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절멸 가능한가” 커지는 회의론에도···이스라엘 “레바논 국경서 새 전선 열 수 있다”
하마스, 고위급 사망 시 대응 시스템 갖춰
가자지구 민간인·이스라엘 장병만 피해
이 와중에 이스라엘 내각선 “전선 확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 목표로 내세운 ‘하마스 절멸’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애초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한 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은 물론 젊은 이스라엘 장병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와중에 이스라엘에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맞닿은 북부에 새로운 전선을 꾸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은 10월7일 잔혹한 공격을 감행한 단체를 제거하겠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점점 그 목표가 비현실적이거나 심지어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 통제에 무력으로 맞서야 한다는 하마스의 교리와 이데올로기가 유지되는 한 하마스 섬멸은 쉽지 않다고 강조한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타하니 무스타파 팔레스타인 수석 연구원은 “확실한 이념으로 무장한 조직을 간단히 뿌리 뽑을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라며 “이스라엘은 어떤 형태로든 하마스를 계속 상대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설령 이스라엘이 하마스 고위 인사들을 모두 제거한다 하더라도 이들을 대체할 시스템을 하마스가 이미 갖추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회의 의장을 지낸 기오라 에일랜드는 “하마스가 전사한 지휘관들을 똑똑하고 헌신적인 다른 인물들로 신속하게 교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하마스의 회복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언론인 아잠 타미미 또한 “하마스 최고 지도부는 살해되거나 체포돼 언제라도 추방당할 수 있다”며 “이런 경우를 대비해 하마스는 명령을 쉽게 하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하마스 고위 인사들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도 이스라엘엔 부담이다. 이스라엘군이 현상금 40만달러(약 5억2000만원)를 내건 가자지구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는 지난 25일 알자지라에 보낸 서한을 통해 “이스라엘 점령군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스라엘군은 신와르 은신처로 유력한 가자지구 칸유니스를 연일 맹폭하고 있지만 그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NYT는 “하마스 최고위층은 대원들, 남은 이스라엘 인질들과 함께 깊은 터널에 숨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스라엘군은 최소 1500개의 땅굴을 철거했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지하 기반시설 대부분이 온전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마스가 15년간 구축한 땅굴을 모두 파괴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어 NYT는 “이스라엘군은 최근 하마스 지도자 4명을 체포하기 위해 거액의 현상금을 걸고 전단을 가자지구에 뿌렸지만, 하마스 카삼 여단 수장인 모하메드 데이프의 사진은 수십 년 된 얼굴뿐”이라고 꼬집었다.
하마스 섬멸이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스라엘 내각이 체제 강화를 위해 이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스라엘 정보 장교 출신 마이클 밀슈타인은 “하마스가 한계점에 이르렀다고 묘사하는 일부 이스라엘 지도자의 발언은 잘못됐다”며 “그들은 하마스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병사들은 매일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목표 달성에 애를 먹고 있는 이스라엘 내각에선 국제 사회의 휴전 압박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헤즈볼라를 겨냥해 전선을 확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시 내각에 참가한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이날 “국제사회와 레바논 정부가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에 대한 공격을 막고 헤즈볼라를 국경에서 밀어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군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전투의 다음 단계는 깊고 강력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다음달 5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저강도 작전으로의 전환과 휴전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지만, 이스라엘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폴 로저스 영국 브래드포드대 교수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목표를 앞세운 비타협적인 전략은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스라엘은 영원한 갈등과 평화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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