상 이렇게 긴 전쟁을 한 적이 없다. 6.25도 3년간 치른 전쟁이었는데 임진왜란의 7년간은 일본군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그들의 성을 쌓을 정도로 긴 세월이었다. 7년의 전쟁을 치르며 400만 명이 죽었다는데 그 숫자는 당시 조선인의 절반에 해당한다. 총과 칼에 죽은 게 아니라 굶고 얼고 전염병으로 처절하게 죽었다더라. 그걸 지켜보는 이순신은 어떤 의미로 전쟁을 종결시켜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했던 인물이다. 왜군은 7년간 이 나라의 음식도 뺏어먹고 얼마나 좋은 곳인지도 알아냈을 것. 그랬기에 그들은 조선에 또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랬기에 이순신은 그들이 다시는 이 땅을 넘보지 못하게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긴 상황 설명을 침을 튀기며 쏟아냈다.
그러며 "이런 이야기를 하며 노량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대사와 장면을 만든 이유를 김한민 감독이 말하는데 깊이 공감되더라." 며 아는 만큼 더 깊이 보이고 생각되었던 이순신이었음을 알렸다.
김윤석은 자신이 생각한 '노량'에서의 이순신은 "지략가의 느낌"이라고 밝혔다. "상당히 복잡하고 착잡한 시기였다. 7년 전쟁의 양상을 보고 일본이 휴전협장을 맺고 협상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조선은 배제되고 명과 왜가 협상을 한다. 그 과정에서도 본토의 지원군을 보내고 보급을 채우는 등 왜군의 횡포는 계속된다. 명과 왜가 전쟁을 종결시키조가 할 당시 조선의 정세는 정말 형편이 없었다. 그 와중에 나라를 지키는 인물로서 어떤 판단을 했어야 했는지가 '노량'에서의 이순신의 모습에 많이 담겨 있다. 이 분은 전투적으로만 뛰어난 게 아니라 지략가"라며 영화 속에서도 표현된 명-왜-조선 간의 복잡한 외교 상황 속에서 이순신이 왜 끝까지 싸우는 결정을 했는지를 연기한 배우 입장에서 전했다.
당시의 외교 정세도 복잡했지만 이순신의 개인의 인생사도 참으로 고달팠던 '노량'이었다. 영화에서 꿈속 왜적의 칼에 자식이 죽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 장면을 찍을 때 너무 깊이 감정 이입이 되는 바람에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했다는 김윤 적은 "그 장면이 감정적으로 제일 힘들었다"는 고백을 했다.
반면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장면은 해전 장면이었다고. 거대한 짐볼 위에 배를 올리고 배가 계속 움직이는 동안 연기를 해야 했는데 그때 멀미가 심했다고. "짐볼이 움직이는 소리도 기괴하고 정신도 몽롱해지는 게 너무 힘들더라. 장군이 비틀거리면 NG가 나서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했는데 저뿐 아니라 모두가 힘들어했다."며 바닷물이 아닌 짐볼 위에 띄운 배의 움직임으로도 심한 멀미를 느껴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무거운 갑옷 때문에 코피도 흘렸다는 김윤석은 "여수에서 밤 촬영을 하다 갑자기 코피가 났는데 멈추지가 않더라. 결국 응급실까지 갔는데 입고 있는 옷을 모두 벗으라고 하더라. 바지저고리를 입고, 두루마기를 입고 그 위에 갑옷을 입었는데 갑옷을 모양 나게 입으려면 온 마디마디를 제대로 조여서 입어야 했다. 혼자서는 못 입고 3 사람이 입혀줘야 겨우 입을 수 있는 갑옷이었다. 그렇게 조여 입으니 혈압이 올라서 코피가 났던 것"이라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노량'의 시작과 엔딩은 북소리로 연결이 된다. 특히 엔딩 부분 이순신이 치기 시작한 북은 그의 아들이 치는 장면으로 이어지며 극장문을 나서는 관객의 귓가에도 여운이 남을 정도. 묘한 중독성이 있었던 북소리였기에 김한민 감독은 극장의 출입구에 북을 달아 놓아 영화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이 칠 수 있게 하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었다고. 실제 북을 치는 장면도 상당한 연습을 했다는 김윤석은 "북 치는 자세가 생각보다 어려웠고 연습을 많이 했다. 야구선수 4번 타자 수준의 스윙이 나와야 북을 치는 폼이 나더라. 혼신의 의지를 실어서 쳐야 했던 북인데 촬영하면서는 어깨에 근육통이 올 정도로 오래, 많이 쳤었다"며 비하인드를 밝혔다.
'노량'에서의 이순신의 죽음은 사실 전 국민이 결말을 알고 있는 대형 스포였다. 이 장면을 촬영하기 전 김한민 감독과 많은 상의를 했다는 그는 "이순신은 이 전쟁에서 자신이 죽을 거라는 걸 절대 몰랐을 것이다. 원수를 갚을 수 있다면 이 한 몸 죽는다 한들 여한이 없을 것이라는 한마디의 각오 정도만 가져간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라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 어떤 각오를 했는지 이야기했다.
그러며 "위대한 장수의 위대한 죽음을 표현하기보다는 진실된 표현을 하자는 이야기를 감독과 했다. 영웅의 죽음이 아니라 그의 죽음에서 400년 전 태어난 50대 군인이 죽는다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다가가길 바랐다."며 그 장면이 예상보다 신파적이지 않게 감정적으로 담백하게 연출된 이유를 밝혔다.
"나는 새가 멈추고, 세상의 모든 게 멈추는 설정이 아닌 나한테 신경 쓰지 말고 싸움이 급하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내가 죽어간다는 사실 때문에 장수들이 몰려들고 난리가 나면 안 된다는 현실적인 생각도 있었을 테고 그래서 끝내 말을 끝맺지 못하고 돌아거시는 걸로 그렸다."며 말을 끝내지도 않고 눈도 못 감은 채 전장에서 숨을 거둔 이순신 장군을 그려낸 배경을 설명한 김윤석은 "우리가 아는 이순신은 위대한 영웅이지만 7년간 인간 이순신이 겪은 일들은 참혹했다. 적군에게만 당한 게 아니라 아군에게도 질시와 모함을 당하며 살아오신 그분의 역사를 보니 가슴이 아팠다."며 자신이 바라본 이순신의 모습을 이야기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를 선보이며 김윤석은 "참된 삶을 위한 의로운 죽음을 기억해 주길"이라는 말을 했다. "진정한 새로운 시작을 위한 올바른 끝맺음은 지금도 통하는 말이다. 진정 새로운 변화를 원하면 올바르게 끝맺고 그걸 교훈 삼아 새롭게 가야 한다. 400만 국민이 죽은 전쟁 끝에 굿하고 살풀이만 하고, 판소리로만 한을 푸는 민족이어서는 안 된다는 걸 '노량'이 이야기하는 거라 생각한다."며 마지막까지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한번 더 강조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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