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코리아] 타격 일타 강사의 조언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이뤄진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넘버원 베이스볼 아카데미. 다소 외진 곳이지만 수도권 각지에서 몰려든 야구 유망주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대학 강타자부터 고교 특급 유망주, 국가대표 경력을 갖춘 초등학생 선수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모두 타격 코칭계의 ‘일타 강사’를 만나기 위함이다. 주인공은 속초상고 포수 출신 김희수 대표다. 한때 주목받는 유망주였던 그가 먼길을 돌고 돌아 다시 배트를 집어 들었다. 자신이 직접 느낀 경험과 연구를 토대로 후진 양성에 나선 것이다.
결과가 나쁘지 않다.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 대표의 제자만 무려 6명이 프로 구단의 부름을 받았다. 대표적인 선수가 성남고 이재상(키움), 휘문고 정안석(한화), 덕수고 김재형(삼성), 인하대 정현승(SSG) 등이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한 야구인은 “김 대표가 선수 시절부터 악바리로 유명했다. 그런 까닭인지 선수들 지도에도 정말 악착같이 달려든다. 타격 지도뿐만 아니라 학생선수들의 마음까지 움직이는 진짜 일타 강사”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타격 일타강사’로 주목받는 김 대표를 베이스볼코리아가 직접 만났다.
먼저 축하드립니다. 제자들이 올해 드래프트에서 좋은 결과를 냈어요.
감사합니다. 학생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이죠.
오랜 시간을 함께한 이재상, 정안석 선수는 아주 빠른 라운드에 지명을 받았습니다. 예상했습니까?
사실 조금 놀랐습니다.
예?
가장 의외인 건 (이)재상이에요. 처음에는 공을 무서워하는 아이였습니다. 리틀야구 때 겁쟁이라고 공에 써 준 사진도 있어요(웃음). 그래도 근성이 있는 선수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더라고요. 덕분에 성장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정)안석이도 ‘저래서 내야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더라고요. 두 선수 모두 혼도 많이 났고, 훈련도 정말 독하게 시켰는데 그걸 다 버텨냈습니다. 그게 두 선수의 진짜 무기인 것 같아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견뎌내는 것. 요즘 학생들은 인내심이 부족한데 두 선수가 좋은 사례가 됐으면 해요. 이 자릴 빌어 다시 한 번 축하해주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남들보다 성장이 빨랐어요. 중학교도 무난히 졸업했는데 고등학교 들어가서 사춘기가 심하게 왔습니다. 장충고에 입학했는데 1학년부터 시합을 뛰면서 많이 맞았어요. 한번은 길바닥에서 잔 적도 있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부모님께 야구를 그만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전학을 가 보자고 해서 북일고로 가게 됐죠.
북일고 생활은 어땠습니까.
최악이었어요. 처음 전학을 갔을 땐 왕따도 당했습니다. 저도 성격이 부드러운 편은 아니지만, 1학년 전체 상대로 혼자 싸워봐야 누가 이기겠어요? 그땐 구타도 너무 심했고요. 어린 마음에 상처가 컸습니다. 그 때 북일고 김상국 감독님께서 “그래도 야구는 계속 해라”고 하셔서 속초상고로 보내 주셨어요. 그렇게 졸업은 속초상고에서 하게 됐습니다.
선수 생활 후에는 사업을 하셨다고요.
피자 배달, 당구장, 이불 가게, PC방 아르바이트 등 여러 일을 하다가 공익 근무를 마치고 자동차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야구를 그만두고 처음에 여기저기 다닐 때는 힘들었는데, 자동차 영업은 제 적성에 맞았어요. 영업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뭔가를 설명했던 경험은 레슨장 운영에도 도움이 많이 돼요. 덕분에 선수 부모님과 상담할 때도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고요.
선수들을 가르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 야구 쪽은 생각조차 안했어요. 아이들을 가르칠 계획은 더 없었고요. 이게 참 인연이란 게 있긴 있나봐요. 어느 날 갑자기 레슨장을 운영할 기회가 생긴거에요. 지인이 한 번 해 볼 생각 없냐고 하시더라고요. 자동차 영업은 아무래도 일정이 자유로운 편이라 ‘같이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2012년부터 사업장을 내면서 시작하게 됐죠.
선수들은 어떻게 지도하시는 편인가요.
처음에는 기본기부터 연습시킵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중학교 때부터 알려주는 편이에요. 고등학교 올라가면서부터는 멘탈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아무래도 고2, 고3 때는 아이들이 시합을 많이 뛰니까요.
멘탈이요?
선수들이 방망이가 안 맞는 날도 있잖아요. 아이들은 야구가 안 되면 레슨장도 안 오려 하고, 학교 훈련을 게을리 하기도 해요. 그럴 때는 제가 경험했던 부분을 많이 알려줍니다. ‘나는 이렇게 했었다. 너희도 한 번 해봐라’ 라고요.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 부분을 고쳐야 하는데, 고치는 과정에서 또 스트레스가 생기거든요. 그렇게 슬럼프가 오면 타격도 더 안 됩니다. 야구 선수는 멘탈이 가장 중요해요.
이렇게 말하면 조금 재수 없을 수도 있는데, 저도 학교 다닐 때는 타격을 못 하지 않았어요. 키가 작았지만 홈런도 많이 쳤고, 장타력이 있는 선수였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까 제 폼이 어느 정도 정답인 거예요(웃음). 그래서 레슨할 때도 제 타격폼을 보면서 가르치는 편입니다. 요즘 어퍼 스윙이다 뭐다 이런저런 말이 많은데, 저는 레벨 스윙을 강조합니다. 레벨 스윙이 안 되는 선수들은 극단적인 어퍼 스윙, 다운 스윙밖에 안 되더라고요.
시시각각 변화하는 흐름이 느껴지시나요.
그렇죠. 요즘 프로야구 선수들도 미국까지 가서 유명한 코치들에게 타격폼을 배워 오더라고요. 인스타그램 같은 곳에 올라오기도 하던데, 사실 그런 폼은 정말 극단적으로 가지 않는 이상 나오기 힘든 동작이거든요. 실제로는 그런 타격폼으로 치는 타자들도 없어요. 힘으로만 공을 치려는 스윙은 선수들에게 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예 그 쪽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그렇게 하면 밸런스가 무너진다고 봐야 합니까.
무너졌다는 표현도 아닌 것 같아요. 밸런스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공을 아예 치지를 못해요. 저는 그런 선수들이 레슨장에 찾아오면 우선 제 방식대로 1회만 레슨한 다음 (계속 다닐지) 결정하라고 합니다. 본인에게 맞는지 아닌지 한 번 해 보고 느껴보라는 거죠.
요즘 프로야구를 보면 파워를 갖춘 타자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힘을 중시하는 최근 트렌드와는 정확히 역행하는 부분인데요.
방망이는 힘으로만 치는 게 아닙니다. 트레이닝 센터 가서 파워를 기르는 건 좋아요. 예전 선수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듯이요. 그런데 힘으로만 타격을 하면 안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승엽 선수나 양의지 선수 같은 스타일을 좋아해요. 타고난 파워가 엄청나진 않지만 홈런을 잘 치는 타자들이요.
조금 더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저희 레슨장에 겐코볼이 있거든요. 저 공은 강하게 치면 오히려 안 나가요.
겐코볼이요?
쉽게 말하면 고무공이죠. 일본 타자들이 어릴 때 겐코볼을 쓰는데요. 그래서 일본 타자들을 보면 타격폼이 비슷해요. 메이저리거와 일본 타자들이 모여서 겐코볼로 시합을 하면 누가 이길까요? 아마도 미국 선수들은 저 공을 치기 쉽지 않을 거예요. 힘으로만 돌리면 겐코볼은 찌그러지거든요. 그만큼 힘을 빼고 정확히 맞히는데 집중할 수 있습니다.
힘을 빼고 타격하는 방법을 간단하게 말씀해 주신다면.
타자들은 날아오는 공을 쳐야 하기 때문에 다리를 벌리면 정확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어요. 힘도 들어가게 되고요. 그래서 처음 오는 선수들에게는 타격 스탠스부터 줄이라고 해요. 짧은 보폭에서도 공을 강하게 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펑고의 원리를 많이 이야기합니다. “코치님들이 펑고칠 때 다리 많이 안 벌려. 방망이로 공을 정확히 맞혀서 힘만 실으면 멀리 칠 수 있으니까” 라는 말로 시작해요.
최근에는 강한 타구를 강조하는 추세잖아요. 이러한 흐름과 코치님께서 말씀하신 방향은 조금 반대되는 것 같기도 한데요.
맞아요. 강한 타구만을 위한 스윙을 하면 안 됩니다. 몇 년 전에 저희 레슨장에서 프로에 간 선수가 있는데요. 팀에서 타구 스피드가 가장 빠른데 아직 1군에 올라가지는 못하고 있어요. 강한 타구만 가지고 야구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죠.
있죠. 무조건 제가 보기에 폼이 이뻐야 합니다. 저는 방망이를 돌리는 데 있어서 ‘제 눈에 이뻐야지만 남이 보기에도 이쁘다’ 라는 지론이 있어요. 폼이 좋아야 공을 잘 던지고 잘 치지, 폼이 이상한데 공을 잘 치는 선수는 없거든요.
작은 체격으로 선수 생활을 한 입장에서 신체조건의 불리함을 이겨내려는 선수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장점이 확실해야 해요. 예를 들어 포수면 어깨가 좋다던가. 저는 키가 작았지만 어깨나 파워는 180cm, 190cm 친구들과 비교해도 밀린 적이 없었습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엄청 많이 했어요. 사실 힘이 중요한 건 맞습니다. 가진 힘이 있으니까 (작은 체격으로도) 남들과 비슷하게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요즘은 그래도 김지찬 같은 선수들이 롤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소수기는 하지만 그런 선수들이 확실한 장점이 있는 건 분명하거든요. 저도 (키가) 작은 친구들에게 타격이든 수비든 ‘장점을 빨리 만들어라’ 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런데 아무래도 야수는 방망이가 우선순위라는 생각은 듭니다. 수비가 안 되면 1군 선수가 될 수 없지만, 타격을 못 하면 프로 자체를 갈 수가 없으니까요.
코치님께서 생각하시는 일명 ‘포인트’가 궁금합니다.
물건을 샀을 때 고장 나면 받는 A/S라는 게 있잖아요. 레슨장을 하면서 선수가 방망이가 안 맞을 때에도 A/S를 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저는 제가 직접 쳤던 타격폼을 가르치는 거라 여러 방법을 쓸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해 본 타격이 아닌 유행만을 가르치다 보면 선수를 고칠 수가 없어요. 슬럼프가 왔을 때 그 부분을 어떻게 고쳐 줄 수 있는지가 핵심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코칭을 하시면서 가장 기쁜 순간은 언제인가요?
선수들이 ‘코치님, 저 오늘 잘 쳤어요.’ 라고 연락이 올 때요. 프로 지명도 기분은 좋지만, 오랫동안 쌓아온 데이터로 인정을 받는 느낌이라 좀 다른 것 같고요. 선수들은 일단 이번 대회, 다음 경기를 보고 열심히 하는 거잖아요. 대회에서 안타를 치고 본인이 만족을 했을 때 저도 기분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싫은 소리 할 필요 없이, 앞으로 계속 그렇게만 하면 된다는 거니까요.
베이스볼코리아는 한국 유소년 야구, 고교야구 등 학생 야구를 기반으로 KBO리그 유망주와 스카우트, 신인드래프트 소식을 전하는 야구 전문 매거진입니다. 한국판 ‘베이스볼 아메리카’를 표방하며 지난 2019년 3월 창간해 오프라인 월간지와 유튜브 방송, 온라인 매체를 통해 풍성한 야구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꿈을 향해 땀 흘리는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과 현장 야구인들의 노력을 조명하고, 건전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베이스볼코리아의 지향점입니다. 2023년엔 ‘MK스포츠’를 통해 많은 아마추어 선수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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