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출마 가능" 미시간은 달랐다…일주일 새 엇갈린 판결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서 최종 판단 이뤄질 듯
미국 미시간주 대법원이 사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경선 참여를 제한할 권한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일주일 전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선 출마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과 상충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도전 자격에 대한 최종 판단은 결국 연방대법원의 손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시간주 대법원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선 참여 문제는 법정에서 결정해서는 안 되는 정치적 쟁점이라며 주법상 수정헌법 14조 3항을 적용해 후보 이름을 투표용지에서 뺄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수정헌법 14조 3항은 헌법 지지 선서를 한 후 헌법에 반하는 반란을 일으킨 사람은 공직을 맡을 수 없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미시간주 대법원 판결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미시간주는 대표적인 경합 주로, 이 지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선 출마 자격이 박탈되는 판결이 나오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시간주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면서 백악관 복귀 자격을 둘러싼 그의 법적 싸움에 중요한 승리를 안겼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판결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미시간주 대법원은 공화당 경선 선두 주자인 나를 투표에서 제외하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정당히 거부했다"며 "선거를 조작하기 위한 한심한 계략이 실패한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을 제기한 유권자 측 변호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는 공직에 다시 출마하거나 맡을 자격이 없다"면서 후보 자격에 대한 이의를 계속 제기하겠다고 했다.
재판의 배경이 된 건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패배에 불복한 시위대는 의회의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인증을 막기 위해 의사당에 난입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사당으로 행진하라고 독려한 게 문제가 됐다. 유권자들은 이 사태를 문제 삼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해 달라고 각주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대통령직이 14조 3항의 '공직'에 해당하는지였다. 헌법에는 공직 관련해 여러 직책을 열거했으나 '대통령'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콜로라도주 덴버 지방법원은 트럼프의 내란 가담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수정헌법 14조 3항은 대선 후보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원고는 항소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역시 내란 혐의 인정한 판결에 항소했다. 미네소타와 뉴햄프셔주에서 제기된 유사 소송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이런 상황에서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선 출마 자격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19일 콜로라도 대법관들은 콜로라도 주 국무장관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주 공화당 예비선거 투표에서 제외할 것을 명령했다. 수정헌법 14조 3항이 대통령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덴버 지방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콜로라도 대법원은 대통령직이 명백한 '공직'이라 헌법에 구체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AP통신은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단에 대해 "대통령 후보 자격 박탈에 이 헌법 조항을 적용한 첫 사례"라고 짚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소할 수 있도록 이번 결정의 효력을 내년 1월 4일까지 유예했다.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측 상고를 받아들여 이번 사건 심리를 결정하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판결의 효력은 더 미뤄진다. 이에 따라 내년 3월로 예정된 콜로라도주 공화당 예비선거는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판결이 효력이 발생해도 콜로라도주에서만 적용돼 다른 지역 경선 출마에는 일단 문제가 없다.
공은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보수 성향 법률회사 소속 변호사 제이 세컬로우가 이끄는 콜로라도주 공화당은 이날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에 대해 연방대법원에 재심을 요청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자체적으로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가능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법적 판단은 수개월 후에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방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공화당 후보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 3명을 포함, 보수 성향 대법관이 전체 9명 중 6명이다.
BBC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쪽에서는 엄청난 지지를, 다른 한쪽에서는 엄청난 비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 판결은 연방대법원에 특히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며, 법원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전문가들은 연방대법원이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을 무효화하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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