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짓던 '주택사업장 22곳·2만세대' 우선 보호한다

이민하 기자, 이정혁 기자, 방윤영 기자 2023. 12. 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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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 추진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은 내년까지 총 3조6000억원에 달하는 우발채무 만기를 앞두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2023.12.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부가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에 대한 보호막부터 설치한다. 시공순위 16위의 태영건설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피해가 주택 분양계약자나 협력업체로 번지는 것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다.

28일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논의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관련 협력업체와 수분양자를 대상으로 신속 보호조치를 시행한다.

현재 태영건설이 공사를 맡았던 주택사업장 중 분양까지 진행돼 분양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모두 22개로 파악됐다. 세대 수는 1만9869세대다. 이 중 14개 사업장(1만2395세대)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에 이미 가입된 상태다. 대부분 분양계약에 따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해당 사업장에 대해 태영건설이 계속 공사를 하거나 필요시에는 시공사 교체를 진행할 방침이다. 분양 이행 등 방식으로 사업을 계속 진행, 당초 예정대로 분양계약자가 입주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만약 사업 진행이 곤란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HUG의 주택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계약자에게 기존에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 등 분양대금을 환급해줄 수 있다. 환급이행 절차는 분양계약자 중 3분의 2 이상이 희망할 경우에도 가능하다.

HUG 분양보증이 없는 다른 사업장도 사업 차징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진행하는 6개 사업장(6493세대)은 기본적으로 태영건설이 계속 시공을 맡는다. 다만 계속 진행이 어려울 경우에는 공동도급 시공사가 사업을 맡아 진행하거나 대체 시공사를 선정한다. 나머지 2개 사업장은 신탁사·지역주택조합보증이 태영건설의 계속 공사 또는 시공사 교체 등을 선택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태영건설 공사 140건 수익성 검토 후 진행 여부 결정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금융당국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태영건설 측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유도하겠다"며 "위험요인들을 정밀 관리하면 부동산PF 및 건설업 불안요인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등이 배석했다. /사진=임한별
현재 태영건설은 모두 140건의 공사를 진행 중이다. 개별 사업장의 수익성 검토 등을 거쳐 태영건설 또는 공동도급사가 공사를 계속 진행한다. 이 역시 여의찮을 경우에는 신탁사 또는 보증기관(공사이행, 분양보증 등)이 대체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이행한다.

또 피해가 중소형 업체까지 확산하지 않도록 협력업체 지원 조치에도 나선다. 현재 협력업체는 모두 581개 사로 1096건의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이 중 96%(1057건)는 건설공제조합의 하도금대급 지급보증 가입이나 발주자 직불합의가 돼 있다. 태영건설이 부실화해도 보증기관을 통해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가 30%를 넘어 피해가 우려되는 작은 하도급사는 먼저 1년간 금융기관 채무를 상환유예하거나 금리감면이 이뤄지도록 지원한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처한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채권은행 공동으로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금리인하 등을 신속히 결정하는 신속지원(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을 우선 적용한다. 다만 소규모 업체들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금융채무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방 중소형 건설사 위기 확산 촉각…PF 사업장 '옥석 가리기'
정부는 태영건설 사태가 지방 중소형 건설사들의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하고 사업장별 PF 규모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부도 처리된 건설사는 총 13곳에 달한다. 대부분 지방 건설사들로 부동산 PF로 인해 유동성 문제에 시달려왔다는 점에서 태영건설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태영건설 직전 부도 처리된 건설사는 경남 창원지역 중견(시공능력평가액 올해 기준 847억원, 종합건설 시공능력 285위, 경남 8위) 남명건설이다. 이 건설사의 공사 미수금 누적액은 총 600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PF와 관련해 회생할 수 있는 사업장에 한해 추가 보증을 제공하는 이른바 '옥석 가리기'(구조조정) 방식을 내부적으로 유력 검토하고 있다. 단 PF가 무리하게 이뤄진 사업장들에 대한 일괄 지원 방침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특정 사업장의 파장을 최대한 차단하고 경기 연착륙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26일 박상우 신임 국토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부동산 PF 연착륙 등 주택시장 불안요인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올 3분기 말 기준 2.42%로, 2분기 말 2.17%에 비해 0.25%p(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시장과 함께 건설 경기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데다 대외 위기로 원자재 가격과 공사비 인상 등의 여파가 덮친 가운데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여파로 다른 건설사 부도나 법정관리가 속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로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공급하는 중소형 건설사에는 정부의 대책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하더라도 비아파트 시장 자체가 침체해 이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깨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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