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아티스트는 없었다”…뉴진스, K-팝 ‘기적의 아이콘’ 되다 [2023 결산]

2023. 12. 2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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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년 5개월 만에 국내외 평정
저지클럽·칠링댄스…핵심 트렌드로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밈도 유행
뉴진스 [SUMMER SONIC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년 전만 해도 아무도 몰랐지만, K-팝 어느 선배보다 빠른 속도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뉴진스가 나온다고 하자, 오후 12시 공연에 4만 명이 몰렸다. 22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던 현상이다.” (日 음악 페스티벌 ‘슈퍼소닉’ 주최사 리에이티브 맨 프로덕션 시미즈 나오키 대표)

명실상부 ‘뉴진스의 시대’다. 데뷔 1년 5개월. 누구보다 빠르게 세계를 점령했고, 새로운 문법을 만들었다. ‘파격’으로 불렸던 뉴진스는 마침내 ‘트렌드’가 됐다.

뉴진스 [어도어 제공]
기존 ‘성공 공식’ 깨니…뉴 트렌드 됐다

지난해 8월 데뷔한 평균 나이 17세의 소녀들은 출발부터 비범했다. 이들에겐 업계의 ‘성공 방정식’은 중요하지 않았다. ‘전무후무’한 트리플 타이틀곡이라는 발상의 전환, 전곡 뮤직비디오라는 ‘자본 공세’로 화려하게 시작했다. 등장부터 ‘기존의 흐름’을 거부한 뉴진스(NewJeans)는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의 새 흐름이자 명제가 됐다.

뉴진스는 소녀시대, 샤이니, f(x) 등 SM 소속 아이돌의 콘셉트를 만들며 K-팝 성공 시대를 연 민희진이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수장이 된 후 선보인 첫 걸그룹이다. 민 프로듀서의 방식은 ‘혁신적’이었다. 전형적인 K-팝 홍보 방식에서 벗어나 뮤직비디오를 통해 멤버를 공개하고, ‘보는 음악’의 정체성을 살렸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사전 정보 없이 영상으로 처음 만난 뉴진스는 K-팝 팬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4세대 걸그룹’(2017~2022년 데뷔) 열풍의 주역이 된 ‘막내 기수’ 뉴진스는 데뷔 싱글에 실린 ‘어텐션’과 ‘하입 보이’를 글로벌 히트곡 반열에 올려 놓으며 ‘ 인상적인 데뷔 시즌을 마무리한 뒤 2023년 1월부터는 본격적인 세(勢) 확장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에 발매한 ‘디토(Ditto)’의 성공은 상징적이다. 이 곡은 공개 이후 국내 최대 음악 플랫폼 멜론 일간 차트에서 장장 99일 동안 1위에 올랐다. 이 곡을 비롯해 올 1월 공개된 ‘OMG’, 데뷔 싱글 ‘하입 보이’가 올 상반기 내내 국내 음원 차트 톱3를 장악했다.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에 따르면 뉴진스는 데뷔 498일만인 이달 2일 10억 스트리밍을 달성하며 ‘최단’ 기간 내 ‘빌리언스 클럽’에 입성했다. ‘디토’는 14주 연속으로 멜론 주간차트 1위를 달리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고, ‘하입 보이’ 역시 올해 최장 기간 톱10 , 누적 2억 스트리밍을 돌파하며 최단 기록을 견인했다. 그 결과 지난해 MMA(멜론뮤직어워즈)2022 신인상을 시작으로 MMA2023 올해의 아티스트, 올해의 베스트송 등 총 5관왕에 올랐다.

뉴진스 [어도어 제공]

뉴진스가 내놓는 곡들은 주류 팝 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고스란히 입었다. 기존 K-팝이 강조한 ‘걸크러시’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독창성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했다. 뉴진스는 데뷔부터 UK개러지, 저지클럽 등 기존 K-팝 문법에 얽매이지 않은 장르를 시도, ‘이지 리스닝’ 트렌드를 이끌었다.

2022년 하반기 팝 시장 최신 트렌드였던 미국 볼티모어 클럽 댄스 뮤직 장르의 하나인 저지 클럽은 사실 1990년대 태어난 ‘뉴트로’ 음악이다. 드레이크와 같은 거물 팝스타가 선보이며 주류 시장을 장악한 장르다. 이를 K-팝에 최초로 접목한 ‘디토’의 성공 이후, 뉴진스는 K-팝계의 ‘뉴노멀’이 될 조짐을 보여줬다. 이 곡 이후 미드 템포와 칠링 댄스는 올 한 해 음악계의 큰 흐름이 됐다.

지난 7월에 내놓은 두 번째 EP ‘겟 업(Get Up)’은 기존의 뉴진스의 흐름을 잃지 않으면서도 신선함을 더했다. 군무가 인상적인 ‘슈퍼 샤이(Super Shy)’를 시작으로 ‘떼창 포인트’를 살린 ‘ETA’, ‘쿨 위드 유(Cool With you)’ 등의 트리플 타이틀 곡을 들고 왔다.

‘겟 업’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 1위(8월 5일 자)로 진입한 뒤 22주 연속 머무르며 4세대 K-팝 그룹 음반 최장 기간 차트인 기록을 경신 중이다. 현재도 106위에 안착해있다. 영국 음악잡지 NME는 뉴진스의 이 앨범을 ‘2023년 베스트 아시안 앨범 25선(The 25 best Asian albums of 2023)’ 1위에 올리며 “뉴진스를 한 시대의 트렌드 세터로 자리매김하게 한 EP”라고 평했다.

뉴진스 [어도어 제공]
최초·최고·최단…“뉴진스는 기적”

데뷔와 동시에 ‘최초’, ‘최고’, ‘최단’이라는 수식어의 주인공이 된 뉴진스는 단숨에 국내외 음악 시장에서 파이를 키워갔다.

스페이스오디티가 운영하는 데이터 기반 K-팝과 팬덤 분석 업체 케이팝레이더에 따르면, 뉴진스는 2023년 유튜브 아티스트 차트 내 영상 조회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K-팝 아티스트 톱20에서 4위에 올랐다 .블랙핑크(13.47%), 방탄소년단(10.37%), 트와이스(4.21%)만이 뉴진스(3.89%) 앞에 있다. 5위는 스트레이키즈(3.43%)였다. 톱5에 4세대 K-팝 그룹은 뉴진스가 유일하다. 지난해엔 순위권 내에 들지도 못했다.

뉴진스의 위상은 세계 무대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미국 타임(TIME)지는 지난 5월 ‘2023 차세대 리더(Next Generation Leaders)’ 명단에서 K-팝 여성 아티스트로는 유일하게 뉴진스(NewJeans)를 꼽았다.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s)’에서 K-팝 아티스트 중 데뷔 후 최단기간(1년 4개월)에 수상하는 쾌거를 안았다. 이와 함께 ‘톱 글로벌 K-팝 아티스트(Top Global K-pop Artist)’ 부문도 수상, ‘올해 최고의 K-팝 그룹’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뉴진스는 데뷔 6개월 만에 빌보드 ‘핫 100’에 진입했고, ‘빌보드 200’에선 데뷔 1년도 되지 않아 1위 자리에 앉았다.

올 여름은 뉴진스의 기세를 체감한 시기였다. 일본 ‘슈퍼소닉’부터 미국 ‘롤라팔루자 시카고’까지 뉴진스 최신곡의 ‘떼창’이 수만 관객의 입에서 울려퍼졌다. 시미즈 나오키 대표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슈퍼소닉에서 뉴진스 공연 시간대의 티켓은 라인업 발표와 동시에 수만 장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그동안 이런 아티스트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뉴진스의 출연으로 (슈퍼소닉에서)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뉴진스 [어도어 제공]

뉴진스의 음악은 새로운 기준이 됐고, ‘뉴진스 스타일’이 트렌드의 ‘최정점’이 됐다. 음악을 넘어 대중의 일상으로 파고들며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다.

‘하입 보이’는 전 세계적인 챌린지 열풍을 넘어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는 밈(meme)까지 만들었다. 이 밈은 지난해 유튜브 쇼츠에서 “지금 무슨 노래 듣고 계세요?”라는 콘텐츠(와쏭)에서 시작됐다. 이 콘텐츠가 한창 유행일 당시, 이어폰을 꽂고 길을 가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말을 걸면 ‘와쏭’ 콘텐츠라고 생각해 가수와 노래 제목을 답했다. 특히 2022년 여름에는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는 답변이 자주 나왔다. 이후 어떤 질문을 받든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고 답하고 노래의 포인트 안무를 춘 뒤 무심히 가던 길을 가는 밈이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이 밈에 오세훈 서울시장도 승차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슈퍼 샤이’는 전 세계에 플래시몹 붐을 불러왔다. 뮤직비디오부터 플래시몹을 겨냥한 전략이 제대로 폭발했다.

뉴진스의 대중성을 입증하는 또 다른 지표는 글로벌 브랜드와 얼마나 많은 협업을 하느냐다. 뉴진스는 게임회사 라이엇 게임즈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의 결승전 오프닝 무대에 올랐다. 이와 함께 다섯 멤버들은 모두 럭셔리 브랜드 앰버서더를 맡고 있으며 애플,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IT, 유통, 패션, 식음료 등 각 분야에서 선두기업의 상징이 됐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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